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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fton Parker Sep 08. 2024

26. 여행7: 남쪽 끝섬 Key West (3/4)

February 2022

 (커버이미지 : Key Largo에 있는 Florida Keys Visitor Center에 있던 대형 의자.)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Miami 여행기 (2/4)에서 계속


다섯째 날 : 미국의 남쪽 끝, Key West

미국의 남쪽 끝을 향해서 : Florida Keys & Overseas Highway

카리브해와 가까운 플로리다 남해안은 산호가 넓게 발달되어 수심이 낮고 섬이 많은 곳이다. 800개 정도 크고 작은 섬들을 플로리다 키(Florida Keys)라고 하는데 육지와 주요 큰 섬들은 서로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마이애미부터 시작되는 100마일의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는 이름 그대로 바다 위를 달리는 길이다. 잔잔한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많이 나왔던 곳이다.

우리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로 이 길을 따라서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 이 길의 종점, 사람들이 제일 많이 찾는 플로리다 키의 끝 섬, 키 웨스트(Key West)에 가려고 한다. 

마이애미에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곳이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보고 나서 다시 3일 걸려 뉴욕으로 돌아가야 한다.


도심지를 벗어나 오버시즈 하이웨이 입구에 들어서면 플로리다 키의 첫 섬인 키 라르고(Key Largo)로 들어간다. 스페인 어로 긴 섬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데 실제로 남북으로 긴 섬이다.

플로리다 키 전체가 유명한 관광지여서 길의 양쪽엔 낚시, 수상 스포츠 광고와 리조트들이 줄을 지어 있다. 그런데 학교나 마트, 소방서 같은 일상적인 모습들도 섞여 있다.

키 라르고는 꽤나 큰 섬이라 벗어나는 데만 30분이 걸린다. 섬이 끝나자 다리로 연결된 바닷길이 시작된다. 이런 식으로 섬과 바닷길을 계속 반복해서 지나간다.

바닷길은 높이가 낮은 다리로 되어 있는데, 다리 위를 지날 때 잔잔한 에메랄드 빛 바다와 작은 섬들을 볼 수 있다. 그 풍경이 정말 탄성을 자아낼 정도이다.

갓길엔 배낭을 메고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국토 종단이라도 하는 걸까? 이 땡볕에 100마일도 넘는 길을 걸어갈 생각을 한다니 정말 대단한 의지다. 

수심이 낮은 곳이라 바다에 심어 놓은 각종 표지판도 있고 전봇대도 바다에 만들어져 있다.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듯한 끊어진 다리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만 있다면 나도 하고 싶은데...

다리로 연결된 섬 말고도 배로 가야 하는 작은 섬들도 보인다. 개인 섬인지 Private Property라는 경고도 있고 섬 하나에 고급 리조트 한 개만 달랑 있는 곳도 있다.

(왼쪽) Florida Keys 여행 경로. (오른쪽) Florida Keys Overseas High way, 다리의 높이는 높지 않아서 바다가 굉장히 가까이 보인다.
(사진) 키 웨스트 가는 길에 KFC에서 만난 야생 닭. 야생 닭의 사냥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아직 키 웨스트까지는 갈길이 많이 남아서 점심을 간단히 먹으려고 KFC에 들렀다. (@Marathon Key)

바깥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려는데 주변에 닭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여기도 쿠바 사람들이 많이 왔던 걸까?

이미 야생 닭이 되어 주인 없는 이 아이들은 플로리다 법에 의해 사냥이 금지되었다고 한다. '아, 그냥 비둘기 같은 거구나. 말 그대로 닭둘기네.'

닭이 KFC앞을 돌아다니는 게 좀 웃기긴 했다. 우리가 매장에서 받아 온 점심이 이 녀석들인 건 아니겠지. 옆 테이블 사람들도 놀라고 재밌는 표정이다.

우리는 살아있는 닭들과 함께 치킨을 평화롭게 먹고, 재밌는 추억을 갖고 최종 목적지인 키 웨스트로 다시 출발했다.


키 웨스트 : 미국의 남쪽 끝, 해가 지는 곳

플로리다 키 남서쪽 끝 섬, 키 웨스트라는 이름은 열쇠 'Key'나 서쪽 'West'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

미대륙의 남동쪽 해안은 오래전부터 스페인 사람들이 점령했던 곳이다. 그래서 섬들은 당연히 스페인어 이름을 갖고 있었다.

18세기 이후로 영어 쓰는 사람들이 이 땅을 점령하게 되면서, 기존의 스페인어 이름과 비슷한 발음을 가진 영어 단어로 대체하게 된 것이 현재의 섬들 이름의 유래라고 한다.

