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 속에 잊혀진 말의 온기와 정성에 대하여
처음엔 신선했다.
짧은 몇 마디보다 더 많은 감정을 품고 있었고, 말보다 빠르게 마음을 건넬 수 있었다.
이모티콘은 그렇게 우리 곁에 스며들었다.
마치 오래된 말이 지닌 무게를 덜어낸 듯, 가볍고 산뜻한 감정의 조각이 되어.
누군가는 말보다 나았다 했고, 누군가는 글보다 더 깊은 감정이 담겨 있다고 했다.
맞다. 어떤 날엔 말로는 다 하지 못할 따뜻함을, 작은 그림 하나가 대신 전해주기도 했다.
꾹꾹 눌러 쓴 문자보다도 가볍게, 그러나 더 깊숙이 파고들던 날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문자를 잃었다.
손끝에 남겨질 말들을, 한 글자 한 글자 생각하며 보내던 그 정성을.
이모티콘은 가벼움의 상징이다.
그래서 가벼운 대화에선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소소한 일상, 웃음이 섞인 농담, 짧은 안부처럼. 그런 순간들엔 그 가벼움이 오히려 따뜻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그 선을 넘는 순간, 무게를 가져야 할 자리에 가벼움을 들이미는 순간, 그 가벼움은 때로 불편함이 되고, 때론 예의 없음이 된다.
한번 생각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의 결혼 소식에, 말 대신 박수치는 이모티콘 하나.
가슴 아픈 부고 소식에, 눈물 짓는 표정 하나.
이모티콘은 말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마음을 대신하긴 어렵다.
그림 하나로 전해지지 않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진심은, 그렇게 쉽게 줄여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나고 나니 알겠다.
이모티콘은 한순간의 유행이었다.
그림 하나로 웃음을 주고, 감정을 담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안의 공허함이 드러났다.
진심 없이 보내진 이모티콘은 오히려 ‘성의 없음’으로 읽힌다.
사람의 마음은 결국 정성의 무게로 전해지는 법이다.
편리하지 않아도 좋다.
모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마음을 담은 그 한 글자, 한 문장이 누군가에겐 하루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말을 고르고, 문장을 다듬는 그 시간 속에 담긴 생각과 배려가, 그림 하나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한자 한자 눌러 담은 말이 주는 울림을. 편리함보다 중요한 건 진심이고, 빠름보다 귀한 건 느림 속의 온기다.
그러니 다시 글을 쓰자.
서툴고 느릴지라도, 말이 가진 온기와 무게를 기억하며.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당신이 쓴 그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을 오래도록 적실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