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의 정당성
근로관계의 종료에는 해고, 퇴직, 자동소멸등의 사유가 존재한다.
여기서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은 계약기간 만료나 당사자의 소멸 등 의사표시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을 말하고, 퇴직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를 의미한다.
한편, 해고는 퇴직과 반대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근로자의 입장에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 자체가 불쾌한 상황 이므로 해고를 당하는 근로자는 해고를 부당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근로자가 해고를 부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감정과 법적인 관점에서 해고의 당·부당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해고가 정당하기 위해서는 크게 보면 실체적으로 정당하여야 하고 절차적으로도 정당하여야 한다.
(1) 해고의 의미
해고는 회사에서 어떠한 명칭으로 지칭하든지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일체의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위 대법원 2007두1460 판결에서는 회사가 근로자를 인사명령의 일환으로 근로자를 대기발령시킨 뒤에 '대기발령 후 3개월 이내에 재발령을 받지 못하였을 때에는 그 사유 발생일에 당연퇴직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당연퇴직은 일정한 사유가 발생하면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며, 정년의 도달, 계약기간의 만료를 예로 들 수 있다. 따라서 회사의 입장에서는 (해고까지는 아니더라도) 대기발령의 사유가 발생하여 근로자를 대기발령시켜 업무에 배제시킨 뒤에 고의적으로 재발령을 하지 않는다면 해고가 아닌 당연퇴직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해당 판례에서는 '대기발령에 이은 당연퇴직 처리를 일체로서 관찰한다면 그것은 해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회사에서 어떠한 명칭으로 지칭하든지 실질상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해고에 해당한다.
(2) 해고의 종류
해고는 의사표시의 측면에서는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해고의 사유에 따라서 해고의 종류를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해고는 사용자측의 사정에 의한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와 근로자측 사정에 의한 해고가 있다. '정리해고'라고 알려진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서 규정하고 있고, 근로자측의 사정에 의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해고 등의 제한)에서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측의 사정에 의한 해고는 다시 일반해고와 징계해고로 나뉘어 지는데 일반해고는 근로자의 개인사정에 의한 사유에 해당하며 징계해고는 근로자가 직장질서를 위반했을 때 제재로써 이루어지는 징계의 일환이다.
일반해고나 징계해고는 그 사유가 개인사정이나 혹은 징계의 사유에 해당되느냐로 구분되지만, 근로기준법에서는 제23조에서만 해고의 제한을 언급하고 있다. 즉, 근로기준법에서는 일반해고와 징계해고를 구별하지 않고 있으며 '정당한 이유'는 법해석에 맡겨져 있다.
이번 글에서는 정리해고 부분은 제외하고 근로자측의 사정에 의한 해고(일반해고와 징계해고)에 대해서 정리하도록 한다. 또한 일반해고와 징계해고는 강학상(학문상)으로는 구별하고 있지만, 실제 판례에서는 해고의 실체적 정당성은 일반해고든 징계해고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에 해당되는지가 판단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일반해고와 징계해고를 별도로 구분하지는 않고 실체적 정당성에 있어서는 개인적 사유에 맞추어 정리하도록 한다.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전에 해고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는데, 근로관계 종료사유가 해고에 해당하는지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근로관계의 종료사유가 해고가 아니라면 해고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이루어졌다면 그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며 해고의 정당성 여부는 실체적·절차적 차원에서 판단된다. 반대로 말해서 실체적·절차적 요건이 정당하지 않다면 그러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된다.
해고의 실체적 정당성이라는 것은 해고의 사유가 정당한지에 대한 내용이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시킬 때 아무런 이유 없이 해고한다면 당연히 사유가 정당하지 않아 실체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판례는 해고의 정당성에 대해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는 구체적인 사안마다 다르며,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등으로 판단한다. '사회통념'이라는 것은 사회 일반이 받아들이는 일반 상식이나 사고라고 할 수 있다.
형법상의 폭행과 해고를 비교하자면, 내가 누군가를 폭행했다면 그 폭행의 결과만으로 죄가 된다. 폭행을 했어야 하는 이유나 사유는 작량·감경의 사유가 될 뿐이다. 그런데 해고는 이와 다르다. 해고는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은 아니고 사유에 있어서 정당성이 없다면 그 해고가 부당해고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해고에는 단일한 사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고의 사유가 나타나기 때문에 해고는 개별사안에 따라 사유의 정당성을 판단하게 된다. 이것이 해고의 사유(실체적 정당성)를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하는 이유가 된다.