그래서 Key West의 이름을 풀어보면, Key는 작은 섬을 뜻하는 스페인어 Cayo, West는 뼈를 뜻하는 Hueso에서 왔다고 한다. 이 섬은 "뼈가 있는 섬"이라는 뜻인데 과거 원주민의 묘지가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어 버전으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버펄로가 살지 않는 뉴욕 버펄로(City of Buffalo, NY)'가 비슷한 경우이다. (참고 : Niagara Falls 여행)

키 웨스트는 여의도의 4배 정도 되는 크기로 꽤 큰 섬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는 서쪽 해안가에 모여 있다. Whitehead St. 를 따라 2km, 30분 정도 걸으면 중요 볼거리는 다 볼 수 있다.

우리는 섬의 남쪽에 주차하고 걸어 다니기로 했다. 주택가 뒤편 무료 공용주차장에 주차했는데 이런 곳에 무료주차장이 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Battery Seminole 뒤편 Fort St. & Olivia St. 교차로 앞)


키 웨스트 도착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미국 최남단 포인트(Southernmost Point)다. 우리로 치면 땅끝 탑. 섬의 제일 남쪽 끝, 바다 바로 앞에 있는 탑이다.

표처럼 생긴 이 탑엔 '미국 본토의 최남단, 쿠바에서 90마일 떨어져 있음'이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옆에는 이 최남단 기념탑을 세우는데 기여한 Albert Kee 목사가 소라 나팔을 부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그러고 보니 탑의 꼭대기엔 '콘치 리퍼블릭(Conch Republic, 소라 공화국)'이라는 키 웨스트 휘장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과거 독립국 선언을 해야 했던 섬의 역사와 관계된 것이다. (키 웨스트는 낙후된 섬과 진입로의 개발을 호소하는 의미로 아주 짧은 시간 독립을 선언한 적이 있다.)

이곳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앞에 서있던 뉴욕 티셔츠를 입고 있는 사람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어서 가족사진을 부탁했다. 여행지에선 사진 인심이 보통 후하다.

대화를 나눠보니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운전해서 왔다고 했더니 다들 미쳤다고 한다. 이제는 스몰 토크가 점점 자연스럽고 익숙해진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왼쪽) 미국 최남단 기념탑. 사진을 찍기 위해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기념탑의 오른쪽엔 Albert Kee 목사의 동상이 있다.
(사진) 고양이가 자고 있는 헤밍웨이의 침대. 애완묘의 후손으로 다지증이 있어서 발가락이 6개다. (오른쪽) 미국 1번 국도의 시작점. Zero Mile Point

땅끝 탑에서 Whitehead St. 를 따라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길 주변 집들은 일반 주택가의 느낌이 아니라 특색 있고 재밌게 꾸민 곳이 많다. 

자기 집의 역사를 간략하게 적어서 팻말을 세운 곳도 많다. 누가 지었고 누가 언제 태어났는지 등등... 개인의 역사도 소소하게 흥미롭다. 닭 우는 소리도 정말 많이 들린다. 이곳은 정말 보통 동네는 아니다.

땅끝 탑에서 15분쯤 걸으면 지금은 박물관이 된, 노벨 문학상 소설가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살았던 집이 있다.

기자로, 소설가로, 군인으로 평생을 떠돌며 살았던 그가 세 번째 부인과 수년간 살았던, 수영장이 딸린 고급스러운 2층 집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할 때 사용했던 별채까지도 그대로 남아있다.

이곳엔 작업실, 타자기 같은 작가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배, 사냥 및 낚시 사진등 소위 '싸나이'로써의 헤밍웨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헤밍웨이는 고양이를 좋아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박물관엔 고양이들이 정말 많이 돌아다닌다. 관람객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고양이가 자기 집 마냥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헤밍웨이가 길렀던 고양이는 다지증이 있어서 발가락이 보통 고양이보다 한 개 더 많은 6개였는데, 여기에 있는 그 후손 고양이들도 발가락이 6개다. 자고 있는 놈의 발가락을 직접 세어보니 정말 6개가 맞다.

그래서 기념품 점에는 헤밍웨이의 책뿐만이 아니라 발가락 6개 고양이 발자국이 도장처럼 찍힌 물건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올 때 고양이 머그컵을 하나 샀다.


헤밍웨이의 집을 나와서 계속 이어서 걸었다. 이 길을 따라서 가면 트루먼 대통령이 겨울마다 찾아왔었던 별장인 리틀 화이트 하우스도 있고 옛날 키 웨스트 등대 등 가 볼 만한 역사적 장소들도 있다.

그런 곳을 가지 않더라도 독특한 거리 분위기를 보는 것도 좋다. 평생 눈이 오지 않으니 낮은 지붕에 테라스가 있는 미국 남부식 집들은 관광객 때문에 울타리를 치긴 했지만 집마다 독특한 특색이 있다.

