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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홍 Nov 17. 2017

[#48] 주가 폭락할 경우 손실 처리 기준 필요

[중앙선데이] 2017.11.12

http://news.joins.com/article/22105997


주가 폭락할 경우 손실 처리 기준 필요                                                                                                                                                                       

‘산업은행이 출자한 27개 기업, 지금 지분가치 휴지 수준’ ‘대우조선 지분 68% 가치, 고작 5800만원’ ‘산은, 대우조선 지분손실만 2조8000억원’.  
                       

지난달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기사 제목이다. 지난달 8일 진행된 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 은행이 출자한 회사에 대한 관리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산은이 취득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68.6%의 가치는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58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이 자기 재무제표에 기재해 놓은 대우조선 지분평가액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한국GM 지분 17%에 대해 산은은 ‘0원’의 가치를 매겨 놓았다. 실제 거래는 불가능하겠지만, 산은 장부가격대로라면 5800만원으로 대우조선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한국GM의 경우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미국GM 다음으로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산은이 대우조선 지분을 68%나 갖게 된 것은 출자전환 때문이다. 기업이 경영난으로 차입금을 갚지 못하면 채권금융회사들과 협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진행한다. 이때 채권단은 원리금 일부 탕감이나 상환유예, 또는 대출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을 하게 된다. 산은은 대우조선 대출금 가운데 2조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 68%의 지분을 갖게 됐다. 산은은 이 지분의 가치를 58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거의 전액 손실 처리했다는 이야기다.  



회계에서는 이 같은 손실을 ‘손상차손’이라고 한다. 지분가치가 손상되어 앞으로 회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손실로 반영한다는 의미다. 이미 산은의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산은은 2015년과 2016년 결산을 하면서 대우조선 지분에서 각각 7450억원과 2조300억원의 손상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합해 보면 약 2조 8000억원에 이른다. 산은은 “국제유가 하락세로 일부 발주처 재정이 악화되면서 대우조선이 추가 작업한 공사의 대금을 받을 가능성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은 해양프로젝트에서도 급격한 공사원가 증가를 예측하지 못해 재무적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러한 요소들을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가치 손상의 객관적 증거로 봤다.  



상장기업 주식이라면 손상차손 발생 여부는 일단 주가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는 “지분증권의 공정가치가 취득가격 이하로 ‘유의적’ 또는 ‘지속적’으로 하락한 경우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회계기준에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예를 들어 1만원에 산 주식이 얼마까지 떨어져야 유의적인 것이 될까,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하락 상태가 유지되어야 지속적인 것이 될까. 그래서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30% 이상 9개월’ ‘50% 이상 6개월’ 식으로 자체 내규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이런 내규에 따라 손상차손 인식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손상차손 반영하지 않아 과징금 물 수도  



이 같은 내규가 없다면, 유의적 또는 지속적에 대한 평가는 주가 외에 회사의 현재 영업실적 및 미래 예상 실적 등을 고려한 현금흐름을 추정하여 평가하기도 한다. 주가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회사의 영업상태나 미래 전망이 그리 나쁘지 않아 회복 가능성이 크다면, 굳이 지분가치가 손상되었다고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단순히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가 하락했다고 하여 반드시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회사의 미래 전망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분증권에 대한 손상차손 인식 때문에 자칫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시장 거래가격이 없는 비상장 기업 지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비상장기업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방법 가운데 그 기업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활용해 공정가치를 산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공정가치와 취득가격을 비교하여 손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대한이 건설사인 ㈜민국의 주식을 100원에 취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얼마 후 부동산 경기 급랭으로 민국의 영업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현재 민국 주식을 처분하여 받을 수 있는 금액이 20원이 됐다. 그렇다면 대한은 민국 주식을 감액하여 장부에 20원으로 기록해야 한다. 이때 차액인 80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하여 손실로 처리한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회계처리 기준 위반혐의로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A사 경우를 보자. 이 회사는 상장기업 B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A사는 이 지분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해 놓았다. 금융위원회는 이 회사에 대한 감리(재무제표를 적정하게 작성하였는지 검사)에 들어갔다. 그리고 상장주식인 B사의 시가(공정가치)가 취득가격 대비 유의적으로 하락해 손상이 발생했는데도 손상차손을 인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사는 손상차손을 반영하지 않아 2013~2016년까지 해마다 수백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적게 계상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과징금 징계를 받았다.  




 


 

손실 처리 후 주가 오르면 평가이익 처리  


 

이에 대해 일부 회계전문가들은 지분증권에 대한 손상차손 규정 자체가 애매해 A사의 경우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주가가 취득가격 대비 대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회사의 전반적 영업상태나 미래전망 등으로 봤을 때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A사는 주가 하락분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하여 당기손실로 반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가 하락분만큼의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여 회계처리를 했다.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실은 당기손익에 반영하지는 않는다. 당기순이익 아랫단의 ‘기타포괄손익’ 항목에 기입함으로써  총포괄이익을 산출하는 데 반영한다.  



예를 들어 영업이익이 1만원인데 매도가능증권 손상차손이 1000원 발생했다면 세전이익은 9000원이 된다. 즉 손상차손은 최종 당기순이익을 1000원만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매도가능증권에서 평가손실이 1000원 발생한 것으로 처리한다면, 이 1000원은 기타포괄손익이 되어 당기순이익 산출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회사의 자본에 반영한다. 금융감독당국은 A사가 B사 주가하락을 손상으로 평가하지 않은 것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A사 외부감사인인 B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1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회사의 과거 회계정책 및 변경내용 등을 확인, 회사가 자체기준에 따라 손상차손을 적절하게 인식했는지 검토해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만약 A사가 B사의 주가 하락분만큼을 당기의 손익계산서에 손실 처리한 이후 다음해에 B사 주가가 상승하면 어떻게 처리할까. 공정가치를 측정하는 매도 가능 지분증권은 손상처리 이후 공정가치가 증가해도 손익에 반영하지 않는다. 손상차손을 환입처리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대신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으로 인식한다. 즉 평가이익만큼 자본에 반영할 뿐이다. 지분의 경우 공정가치가 증가하더라도 그 원인이 어떤 사건과 관련 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매도가능증권이 주식이 아니라 채권이라면 좀 다르다. A사가 B사 발행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B사가 자금사정 악화로 부도위기에 몰리거나 워크아웃에 들어간다면 채권가치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이때 A사는 채권의 공정가치 하락분을 평가하여 손상차손을 인식할 것이다. 그러나 다음해 이후 B사 사정이 좋아져 채권 공정가치가 증가하였다면 증가분을 환입하여 당기 손익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회계기준에서는 공정가치 증가의 이유가 앞서 공정가치를 하락시켰던 원인의 해소와 객관적으로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이재홍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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