(1) 부상·질병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을 당하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제2조의 규정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지 않는 이상)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동안 또는 산전·산후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그런데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이 아니라 외적인 부상·질병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업무 외 부상·질병은 사용자의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근로자로서는 노무제공의무를 다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라면 해고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2) 자격의 상실
근로자가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어 운전면허가 취소되었고, 회사는 운전면허의 취소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였다면 이 해고가 정당할까?
답은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도 있고,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가 된다.
위의 두 사례에서 하나의 판례(2001구49629 판결)에서는 운전면허 취소에 따른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으며, 다른 하나의 판례(2009구합21529 판결)에서는 운전면허 취소에 따른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같은 운전면허의 취소라고 하더라도 2001구49629 판결에서는 운전기사의 본질적인 업무인 버스 운행이라는 근로제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근로계약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지만, 2009구합21529 판결에서는 지점장의 업무가 반드시 운전면허를 요구하는 업무가 아니므로 회사의 업무에 주는 지장이 크지 않다고 하여 해고 사유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동일한 운전면허의 취소라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본질 즉, 근로자가 근로계약의 주된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하게 되므로 운전면허의 취소로 노동능력이 상실된다면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운전면허의 취소가 노동력의 상실이 아니라면 정당한 해고의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
(3) 업무능력 부족
업무능력이 부족한 경우도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다. 2016년 1월 22일 고용노동부는 이른바 '공정인사 지침'을 발표 한바 있다.
공정인사 지침, 처음은 걱정했지만 지금은 모두 만족합니다! (링크)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100대 국정과제에 공정인사 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을 폐지하겠다고 하였으며, 2017. 9. 25.로 해당 지침은 폐기되었다.
김영주, '쉬운 해고' 손본다... "9월 중 양대 지침 폐기" (링크)
공정인사지침은 이른바 쉬운 해고지침이라고 불린다.
사실 고용노동부에서 공정인사 지침을 발표했다 하더라도, 그리고 이를 폐지했다 하더라도 실제 해고에 대한 법리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해고의 당·부당의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원에서 하게 되는데 행정부인 고용노동부가 이를 발표했다 하더라도 이는 단순히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 법원의 판단의 기초에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법령에 이러한 내용이 반영되거나 별도로 위임규정을 두어 행정규칙에 이를 반영하지 않는 한 사법부인 법원의 판단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물론 참고는 할 수 있으나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의 공정인사 지침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사법부의 '참고'가 결국 쉬운 해고로 가는 입구의 역할을 할 수 있어 이를 경계·비판한다).
회사의 입장에서 근로자의 업무능력이 부족하다면 근로자를 해고 시키고 싶은 유혹에 직면하게 된다. 근로자의 업무능력이 부족한 경우 해고할 수 있다고 보는 판례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노무사들에게 "근로자가 업무능력이 부족한데 해고가 가능한가?"라고 물어보면 보통 노무사들은 "불가능 하다"라고 답을 한다.
그렇다면 근로자의 업무능력이 어느 정도로 부족해야 해고가 가능할까?
위 판례에서는 근무실적이 다른 사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다소 낮은 정도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저한의 실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도'인 경우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근로자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해당 사례에서 근로자는 거수실적(보험계약을 체결하여 보험료를 입금시킨 실적)이 낮았는데, 근로자는 월 거수목표액에서 평균 22.1퍼센트 정도의 거수실적을 올리지 못하였는데, 이 거수 실적은 하위직급인 사원의 평균실적의 6퍼센트 정도에 해당되는 금액이었다. 즉, 일반직원의 실적에서 6퍼센트의 업무능력을 보인 상황이었다.
업무능력 미달로 인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다른 사례(1987. 4. 14. 대법원 86다카1875 판결)에서는 미수금 회수 실적에 있어서 다른 근로자의 실적이 4,150만원인데 반해 해고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의 실적은 330만원에 불과하였고(전년도에는 실적 없었음), 그간의 업무 태도도 지극히 불성실하여 (업무능력이 부족한) 근로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았다(아래 판례 참고).
