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본 중국 - 우한 2편
혼자 여행을 갈 때는 주로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편이다. MBTI 역시 ENTJ 이기 때문에 계획적이고, 꼼꼼한 편이며 직접 여행을 가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이번 우한 여행은 본래 "혼자" 떠나려고 했던 여행이었으나, 같은 반 독일 친구 쑨야와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했었다. 하지만 나에 비해 쑨야가 표를 너무 늦게 샀기 때문에 抢票 조차 얻지 못했고, 혼자 떠나게 되었다.
성인이기도 하고, 준비도 철저히 했기 때문에 순조로운 여행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혼자 여행을 떠난 사실을 안 부모님께서 엄청 화를 내셨고, 10일 동안 말을 하지 않는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장강 대교의 야광과 불꽃놀이는 보지 못한 채로, 저녁 5시부터 숙소에 있는지 확인 전화를 하시는 부모의 성화에 못 이겨, 방에서 샤오 카오(烧烤)와 맥주를 먹으며 일찍 잠들었다.
우한에서의 여행은 혼자였기 때문에 더욱 재밌는 일화가 많은 편이었다.
사실 중국 기차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주변에 교환학생으로 중국을 떠난 사람들이 많았고, 기차 여행을 하면서 친구들도 많다고 해서 나에게도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떨리는 마음을 앉고 기차를 탔지만, 진심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전에 내가 먼저 아침을 먹으면서 옆 칸에 누워있던 언니에게 말을 걸게 되었고, 그러다가 한 칸에 탄 모든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기차 편은 따로 작성을 할 계획이라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겠지만, 그러다가 좀 훈훈한 중국 남성분과 우창 역에서 어느 정도까지 동선이 겹쳐 같이 다니게 되었다. 이 남자분은 자기가 챙겨 온 일용할 양식과 과일들을 처리하지 못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면서 말을 하게 되었는데 나에게는 밀봉된 빵을 주었다. 보통 낯선 사람이 주는 걸 먹지는 않지만, 빵이라 먹었다.
우한만 3번째 방문이라는 그는, 사람도 적당히 많고, 맛집도 많은 우한이 좋아서 북경에서 휴가 때마다 놀러 온다고 말했고, 혼자 온 나에게 원한다면 함께 다니자고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注意安全이라는 말을 반복했다.(개인적으로 낯선 당신과 다니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ㅎㅎ) 치안은 좋지만, 혼자 다닐 때는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고도 계속 말해줬다.
황허루(黃鶴樓)는 중화인민공화국 후베이 성 우한 시의 양쯔강 강변에 있는 유명한 역사적 누각으로 악양루, 등왕각과 함께 중국 《강남 삼대 명원》의 하나로 손꼽힌다. 각 층마다 보이는 풍광이 다르며, 황허루의 꼭대기에서는 양쯔강을 가장 잘 조명할 수 있다. 외양은 고대의 황허루이지만, 잦은 파괴와 중수로 인해 최근에 중수되어 현재는 내부에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출처: 위키백과
중국에서 첫 5A 국가급 관광지로 선정된 곳이기도 한 황허루는 '천하 강산 제일 누각'이라는 애칭도 가지고 있다. 누각에서 바라보는 황토 빛의 장강과 푸른빛의 한 수가 만나는 풍경과 함께 장강 대교, 우한 3진이 한눈에 들어오는 주변 경관들은 아름다움에 운치를 더한다
-출처 : 경인매일(http://www.kmaeil.com)
이화원에 가기 전까지는 황허루 계단이 제일 많은 줄 알았다. 그리고 보통 중국의 관광지들은 입장료가 학생증 할인을 받으면, 저렴한 편인데 입장료가 많이 비쌌다. 학생증 할인을 받아서 최소 25원 이상이었다. 그리고 국제 학생증은 소용없는 곳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학생증 할인을 받고자 하면, 중국 학생증이 확실히 편하다. 국제 학생증이 아얘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주로 거절을 당한다. 다 방문할 수는 없었는데 그중 황허루가 첫 AAAAA급으로 선정된 국가급 유적지라 하여 방문하고자 했다.
황허루에서는 우한 시내 전체를 동서남북으로 조망할 수 있으며, 앞에는 장강 대교가 있어 장관을 이룬다. 많은 문인들이 이 곳에서 흘러가는 장강을 보며 시를 쓰기도 했고, 이백이 자신의 친구인 맹호연을 떠내 보내면서 쓴 시인 '황허루 송맹호 연지 광릉' 은 해당 시의 배경이다. 그 외에도, 쿵후 판다 2의 배경이 황허루가 되었다고 한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거리가 없다고 하는데, 이 두 스폿이 나에겐 그런 느낌이었다. 황허루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보이는 곳이 후부 샹이고, 후부 샹 끝자락에는 장강 대교가 나온다. 분명히 인터넷에서는 야시장 뺨치는 먹거리와 사람으로 가득한 곳이 후부 샹이라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사람도 별로 없고, 먹을 것도 별로 없었다. 기차에서 먹은 빵 한 조각이 전부였고, 우한 자체가 너무 더웠는데 당시 옷차림이 (가을용 재킷 + 스웨터 + 가을 슬랙스) 였기 때문에 땀에 절어있던 나는 결국 거리 앞 쪽에 있는 타이 망고에 가서 망고 주스를 사 먹었으나 가격 사기를 당했다. 하나에 30 위원(한화 약 5100원) 었던 이 음료수는 후부 샹 끝자락에 가니 반토막 가격으로 팔고 있었고, 라지 사이즈만 파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이즈로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었었다.
었고, 라지 사이즈만 파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이즈로 합리적인 가격에 팔고 있었다. 망고 주스를 들고 후부 상을 나가니 장강 대교가 눈 앞에 보였다.
