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르는 풀과 들꽃과 나무들과 새들에게)
저를 그냥 잡초라고 부르지 마세요
당신을 잡놈이라 불러도 좋은가요
그래도 좋다면 저도 나무라지 않겠습니다만
저를 그냥 풀꽃이라 부르지 마세요
당신더러 그냥 저 사람이라 부르면 어떤가요
그래도 아무렇지 않다면 저도 말하지 않겠습니다만
저를 그냥 나무라고 부르지 마세요
저를 그냥 꽃이라고 부르지도 마세요
저를 그냥 텃새라고 철새라고도 부르지 마세요
저에게도 당신만큼 예쁘고 소중한 이름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저를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제가 당신더러 이 아무개라 부르지 않는 것처럼
저를 보시거든 그 이름 자연스레 불러주세요
(이름을 몰라 불러보지 못한 풀과 꽃들과 새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