종종 회사측에서 자문을 요청하면서 근로자가 업무를 못해서 해고시키고 싶은데 가능하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위의 판례에 나온 수치를 들면서 "다른 근로자가 100% 일을 할 때 해고시킬 근로자가 5~7% 정도 수준의 능력을 보인다면 해고시켜도 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만큼 업무능력 부족으로 해고를 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이고 고용노동부의 '쉬운 해고'지침이 나온 것도 그만큼 업무능력 부족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4) 비밀유지의무 위반
근로계약은 쌍무적 계약으로 근로계약의 주된 의무로 근로자는 근로제공 의무를, 사용자는 임금지급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근로계약에는 위와 같은 주된 의무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근로자에게는 성실(충실)의무를 사용자는 배려의무를 부담하는데 근로자의 성실의무의 대표적인 예에는 비밀유지의무가 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기업의 영업비밀에 대해서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유출하지 말아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여기서 영업비밀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비밀유지의무 위반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되기보다는 근로자의 겸직이나 경업과 함께 문제가 된다. 비밀유지 위반 그 자체만 살펴본다면 근로자가 유출한 정보 등이 실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유출의 횟수, 유출 경위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2015부해199판정은 지방노동위원회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영업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을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인데, 방문판매원들을 관리하는 근로자가 방문판매원들의 주민등록번호, 휴대폰번호, 주소 등 개인 신상에 해당하는 정보와 사용자의 영업비밀과 관련된 사항을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약 1년에 걸쳐 수차례 반복하여 유출을 하였고, 회사는 해당 사유로 근로자를 해고하였고 노동위원회에서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2011부해972 판정은 겸직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징계사유로는 삼을 수 있으나, 영업비밀유지의무와 관련하여서는 회사의 내부 교육자료는 학술자료로 전문서적 및 다른 회사의 홈페이지 등에도 게시된 일반적인 자료로 회사의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다만, 이 사건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에서 겸직금지 규정 위반에 따라 사용자와의 신뢰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영업비밀이 문제 된 사안이 아니라 겸직금지 규정이 위반된 사안이었다).
(5) 겸직·경업금지의무 위반
겸직금지는 현재 회사 외에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하지 않을 것을, 경업금지는 경쟁업종이나 직종에 해당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을 의무를 의미한다.
겸직금지와 경업금지의 개념이 유사할 수 있는데 양자를 구별하자면
겸직금지의 기본 취지는 근로관계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 겸직자체를 금지하는 것이고 경업금지의 기본 취지는 회사 영업비밀의 보호차원에서 영업비밀의 유출을 막고자 동종업종으로의 취업을 금지하는 것이다.
겸직금지의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시간 외의 활동은 근로자의 사적 영역에 해당하여 근로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속하는 것이므로 근로자는 겸직의 자유가 보장되는데 겸직금지의무 위반의 경우에는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신뢰관계 차원에서 해고의 정당성 유무를 판단하게 된다.
앞서 소개한 경기지노위 2011부해972 판정에서 비밀유지의무와 관련해서는 근로자가 유출한 자료가 회사의 자료 혹은 기밀자료의 유출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서 중노위 2011푸해916 판정에서는 비밀유지의무 위반이 아닌 겸직금지의무 위반에 초점을 맞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에서 근로자는 회사의 겸직금지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설립하였고, 그로 인해서 경기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경기지노위에서는 겸직금지규정을 위반한 사실만으로 해고처분을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중노위에서는 겸직으로 인해 신뢰관계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정리하자면 겸직금지는 노무제공의 충실성을 확보하기 위함이고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한 경우 해고의 정당성은 주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저해되었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반면 경업금지는 회사의 영업비밀의 보호에 있다. 따라서 경업금지의무를 두고 있는 경우 근로자가 동종의 업종에 근무에 근무하는 경우 영업비밀의 보호차원에서 해고의 정당성 유무를 판단한다.
겸업금지의무 위반에서 주로 문제되는 부분은 징계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퇴사 이후 경쟁업체나 동종업체로 취업하여 종전의 회사에 영업비밀을 새로 취업한 회사에 활용하는 것이 문제된다. 이 경우 이미 근로자가 퇴사하였기 때문에 해고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전업금지 가처분 신청이라든지 손해배상청구가 주로 문제가 된다.
경업금지의무 위반을 해고의 사유로 국한해서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한다면, 회사의 사업 활동에서의 이익과 비교하여 근로자의 직업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는 정도가 필수불가결·합리적인지 여부로 판단한다.
아래의 대법원 2010다99279 판결에서는 시사저널 소속 기자들이 대표이사가 기사 편집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발하자 회사가 기자들에게 무기정직 및 대기발령을 시켰고, 정직기간 동안 일부 기자들이 시사IN을 발간하는 경쟁매체를 발간 즉,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여 근로자들을 해고한 사건이었다.
위 판결에서 법원은 근로자들이 다른 직장에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당해고라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해서 초래된 것'이라고 하여 경업금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즉, 경업금지의무 위반의 사례에서는 경업금지를 위반했는지 자체도 중요하지만, 근로자가 경업금지를 위반하게 된 경위도 함께 판단되어야 한다.