사실 내가 기대한 것은 '금문교' 정도의 스케일이었다. 길이 면과 강의 사이즈를 생각했을 때는 금문교와 비슷할 수 있겠지만, 그냥 한강에 있는 동호 대교 느낌이었다. 방문 당일 날씨가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이었어서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장강 대교까지 구경을 하고 나니 낮 12시였다. 체크인을 3시 이후여서 들어갈 수 없었고, 우한에서 지음호 공연/ 동호 서호 크루즈 탑승을 하지 않는 여행객이라면 벌써 구경하고자 하는 여행지의 1/3 은 다 봤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정에 없는 계획이었지만, 한커우 쪽으로 넘어가 보기로 했다. 우한까지 왔는데 배는 타야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부모님의 반대로 야경 구경은 물 건너갔으니 이렇게라도 우한을 즐기자는 셈이었다.
한커우는 중국 상하이 조계지, 난징 시루, 난징동루가 생각나는 곳이었다. 바이브가 굉장히 비슷했다. 내리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처음에는 우한 미술관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입장료가 조금 비싸서 그냥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쭉 돌았다.
숙소 체크인을 끝내고, 탄 화린에 가서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하려고 했다.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혼자 떠난 여행에서 이런 여유쯤은 괜찮을 것 같았다. 체크인 후 옷도 좀 갈아입고 시간을 봤더니 4시쯤이었는데 숙소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출발하려다가 한 블로그에서 탄 화린은 너무 늦게 방문하면 으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자전거를 멈추고 거리를 보았는데, 솔직히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다. 가격도 일반 카페의 2배 정도였고, 엽서나 작은 기념품만 잠깐 사고, 카페는 구경 정도만 해도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느낀 것은 밤에 오면 엄청 어두워지고, 일반 시민들이 사는 거리가 많아서 한 블록만 지나도 관광객들은 괴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탄 화린에서 동호 서호가 있는 한지에로 가기 위해서는 30분 정도 버스를 타야 하는데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초등학교. 중학교가 나와서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반 서민들이 사용하는 시장을 거쳐가야 한다. 시장은 안전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모두가 중국인이고 내가 외국인임을 그들도 인지하는 느낌이었고, 상가마다 정말 토속적인 모습(마작도 하고, 돼지도 잡으시고, 거래도 하시고 등등)들을 볼 수 있었다. 여행은 1순위가 안전이기 때문에 숨을 죽이고 이 거리를 지나자마자 '모택동 생가' 표지판을 보았다. 시간이 없기도 했고,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아서 모택동 생가를 뒤로 한 채 한지에로 가는 버스를 탔다.
혼자 여행을 갈 때 힘든 첫 번째 포인트는 나의 행선지, 버스나 택시를 탔을 때 내려야 하는 지점을 내가 알아서 최대한 잘 기억해야 한다. 내 앞가림, 내 안전은 내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간 한지에는 엄청 깨끗한 곳이었다. 지도 상에는 강을 끼고, 쇼핑거리가 늘어져 있는 곳이며 근처에 완다 백화점도 있었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이 와서 놀기 좋은 곳이었다. 더운 날씨에 맞게 옷도 새로 사기 위해서 한지에를 갔다.
일정이 너무 피곤했던 탓인가 버스에 타자마자 옆자리 할머니에게 기대서 잤다. 차가 급정거해서 눈을 뜨고 보니 한지에에 도착해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엄청 민망했던 것은 꿈에서 중국 사람들이 너 엄청 피곤해 보인다고 말하는 꿈을 꿨는데 아마 현실에서 나를 두고 했던 말들 같다. 이 날 하루 종일 한 끼도 안 먹었기 때문에 한지에에서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을 준비를 했었다.
하지만 중국 여행을 혼자 다니면 힘든 두 번째 포인트는 "음식"이란 것을 여기서 알게 되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중국은 여러 명이서 음식을 여러 개 시켜서 나눠먹는 문화가 발달되어있기 때문에 혼자서 음식을 시키면 엄청 부담이 된다. 또, 한지에 같이 쇼핑거리인 곳은 음식이 싸지 않다. 결국 맥도널드로 발을 돌릴 수 없었다. 그래도 나름 든든하게 먹었다. 맥도널드 앞에 보이는 강을 보면서 버틸만했지만, 이 역시도 기대 이상은 아니었다. 분명 블로그나 사진 속에서는 강이 엄청 예쁘게 보였는데, 그냥 실제로 보니 도림천이었다.
세 번째로, 중국 여행을 혼자 다니면 위험한 상황에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한다.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긴 하지만, 밥을 먹고 길거리를 걷는데 이상한 사람이 계속 따라붙으면서 자기네 영어 학원에 등록하라고 따라붙었다. 옆에 있는 스파오로 들어가 버리고 나니 따라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 여러 명이 같이 있다면, 덜 당황할 테니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대표 음식을 먹어보듯, 나도 우한의 대표음식을 꼭 한 가지 이상 먹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매 끼니를 열간면으로 먹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래 사진은 우한대 앞에서 먹은 아점으로, 여기서 처음으로 열간면을 먹었다. 혼자 여행할 때는 비싼 거 먹기 <<<< 많이 보기, 많이 다니기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식비로 생각한 지출은 최대 한 끼당 15위안이었고, 이걸 충족하는 건 단연코 러간미엔 밖에 없었다. 그중 소고기 열간면이 가장 유명한 음식으로, 조식으로 가장 많이 찾는 음식이라고 한다. 열간면은 베이징(北京)의 짜장면과 산서(山西)의 산시 도삭면, 란주(蘭州)의 란주 미엔, 사천(四川)의 탄탄미엔과 함께 5대 중국의 국수로 인정된다.
하지만 다른 음식은 못 먹고, 열간면만 먹어서 아쉽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