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귀향 넷째 날 (September 22nd)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10월까지는 최근의 귀향이야기를 먼저 쓰고 11월부터 2022년의 미국이야기를 마저 이어 쓰려합니다.
"미국 이웃들과의 재회, 이제는 남의 집이 된 우리 집"에서 계속
미국에서 2년간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 2년을 보낸 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잠시 돌아왔습니다.
"뉴욕 Home"에서 18일간 머물면서, 미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그날그날의 일들을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정리하곤 했습니다. 이 글은 아래 슬라이드에 담긴 것을 풀어쓴 것입니다.
며칠 함께 지내다 보니 각자의 기상 패턴이 보인다. 내가 6시에 일어나 1층 Dining Room에서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하고 있다 보면 8시 20분쯤엔 Jean이 내려와 부엌에서 TV를 켜고 커피를 내린다. 9시에 Owen까지 내려오면 하루가 시작된다. 자세히 보니 Owen은 2년 전 내 기억에 비해 확실히 노인이 되어가는 티가 났다. 그때에 비해 움직임이 느려졌고 배도 많이 나왔다.
나에게 소중한 게 조금씩 멀어지는 것 같아서, 그들의 시간이 자꾸 지나가고 있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정말로 이곳에 잘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다시 함께 하는 이 일상이 나에게도 Jean과 Owen에게도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 사과와 뺑오쇼콜라(손자가 좋아하는 거라며 Jean이 많이 사놓음)를 아침으로 같이 먹고 Jean과 마당 순찰(?)을 나섰다. Jean은 다람쥐 Chipmunk를 굉장히 경계했는데 이것들은 마당 이곳저곳에 구멍을 파놓기 때문에 잔디 마당이 보기 싫게 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어제 마당일 할 때 구멍을 돌로 막고 흙으로 채우고 심지어 나무 막대기까지 꽂아두었지만 또다시 파헤쳐져 있어서 큰 소용은 없는 듯했다. 그래도 내가 눈치껏 알아서 구멍을 메우고 다니자 Jean이 웃어주었다.
- 먹을 것을 좀 사러 Jean과 함께 점심때 Aldi와 Trader Joe's에 들렀다. Owen과 Jean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좀처럼 같이 다니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은 건 또 아닌데 Owen과 Jean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 웃음이 났다. Trader Joe's에서는 먹을만한 한국 냉동음식을 팔곤 하는데, 불고기와 김밥이 있어서 몇 개 담았다. 한국 Native에게 '냉동 김밥'이라는 것은 정말 생소한 것이어서 너무 궁금했다. 나의 호기심과 Jean의 호기심(+밥 하기 귀찮음)이 합쳐져 우리는 조만간 한국음식으로 저녁을 해 먹기로 했다.
- 토요일 아침에 Panera에서 만났던 Owen & Jean의 친구 모임 중 한 명인 Robert가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는 Ballston Lake라고 하는 호수변에 살고 있는데 개인 보트를 갖고 있어서 호수 산책을 하자는 거였다. 시간 되면 가겠느냐는 Owen의 말에 나는 "제발 나를 데려가줘요"라고 하며 Owen과 Jean을 따라나섰다.
집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Robert의 집은 호수에 바로 붙어있었는데 마당 한쪽에는 배를 정박할 수 있는 개인 Deck까지 있는 곳이었다. 집 앞 도로는 'Private Road'여서 허락 없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다.
'우와, Owen & Jean 덕분에 완전 Private 한 곳에 왔네. 이건 여행으로는 절대 와 볼 수 없는 곳이네'
토요일에 만났지만 다시 반갑게 인사하고, Robert는 친구들을 태우고 능숙하게 호수 위로 배를 몰고 나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변에 위치한 큰 나무들과 사이사이의 별장들을 구경한다. Robert는 배 운전하면서도 예쁜 집들 마다 사연을 설명해 주느라 바쁘다. 돈 많은 변호사의 집, 누구의 별장, 물놀이 시설이 가득한 인기 좋은 여름 캠프 등등 이야기는 끝이 없다. 하늘엔 독수리가 날아다니고 호수변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가로운 그림 같은 곳이다. 우리는 호수 위에 배를 세우고 한동안 경치를 구경하며 얘기를 나눴다. 돈 주고도 못할 일이다. Owen & Jean과 함께인 덕에 나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이 이렇게 쉽게 가능해진다.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에 나는 최대한 많이 떠들었다. 한국에선 부모님 집 가전제품을 와이파이에 연결할 수 있어서 냉장고 문이 오래 열려있으면 아들인 나에게 문자 알림이 온다는 사실에 미국 어르신들은 깜짝 놀라워했다. 순간 Jean에게도 그런 냉장고를 선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저녁을 먹고 자기 전까지 거실에서 함께 TV를 본다. 풋볼이 있으면 보기도 하지만 Jean & Owen은 아마존 프라임에서 예전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 보기 시작했다며 20여 년 전 영국 드라마 "Kingdom"를 함께 보자고 한다. (왕국 이야기가 아니고 이름이 'Kingdom'인 변호사가 나오는 코믹한 현대물이다.) 나를 위해 자막 설정(영어로. 한국어 자막은 당연히 없다.)까지 미리 해두었다는 Owen은 참 세심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10시 조금 넘어 'See you tomorrow' 인사하고 각자의 방으로 헤어진다.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금세 잠이 들었다.
Fondly,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