어느 집에서는 결혼식이 끝난 것인지, 한껏 차려입은 사람들이 음악을 틀고 신나게 즐기고 있다. 미국의 남쪽 끝에서 외로운 날이 끝남을 축하하고 있다. 신랑과 눈이 마주쳐서 박수를 쳐주었다. 'Good Luck, Man'


이 길엔 미혼 생활의 끝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1번 국도의 종점이 여기에 있다. 'US-1 Zero mile point'. 특별히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고 지나면서 사진 찍는 포인트다.

1번 국도는 캐나다 국경에서 시작해서 동부 해안을 따라 2,370마일을 남쪽으로 내려와 이곳 키 웨스트에서 끝난다. 우리가 바다를 가로질러 온 오버시즈 하이웨이가 바로 이 1번 국도의 일부 구간이다.

작은 사거리에 국도 1번의 종료를 표시하는 'END'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길이 끝나 있는 아니다. 길은 해안가까지 계속 이어져 있다. 아마도 길의 기준점을 표시해 둔 것일 게다.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가려는데 길 건너편엔 국도 1번 시작점 'BEGIN' 표지판이 있다. 

'아... 그렇네. 끝남과 시작은 이렇게 바로 옆에 붙어있는 거구나. 아까 그 친구도 미혼 끝나고 결혼 시작이지. 인생은 연속이네. '

여기서도, 나름대로의 철학적인 깨달음을 기념할 수 있는 작은 기념품을 하나 샀다.

(왼쪽) 키 웨스트의 흔한 거리 풍경. 야자수 사이엔 이구아나도 산다 (오른쪽) 맬러리 광장. 사람들은 일몰을 보려고 이미 자리를 잡고있다.
(사진) 키 웨스트 맬러리 광장에서 보는 일몰. 요트 및 유람선에서 파티를 즐기며 일몰을 감상하는 투어가 많이 있다.

Zero Mile Point에서 조금만 더 가면 널찍하고 번화한 맬러리 광장(Mallory Square)에 닿게 된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맬러리 광장이 일몰을 보는 곳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곳엔 상점도 많고, 각종 투어를 모집하는 곳도 많고, 거리 공연이나 푸드 트럭도 있어서 활기가 가득하다.

아직 날이 환한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다. 아예 배를 타고 일몰을 보는 투어도 있다. 크고 작은 유람선에서 맥주 한잔 하며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도 아이스크림을 사서 부둣가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걸터앉았다.

부두 앞바다에 보이는 작은 섬들과 그 사이를 다니는 배들이 일몰의 분위기를 한결 더 해준다. 다행히 날씨도 좋다. 유람선을 탄 사람들도 흥이 나는 듯해 보인다. 모두들 휴가 온 사람들이니 그럴 법도 하다.

한참을 기다리니 하늘이 붉어지고 해가 지기 시작한다. 일몰이 시작된 지 10분쯤 지났을까? 커다란 해가 섬들 사이 바닷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그 순간 부둣가에서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옆자리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Bye, Today."라고 하며 웃어주었다. 

해가 지는 것이 일상적인 것이라면, 다 같이 박수를 치고 즐거움을 나누는 건 키 웨스트에서만 느껴볼 수 있었던 특별한 감정이었다.

살면서 한 번쯤 와 볼만한 정말 특별한 곳. 우리가 미국에 있지 않았다면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겠지.


춤추며 즐기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호텔로 가기 위해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키 웨스트의 관광지는 대부분 섬의 서쪽에 있지만 우리의 호텔은 정 반대인 동쪽 끝에 있다. 

빈자리가 없어서 어렵게 예약한, 객실 내부가 마치 모텔 같은 이런 곳도 지금은 하룻밤에 $600이 넘는다. 성수기 관광지 숙박비는 정말 감당이 안된다.

감동은 일몰까지였나 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돈 없으면 못 오는 곳이었구먼. 


여섯째 날 : 집으로 가는 길. 유명한 노래 가사 속 그 섬 'Key Largo'

아마도 다시 오기 어려울 것 같은 남쪽 끝섬, 키 웨스트에서의 추억은 어제까지. 

오늘부터는 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북쪽으로 내리 3일을 운전해서 가야 한다. 

아쉬운 마음으로 차에 오르던 우리를 호텔의 야생 닭들이 배웅하러 나왔다. 닭들도 추억에 담아둬야지.

섬에서 육지로 나가는 길은 오버시즈 하이웨이 하나뿐이라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가야 한다. 멋진 풍경을 한번 더 볼 수 있으니 약간 기대는 된다.


한번 더 오버시즈 하이웨이로. 철도가 끊어진 다리.

키 웨스트를 빠져나와 다시 오버시즈 하이웨이로 들어섰다. 이 길은 망망대해를 지나는 건 아니라 소소한 볼거리가 있다. 

