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강에 놓는, 글로 만든 징검다리

2년간의 브런치 글쓰기를 돌아보며

by Clifton Parker
잊을 수 없는 미국 생활

4년 전, 우리는 미국이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갑자기 떠나 좌충우돌하며 살아남아야 했다. 현지인들과 상식 체계가 달라 늘 간극이 있고, 의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한인 사회조차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민자의 삶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것이었다.

그때 손을 내밀어 준 건 미국 이웃들이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찾아와 선물을 건네고, 나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으며, 거리낌 없이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한국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따뜻함을 보여준 그들은, 단순히 친구라 하기에도 ‘이웃’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한국 일상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다 보면 기존의 것은 쉽게 잊히니까.

문득 반대의 걱정이 스쳤다. ‘한국에 돌아가면 미국에서의 이 생활도 잊히지 않을까?’


미국에서 내겐 아버지 같던 Owen과 함께 점심을 먹게 된 어느 날,

“지금이 너무 좋은데, 한국에 가야 하는 때가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 가고 나면 이 순간을 금방 잊을까 봐 걱정돼요.”

그는 삶은 변수투성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지금의 행복이 기억에서 멀리 흘러가 버릴까, 내 마음속에서 Owen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결국 미국에서의 시간은 금세 지나, 이웃들에게 언젠가 꼭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하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들을 안아주고 돌아서던 그 순간, 이 모든 것을 오랫동안 간직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내 안에 자리 잡았다.


글쓰기, 그 시작과 고통 그리고 얻은 것

한국에 돌아온 나는 한 달여 고민한 끝에, 이 감정이 오래 살아 있으려면 글로 남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고등학교 이후 긴 글을 써본 적 없는 나에게 큰 도전이지만, 절실함은 방법을 만들어 내는 법이다.

글쓰기는 고독하고 고된 시간이다. 좋은 글을 위해 초안과 퇴고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고, 몰랐던 지식을 채우며, 다른 글도 읽어야 했다. 직장 생활로 에너지도 부족했고, 하루 한 글자도 쓰지 못한 날도 많았지만, 지난 2년간 묵묵히 매주 한 편씩 쓴 덕분에 지금은 99편의 글이 쌓였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단번에 브런치 작가 승인을 받았던 일, 예닐곱 번 다음 넷 메인에 소개된 일, 얼마 전 ‘브런치 크리에이터’로 선정된 일 등은 내 마음속에 큰 응원이 되어 남았다.

글쓰기가 직업도 아니고 블로그나 SNS조차 없는 내가, 전문작가가 넘치는 브런치에서 이런 식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작은 방에서 홀로 글 쓰는 40대 아저씨에게 큰 위안이 된다.


추억을 언제든 다시 찾아갈 수 있는, 글로 놓는 징검다리

내가 써야 하는 미국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작은 방에서 보내는 시간은 과연 언제쯤 끝날까?

글쓰기가 버겁게 느껴질 때마다 Owen에게 했던 마지막 약속을 떠올린다. “우리는 꼭 다시 만날 거예요.”

그 약속을 지키러 미국에 돌아간다면 지금의 내가 아니라 그가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러려면 그때의 내 마음과 모든 추억이 희미해지지 않도록, 글쓰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쌓아온 글 한 편, 한 편은 마치 시간의 강 위에 놓인 징검다리 같다. 추억을 담은 나의 글에는 그 당시의 기쁨과 슬픔, 좌절과 위안의 순간들, 그리고 그때 나와 함께 해준 사람들의 얼굴까지도 모두 담겨있다. 매주 한 편씩 새로 쓰고, 지난 글을 읽을 때마다 마치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가듯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듯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들을 다시 만날 때, 어색하지 않게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이며, 내 마음속 소중한 이웃들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는다. 언젠가 글쓰기를 완주해 징검다리를 모두 놓고 나면, 길고 외로웠던 글 쓰는 시간조차 우리 가족과 미국 이웃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로 되어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나의 추억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날 그들을 위해.


Fondly


Clifton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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