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마음 충전이 필요할 때

April 2026

by Clifton Parker

최근 두 달간 허리가 아팠다.

50을 앞두고 있는 순간이니 허리나 목 아픈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거의 매년 한 번씩은 다니게 되는 신경외과. 병원에 가니 급한 통증은 금세 줄어들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긴 했다. 하지만 이번엔 유달리, 20만 원짜리 주사를 여러 번 맞아도 약을 매일 먹어도 불편함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나마 돈 벌러 다닐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몸이 불편하니 글도 쓰기 싫어진다.

회사를 다녀오면 저녁 8시 30분. 지난 3년여간, 퇴근하고 매일 3시간 넘게 글을 쓴 답시고 폼을 잡고 있었다. 집에 오면 딱히 할 일도 없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10만 원도 안 하는 이케아 싸구려 의자 때문에 허리가 아프게 된 것 같은 원망도 든다. 이렇게 오랜 시간 글 쓰게 될 줄 알았다면 애초에 좋은 의자를 살걸... 암튼 몸이 불편하니 다 귀찮다. 몸이 나아지면 생각이 좀 괜찮아질까?


내가 글을 쓰고 있는 3년 전의 시점과는 달리 내 인생은 건조하게 바뀐 상태다.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인생이 달라졌다. 나 스스로도 마음이 바뀌었고 내 주변도 그전과는 다르다. 나의 여행 ppt를 기다리는 이웃들은 당연히 없고, 나 역시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 그저 시간 나면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고, 책을 보고, 유튜브로 시간을 때운다. 내 인생은 3년 전, 미국에서 돌아왔던 순간에 멈춰진 것 같고 한국에서 새로 쌓은 것은 별로 없다.


나는 그동안 미국 이야기를 매주 한편을 꼭 업로드했다.

134편을 올렸으니 2년 반을 넘게 한 번도 쉬지 않은 셈이다. 그런데 이번 주는 좀 쉬고 싶다. 글을 쓰지 못해서는 아니다. 사실 글은 이미 써둔 게 있어서 퇴고만 하면 올릴 수 있지만 그것도 하고 싶지 않다. 몸이 아파서... 라기보다는 그냥 쉬고 싶어서다. 최근 한 달 정도, 새 글을 완성하지 못하고 이미 작성된 이야기를 퇴고해서 올리기만 했다. 글 저장고는 아직 여유는 있지만 조금씩 줄어들긴 했다.


왜 써지지 않는 걸까? 시간이 있어도 왜 그냥 멍 때리고 있는 걸까?

글쓰기를 시작했던 첫 순간을 떠올려봤다. 쓰고 싶은 말이 많았고 거의 매 순간 글쓰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틈틈이 메모를 했고 기발한 문구를 떠올리면 잊어버릴까 봐 걱정을 했다. 지금은 그렇지는 않다. 앞으로도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을 것 같다. 왜 그렇지? 왜 그렇게 됐지?

따뜻한 마음과 열정은 사라지고 '1주일에 한번 & 2026년까지 완결'이라는 숙제만 마음속에 남았다. 글쓰기가 자발적이지 않고 숙제로 남으니 고통스럽다. 글이 밀리면 패배감이 든다. 소중한 추억의 기록을 남기고 있지만 기록을 남기는 과정은 전혀 추억이 아니다. 아마 알게 모르게 내 글에 그런 건조함이 묻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자괴감이 든다. 행복을 기록하기 위해 불행해지는 건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주변을 돌아보면 도움 받을 곳이 없다. 글 쓰는 걸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건 아닐지라도, 좋은 기분으로 책상에 앉기가 참 어렵다. 최근의 나는 속상함과 서운함이 가득 찬 상태로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켠다. 글쓰기 위한 추억보다는 당장의 어려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와중에 허리가 아프니 얼씨구나 잘 되었다 싶다. 그냥 좀 누워있어야지. 아프니까 하지 말아야지. 몸 아픈 게 남들에겐 좋은 핑계로 댈 수 있지만... 나는 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몸이 아픈 게 아니라 글 쓰는 게 마음적으로 힘에 부친다는 것. 그만둘 생각을 결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편하지는 않다.


누군가라도 이 공허함과 건조함을 채워 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서 에너지를 가져가는 사람들뿐이다. 그들와 업무를,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면 내가 챙겨야만 가능한 상황에 놓여있다. 다들 자기 얘기만 하고 싶어 하고 '우리가 잘 되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악의 없는 사람들인 건 알지만 성공의 방법을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설명하는데 내가 너무 많은 힘을 쓰고 있다. 모든 것을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는 사람들을 하루 종일 상대하고 집에 오면 숙제 같은 글쓰기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힘이 없다.

아닌가? 내가 게으르고 나약한데 남 탓, 허리 아픈 탓을 하고 있는 걸까?


어쨌든 스스로 힘이 없다 생각하니 글이 안 써지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가 건조해지는 원인이 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맞는 건진 모르겠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방향으로 잠시만이라도 지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일단 한주만 글쓰기를 쉬어본다.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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