지나는 거의 모든 섬마다 작은 박물관, 낚시 투어, 작은 해변이 있어서 들러 보고는 싶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돈이) 많지 않아서 그냥 지나쳐야 했다. 정말 아쉬운 일이다.

그나마 차를 잠시 세우고 경치를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들도 많이 있는데, 키 웨스트로 들어갈 때 내가 눈여겨봤던 장소가 하나 있었다.

아주 오래전, 플로리다 키들은 자동차 도로가 아니고 기찻길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허리케인으로 인해 철로가 끊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그 이후에 자동차 도로인 오버시즈 하이웨이로 복구되었다고 한다.

더 이상 기차는 없지만 끊어진 철도 다리는 아직 남아 있다(Bahia Honda Railroad Bridge). 

나는 그저께 섬에 올 때 미리 봐 두었던 바로 이 철도 뷰 포인트에 차를 세웠다. (이걸 기억해서 차를 세우다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대단. ^^)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갓길에 주차하고 조금만 옆으로 걸어 내려가니 바다가 아주 가까이 있다. 산호가 비쳐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너무나 야트막하고 잔잔하다. 

바닷물에 잠겨 고사된 나무는 에메랄드 빛 바다 풍경에 더해져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다리 근처에는 예전 철로 시설이 폐허가 된 채로 남겨져 있어서 쓸쓸한 느낌도 난다.

이곳은 어느 방향으로 찍어도 멋진 사진이 된다. 이 길을 밤에 왔으면 얼마나 아까웠을까. 이 경치를 보지 않고 돌아가는 건 정말 말도 안 된다. 그렇게 한참을 이곳에서 쉬었다.

어느새 우리 옆에 나타난, 이곳의 주인인 팔뚝 크기의 이구아나 두 마리와 인사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차에 올랐다. 하늘의 매들도 우리가 떠나는 것을 배웅하고 있었다.

(왼쪽) 철도 뷰 포인트에 있던 고사목 (Bahia Honda Railroad Bridge) (오른쪽) 뷰 포인트에 있던 야생 이구아나.
(왼쪽) 플라밍고 모양의 우편함. 매너티, 해마 등 기발한 우체통이 많이 있었다. (오른쪽) 키 라르고 기념품 점에 있던 여러 섬 이름들. 영화 주제가에 나오는 장소들이다.
영화 칵테일, 음악 코코모 그리고 키 라르고

어느덧 플로리다 키를 거의 다 빠져나오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 섬인 키 라르고를 향해 가고 있다. '들어올 때는 첫 섬이었는데' 아쉬움에 천천히 나가고 싶다.

그런데 왠지 내 기억 깊은 곳에 이 섬의 이름이 낯익다는 느낌이 있다. 아내에게 부탁해서 검색해 보니 역시나 내 느낌이 맞다.


1988년에 개봉한(한국엔 1990년) 톰 크루즈 주연의 칵테일이라는 영화가 있다. 슈퍼스타 톰 크루즈의 초기 히트작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음악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비치 보이스(Beach Boys)가 부른 '코코모 (Kokomo)'라는 노래는 오랫동안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도 방송에서 열대 바다를 보여줄 때 배경으로 많이 사용하는 곡이다.

이 노래의 시작 및 후렴 부분에 유명한 휴양지들을 한 곳씩 얘기하면서 당신과 같이 가고 싶다는 내용의 가사가 있는데, 바로 그 휴양지들 중 하나가 지금 지나고 있는 '키 라르고'다. 


"Aruba, Jamaica, ooh, I wanna take you to

Bermuda, Bahama, come on pretty mama

Key Largo, Montego, Baby, why don't we go? (The Beach Boys - Kokomo, 1988)"


마이애미와 가장 가까운 섬이고, 큰 주립공원도 있고 고급 콘도, 별장, 요트, 스노클링, 카약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시간이(돈이) 없어서 그냥 지나고 있는 것일 뿐 이곳 역시 말도 안 되게 유명한 곳이다. 

이 좋은 것들을 알면서도 그냥 돌아서야 하는 게 너무 아쉽다. 한 달 이상 시간을 내고 돈을 싸들고 와야 하는 곳인가 보다. 그래서 은퇴한 사람들이 플로리다를 많이 찾아오나 보다 싶다. 

다시 오기 어려운 이곳을 기억하기 위해 기념품점에 들러서 세은이 인형도 사고 다른 몇 가지 기념품도 샀다. 옆집 Gavin에게 줄, 플로리다 키 특산 Lime 캔디도 샀다. 


결국 플로리다 키를 벗어나, 다시 먼 길을 따라 겨울나라 뉴욕으로 간다.


Continued... (4편에서 계속)


C. Pa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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