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에 편지로 보낸, 미처 전하지 못한 말

October 2025

by Clifton Parker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이번까지는 최근의 귀향이야기를 먼저 쓰고 다음 편부터는 2022년의 미국이야기를 마저 이어 씁니다.


"미국 Home을 떠나 다시 한국 Home으로"에서 계속


집에 돌아와 미국으로 편지를 썼다. 미국에서 쓰고 왔다면 편했겠지만, 그 때문에 혼자 글을 쓰고 있어야 시간조차 아까웠던 나는 애초에 한국에서 써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To Gavin & Grant (Mark & Sarah)

안녕, 옆집 꼬마들!

잘 지내고 있니? 이번에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따뜻하게 맞아줘서 정말 고마웠어. 2년 만에 다시 마당에서 같이 야구를 하고, 저녁도 함께 먹으니까 마치 내가 다시 옆집에 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Gavin이 2루타를 쳤던 경기를 보러 간 것도, 아빠의 멋진 차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던 일도 잊지 못할 거야. 이렇게 새롭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한국으로 돌아간 뒤로 단 하루도 이곳을 잊은 적이 없단다. 이제 여기 Clifton Park는 내 마음속의 또 다른 ‘고향’이 되었어. 왜냐면 내가 사랑하는 Lodico 가족이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

우리 가족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처음엔 모든 게 낯설고 막막하단다. 미국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고, 심지어 우리가 뭘 모르는지 조차도 몰랐어. 그런데 바로 그때, 너희 가족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손을 내밀어 주었지. 돌이켜보면, 낯선 이웃의 집을 찾아가는 건 너희 엄마 아빠에게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야. 그 용기 덕분에 외로웠던 우리 가족에겐 따뜻한 인연이 생겼고, 그 뒤로 우리가 함께한 시간들은 정말 동화처럼 아름다웠어. 이런 이야기가 미국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겠지? 그렇지?

기억나니? 우리가 이사 가던 날, 우리는 마지막 저녁을 함께 먹었어. 그날 나는 꼭 다시 이 동네로 돌아와야겠다고 다짐했어. 그 다짐을 이번에 지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단다.

한국은 생각보다 아주 먼 곳이야. 그렇게 먼 곳에서 친구가 다시 찾아온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지.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정말 특별한 거란다. 학교의 다른 친구들에겐 아마도 이런 경험은 없을 거야. 하지만 너희 엄마 아빠처럼 친절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기적 같은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단다.

우리의 이야기는 엄마 아빠의 작은 친절과 행운에서 시작됐어. 그리고 그것이 이렇게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된 건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름도 모르고, 영어도 서툴던 외국인 이웃에게 먼저 다가와 준 너희 엄마 아빠의 따뜻한 마음과 용기에 진심으로 감사해.

다음에 우리가 또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서로를 잊지 말고 다시 만나자 했던 약속을 꼭 기억하자. 그리고 너희도 엄마 아빠처럼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렴. 그러면 언젠가 너희도 너희만의 “옆집 가족”을 만나 또 다른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 거야.

언젠가 너희가 진짜 양키스 선수가 되어 한국 뉴스에서 이름이 나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나에게 선물한 사인볼은 절대 팔지 않을 거야. 그건 나만의 자랑이니까.

건강하게, 그리고 늘 웃음을 잃지 말고 잘 지내렴.


To Jean & Owen

Jean & Owen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제가 떠난 지 벌써 2주가 되었네요. 제가 얼마 전까지 미국에 있었다는 것도 지금 이렇게 한국에 돌아와 있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아요. 돌아보면, 미국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참 좋았습니다.

함께 Ballston Lake를 보트 타고 구경했던 것은 너무 특별했고, 마당일과 목공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도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 일들은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제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에요. 아마 한국의 친구들은 그런 생활을 상상조차 못 할 거예요.

Jean이 빨래해 준 옷들은 한국에 와서 차마 입을 수가 없어서 "Home"의 냄새가 사라져 버릴까 봐 옷장에 넣어두기만 했어요. 그런데 오늘 꺼내보니 이미 Jean의 냄새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서 조금 슬펐어요.

한국에 돌아왔지만, 정말 꿈에서도 “우리의 집”을 잊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저는 이번 여행 이야기를 브런치에 조금씩 적기 시작했어요. 단 한순간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에요.

돌아보면 4년 전 당신을 만난 건 내 인생에서 정말 큰 행운이었고 지금껏 관계를 이어온 건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이야기를 설명하려면 너무 길고 어려워서 엄두가 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왜냐하면 우리에게 있었던 일들은 보통 사람의 인생에서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어떻게 가까워졌는지, 당신이 나에게 보여준 친절함, 이해와 배려는 매우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우리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어요.

그래서 당신이 아시다시피, 우리의 동화 같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설명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브런치에 기록으로 남기고 있어요. 이건 아주 길고 힘든 프로젝트지만 끝까지 해내는 걸 보여드릴게요.


Owen, 기억하시나요? 3년 전 제가 일주일간 한국에 다녀와야 했을 때, “한국에 돌아가면 미국에서의 모든 기억이 사라질 것 같아 두렵다”라고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죠.

그때 제가 그걸 얼마나 진심으로 걱정했는지는 그 누구도, 제 가족들도. 심지어 당신 조차도 완전히 가늠하지는 못할 거예요. 나에게 “미국 집”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 혹시나 내가 그 기억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혹은 미국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변해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속에서 이번에 귀향(Homecoming)을 하게 되었던 거예요. 그런데 당신은 그때 모습 그대로 계셨고, 우리가 2년 전의 기억에 이어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우리가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만약 다음에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땐 이번보다 더 오랜 시간을 “우리의 미국 집”에서 함께 보내고 싶어요.

그날이 올 때까지 부디 건강하게 지내세요.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도 자주 가시고, 조금만 덜 드시고, 운동도 꾸준히 하세요.

매주 Y에도 꼭 두 번씩 가시길 바라요. 그래야 또 건강하게 만날 수 있잖아요.

저도 그때를 위해 휴가를 열심히 모아둘게요.


또 한 번 당신의 게스트가 되길 바라며.


Fondly,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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