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른, 진짜 나는 누구인가?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프롤로그


“위로 좀 그만해! 너희들은 엄청나게 노력해서 잘 먹고 잘살잖아. 어디 하나 기댈 것 없는 애들은 자기 노력에라도 기대야 하는데…. 너희들은 성공하기 전까지는 너희 자신에게 쉬라고 말하지 않을 거면서 멋모르는 애들한테 위선 떨지 마!”



청춘을 대상으로 한 어느 유명 가수의 강연 영상에 달린 댓글이다. 최근 몇 년간 좌절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동기부여 콘텐츠가 유행했다. 하지만 꽃에도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 법. 위로 콘텐츠의 범람으로 청년들은 싸구려 위로에 오히려 시들어버렸다. 수많은 조언 때문에 나를 잃어가고 있는 청년들 사이에 요즘은 쉽고 빠르게 돈을 많이 버는 콘텐츠가 유행이다.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 청년들에게 오직 돈 하나만 위로가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리다.


참 살기 힘든 세상이다. 단군 이래 역대급 고학력인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한다. 입시 지옥을 견디면 취업 천국이 펼쳐진다는 사탕발림에 죽도록 노력했지만, 청년 체감 실업 인구 100만 명 시대가 되었다. 취업 전쟁에서 겨우 살아남은 이들도 부모 세대처럼 열심히 일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수직 상승하는 우주선처럼 치솟는 집값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배부른 꼰대들은 말한다. “요즘 것들은 배가 덜 고파서 그래. 꿈을 갖고 죽도록 노력하면 되는데 너무 나약해.” 하루하루 살아남기에도 급급한 청년들에게 무슨 여유가 있겠는가? 연애도 사치처럼 느끼는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안드로메다에 사는 외계인 이야기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는 집과 경력까지 포기하는 오포세대가 되었고, 여기에 희망과 인간관계마저 포기하는 칠포세대가 되어버렸다. 최근에는 신체적 건강과 외모를 포함해 9가지를 포기하는 구포세대도 등장했다. 도대체 무엇을 더 포기하라는 말인가?


돌아보면 나는 서른이 될 때까지 나 자신을 포기한 채 살았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져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쩌다 서른이 되니 당혹스러웠다.


서른에는 뭐라도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현실이 야속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피부에 와닿자 치열한 서른 춘기가 시작되었다.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를 통해 대한민국에 사는 밀레니얼 세대로서, 서른을 통과하고 마흔을 바라보는 30대로서 나의 지독했던 서른 앓이와 치유의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는 삶의 고구마 같은 고민에 몸부림치다 만난 책의 사이다 같은 문장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나도 그 어떤 알량한 조언이나 싸구려 위로로 청년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 어쩌다 맛집을 발견하면 친구들에게 소개하지 않고는 못 배기듯이 서른의 깊은 고민에 허기진 우리와 맛있는 문장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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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쉽게 정의할 수 없지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질문이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중요한 인생 과제다. 1장에서는 인생을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치유해준 문장을 담았다.


서른이 되면 삶의 다양한 변화가 들이닥친다. 취업, 승진, 결혼, 출산 등 삶의 곡선이 요동치며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라는 생각에 묘한 책임감까지 어깨를 짓누른다. 2장에는 급격히 높아진 삶의 난이도를 극복할 나다운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어루만진 문장을 실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화되면서 관계에서도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계의 적정 거리는 얼마일까? 3장에는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멘토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진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을 낫게 한 문장을 수록했다.


좋은 차일수록 엔진 성능만큼이나 브레이크 성능이 탁월하다. 한창 달려가는 서른에게도 쉼이 중요하다. 나를 소중하게 다루고 돌볼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4장에는 답답한 삶 속에서 어떻게 나를 숨 쉬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아물게 한 문장을 소개했다.


출간을 앞두고 기쁜 소식을 들었다. 내가 진행한 독서 모임 ‘어쩌다 서른’에 참여했던 한 청년에게 며칠 전 연락이 왔다. “잘 지내시죠? 저 감사 인사드리려고요! 독서 모임 때 나를 알아가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직할 때 이걸 레퍼런스로 활용했거든요. 덕분에 이번 주부터 새로운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독서 모임 당시 이직 고민을 하던 30대 참여자였는데 나 자신을 알게 되니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독히 아팠던 나의 서른 앓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너무 많은 고민을 짊어지고 있는 30대에게, 서른 앓이로 고통스러운 우리에게 이 책이 얕은 위로가 아닌 깊은 공감으로 다가가길 바란다.


최근 네 살짜리 아들과 두 살짜리 딸이 번갈아 가며 입원하는 바람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아이들은 아픈 뒤에 부쩍 큰다고 하는데 실제로 두 아이가 눈에 띄게 자라는 것을 실감한다. 어디 아이들뿐이겠는가? 내게 서른 앓이는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내가 온전히 내가 되는 것. 그것이 서른의, 아니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 아닐까.




2021년 여름

김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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