(6) 횡령·착복 등
우리는 가끔 신문기사에 대기업의 어떤 직원이 수억 원대의 회사 재산을 횡령하였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분노하기도 하고 버스운전기사가 몇 천원의 요금을 횡령·유용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자가 해고당하였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분노하기도 한다.
양자의 사건은 횡령 금액의 과다를 기준으로 대상을 달리 정하여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덜 가진 나를 생각하며 횡령한 직원에 대해 분노의 감정이 일게 되며 버스운전기사의 사례에는 몇 푼 안 되는 돈을 가지고 운전기사를 해고한 버스 회사에 대해 분노의 감정이 일게 된다. 그러나 횡령을 이유로 하는 해고에 있어서는 대부분 금액의 다과에 관계없이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하게 된다.
광주고등법원(전주) 2015나102250 판결에 따르면 버스요금 2,400원을 횡령한 고속버스 운전기사를 해고한 것은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위의 판결 외에도 2,600원을 횡령한 상황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사례(2004. 4. 28. 대법원 2004두2714 판결), 800원을 횡령한 상황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사례(2011. 12. 2. 서울행정법원 2011구합27876 판결)도 존재한다.
횡령과 관련해서 법원의 입장을 굳이 대변하자면,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만약 2,400원의 횡령으로 인한 해고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의 금액을 횡령해야 해고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10만원? 100만원?
법으로 횡령한 금액을 정하고 이 부분을 기준으로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못 박을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은 일이다. 따라서 법원은 법적 안정성의 확보 차원에서 금액의 다과를 묻지 않고 '신뢰의 훼손' 차원에서 해고의 정당 유무를 판단하고 있다.
(7) 경력사칭
회사가 근로자를 채용할 때 학력이나 경력을 채용조건으로 요구하는데 이때 근로자가 학력이나 경력을 사칭하거나 숨기는 경우 문제 될 수 있다.
예전의 판례는 이른바 '가정적 인과관계'에 따라서 경력사칭 자체를 문제로 회사가 경력사칭을 알았다면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판단되면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의 판례는 '현실적 인과관계'에 따라 고용당시의 사정뿐만 아니라 고용 후 해고까지 근로자가 종사한 근로내용과 기간, 허위기재를 한 학력 등이 정상적 근로제공에 지장을 가져오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실제 경력사칭이 고용관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여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한다.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에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과 기업 내부의 징계절차에 따른 절차적 정당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로 규정해 놓고 있으며, 기업내부의 징계절차의 경우에는 기업 내부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있다면 그 규정에 따라 절차를 거쳐야 한다.
(1) 해고의 서면통지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사유등의 서면통지)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하며,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경우 그 해고는 무효가 된다.
근로기준법 제27조【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①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②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제1항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③ 사용자가 제26조에 따른 해고의 예고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
· 해고의 예고와의 구분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른 해고의 서면통지와 별개로 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에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전에 '해고예고'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26조의 해고예고에 관한 규정은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해고예고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고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즉, 해고예고는 해고의 절차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27조와 근로기준법 제26조의 관계를 살펴볼 때 다음의 네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 조건을 붙인 해고
해고는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이다. 따라서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가 상대방의 동의가 있는 경우나 상대방에게 이익만을 주는 경우가 아닌 한 해고에는 조건을 붙일 수 없고 조건을 붙인 해고(해고의 서면통지)는 조건만 무효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법률행위 전부가 무효가 되므로 조건뿐만 아니라 해고의 의사표시까지 무효가 된다.
민법 제137조【법률행위의 일부무효】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인 때에는 그 전부를 무효로 한다. 그러나 그 무효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될 때에는 나머지 부분은 무효가 되지 아니한다.
(3) 해고사유와 시기의 기재
해고사유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해고의 사유로 기재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의 구체성이 있어야 하며 단순히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조문만을 나열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7조의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해고시기는 해고의 효력을 발생시키고자 하는 시기를 말한다.
(4) 서면통지의 방법
서면으로 통지하는 방법에는 근로자에게 직접교부하거나 인편·우편으로 교부하여도 무방하지만 근로자에게 '서면'이 도달하여야 한다. 여기서 이메일에 의한 통지를 '서면통지'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위 판례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판례는 해외연수로 국내 근로자와 다르게 정상적인 방법으로 서면을 수령할 수 없는 상황에서 평상시에 회사와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아온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 측의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를 근로자가 정상적으로 수신하였다면 '서면'에 의한 통지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실무상으로는 위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에서 '서면'은 종이로 된 문서를 의미한다.
