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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성 노무사 Nov 30. 2017

전문가와 스노비즘

어느 기사인지는 모르겠는데 어느 날 웹 서핑을 하다 '스노비즘'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되었다.


스노비즘이란 출신이나 학식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며 고상한 체하는 성질이라고 정의된다(다음 사전: 스노비즘).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의 지식을 다른 누군가에게 알리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지금과 같은 1인 미디어 시대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적인 허세라고 할까?


스노비즘이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소설의 장면 하나가 생각났다. 해변의 카프카라는 소설이었는데 어느 도서관에 화장실이 남녀공용이라는 등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찾아온 두 여성에게 도서관 직운이 굉장히 현학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대화를 해나갔고 두 여성들은 '논리의 바꿔치기나 지식의 과시는 빼고' 알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한다(도서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두 여성을 다소 뜻밖의 내용으로 대처하는 도서관 직원의 태도가 감성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아는 것이 많아서 혹은 책을 많이 읽어서 남들이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쓰거나 어려운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리고 그런 단어와 표현은 종종 의사소통을 방해한다.


흔히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과외를 할 때 과외생들이 공부 못하는 것을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울대학교 출신들은 과외를 잘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본인이 너무 잘나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공과목에서 교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수요곡선이 우하향하는 이유가 무엇이죠?"

대학교 1학년이라면 당연히 배우는 내용이다. 해당 질문은 1학년 과목이 아니라 3학년 과목 시간에 하셨던 질문이다. 당연히 질문의 요지는 수요곡선이 우하향한다는 것을 설명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주제를 던지셨던 것이다.


칠판이 있다면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할 수 있다. 말로 하자면 '가만있자... 뭐부터 얘기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교수님은 "가격이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재화의 가격이 싸지기 때문에 대체효과에 의해서 수요가 증가합니다. 또한 가격이 하락하면 실질소득이 증가하기 때문에 소득효과에 의해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곡선이 우하향하죠"라고 군더더기 없이 몇 마디 말로 깔끔하게 설명한 뒤에 말을 이어나가셨다.


"여러분들이 어떤 내용을 '안다, 알았다'라는 것은 단순히 책을 보고 외우고 다시 쓸 수 있느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아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 자세로 공부하도록 하세요"라고 하셨다.


교수님의 말씀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걸 물어볼 때 '아 이 사람은 이 부분을 잘 모르고 있구나, 설명해주려면 이 부분도 언급해서 얘기해줘야겠네'라고 하면서 설명을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내가 생각한 대로 설명이 잘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스노비즘과 현학적 표현

나는 공인노무사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노동관련 전문가이다. 그리고 개인 블로그에 노동관계법, 판례, 사건사례 등과 관련한 이런저런 글을 올린다.


'글은 최대한 쉽게' 이런 모토를 글을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쉽지는 않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아직 다른 사람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배움이 부족한 것도 있다. 

물론 욕심도 있다. 남들이 단순히 판례나 행정해석 문구를 복사&붙여넣기를 해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최대한 풀어서 설명한다면 보다 정확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을까 라는 노파심에서 글의 양이 길이지기도 한다.

글을 쓰는 목적은 자의식의 과잉에서 지식을 뽐내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 전달에 있어서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능력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정보를 전달하는 흐름의 문제가 아니라 컨텐츠 자체에 있다. 내가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노동관계법에 관한 것들인데 노동관계법에 관한 법령이나 판례들의 표현은 모두 현학적이다. 또한 단어조차 익숙한 단어가 아니거나 익숙한 단어라고 생각했으나 뜻밖에 복잡한 뜻을 내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일반인들에게 '근로자'라는 단어를 주면 '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겠지만, 노무사들에게 '근로자'라는 단어를 주면 '종속 노동성'이라든지 '임금을 목적으로...'라고 시작하는 근로기준법의 법조문이 먼저 생각난다. 관점의 차이가 글을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관점을 바로잡기 위한 설명은 글의 호흡을 길어지게 만든다. 내가 쓴 글들의 패턴은 매번 그런 식이다. 조문이나 판례를 설명하고 이후에 단어의 뜻이나 예시를 설명하면서 늘어진다. 

물론 그렇다고 글 과감히 들여내고 앞뒤 문맥 없이 결과만 전달 생각은 없다. 그런 식의 글보다는 늘어지는 글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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