(1) 소명기회의 부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소명기회를 부여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면 되는 것이고 반드시 근로자의 '소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명기회를 부여했는데 근로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통보만으로 징계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소명·진술기회가 부여됐는지 여부는 형식상으로 부여됐는지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었는지 여부로 판단하게 된다.
(2) 징계위원회의 구성
기업에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 징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근로자측이나 노동조합의 대표가 참가하도록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이 규정을 위반하여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였다면 징계절차는 무효가 된다. 다만, 근로자측이 스스로 근로자측 위원 선정을 포기하였다면 근로자측 위원이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를 할 수 있다.
(3) 재심절차
기업의 징계규정에 마치 노동위원회에서 지방노동위원회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거치는 것과 같이 기업 내부적으로도 1차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에 대해서 근로자가 불복하는 경우 재심절차를 두는 경우가 있다. 판례는 기업 내부적으로 규정해 놓은 재심절차도 원래의 징계절차와 함께 전부 '하나의 징계절차'라고 본다.
따라서 최초 1차 징계위원회에서 소명기회가 부여되지 않았거나 기타 절차 위반의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재심과정에서 최초의 징계절차 위반의 하자가 소명기회의 부여 등으로 치유되었다면 징계절차의 위반은 없게 된다.
(4) 일반해고와 징계절차 규정
징계에 관한 규정은 징계해고에 적용된다. 따라서 근로관계의 종료사유가 징계해고가 아닌 일반해고, 당연퇴직 등에는 징계절차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징계해고에 해당하는데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반해고를 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징계해고가 아닌 일반해고로 번잡스러운 징계절차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는 기본적으로 징계해고사유에는 해당하나 통상해고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사용자가 통상해고처분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위와 같이 사용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더라도 해고가 당연시 될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 한다.
다시 말해 징계해고사유로 통상해고를 하는 것은 해고의 절차를 보장한 관계규정의 취지가 회피되고 근로자의 지위에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더라도 해고가 당연시 될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징계절차 없이 통상해고(일반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
(5) 이중징계의 금지
형사소송법에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어떤 사건에서 판결이 확정되었다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공소를 제기하여 심판할 수 없다. 같은 잘못에 대해서 이중으로 징계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이 원칙은 징계해고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정당한 징계사유로 근로자를 정직처분 했다면 다시 동일한 사유를 들어 근로자를 징계해고 시킬 수 없다. 다만, 사용자가 스스로 종전의 징계를 취소한 후 새로운 징계를 하거나, 새로운 사유로 징계를 할 때 종전의 징계를 참작만 하는 경우에는 이중징계에 해당되지 않는다.
(6) 형사상 범죄와 유죄판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징계해고사유로 '형사상의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경우'로 해고사유를 규정하고 있다면 근로자를 형사상 범죄를 이유로 해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형사상 범죄에 따른 유죄판결은 '미확정의 유죄판결을 포함한다'는 등의 규정이 없는 이상은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에 단순히 유죄판결을 받았음을 이유로 해고시킬 수는 없다.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징계수단이 남용된다면 형평의 원칙에 위배되어 징계가 무효가 될 수 있다.
형평의 원칙이란, '평등대우의 원칙'이라고도 하며, 근로자들 사이에 동일한 비위행위가 있는 경우 징계처분의 정도를 서로 달리해서는 안 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종전의 징계처분과 다르게 (무거운)징계처분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근로자들의 비위행가 동일하거나 유사하지만 각 근로자별로 징계처분의 정도를 달리 두어 징계처불을 하는 경우에는 형평의 원칙에 반하게 된다.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을 따지게 된다.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는 사용자의 (징계)해고가 있는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문제에 해당하게 된다.
그러나 해고 혹은 징계의 대상자가 여러명이라면 각 근로자별로 비교하여 징계처분이 형평성에 맞는지 판단을 하게 되므로 근로자들 받은 각 징계처분의 수위의 비교가 문제 된다.
다만, 형평의 원칙은 엄밀히 말해서 실체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근로자의 비위행위가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사유까지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근로자에게 (징계)해고를 한다 하더라도 그 징계가 정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형평성의 문제는 결국 해고의 실체적 정당성에 포섭되는 개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해고가 정당한지 부당한지는 위에 열거한 사례와 절차 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해고가 정당한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판례가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의 판단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하는데 사실 이 부분은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있어서 근로자가 어느 관점에서 어느 정도로 주장을 하는지, 사용자측의 대응의 정도로도 달라질 수 있다.
해고를 당한 근로자로서는 해고자체로 부당함을 느끼기보다는 실체적 절차적으로 해고가 정당한지 부당한지를 판단하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어느 부분을 중점적으로 주장을 하여야 하는지 고민의 과정을 거쳐볼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