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출범한 새 정부의 미세먼지 관련 공약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획기적인 감축 공약들을 제시하였었습니다. 주된 내용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임기 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 추진 : 발전소, 경유차 대책 등
○ 강력하고 촘촘한 미세먼지 관리대책 수립 : 기준강화, 취약계층 보호 등
○ 「미세먼지 대책기구」 설치 : 대책 수립, 이행점검 등
○ 한중 정상외교의 주요의제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 : 협력강화 등
이러한 기본적 문제 인식 때문인지, 5. 9일에 취임한지 5일 만에 미세먼지 응급대책으로서 노후 화력 발전소를 8기나 셧다운(´17.6월 한 달 동안)시키고, 미세먼지 대책 기구 설립을 지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의 효과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호에서 이야기 한 바가 있었지요. 한겨레신문의 이 링크 기사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04184.html
이에 따라 5. 25일부터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 TF가 구성·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미세먼지에 대한 관계부처 종합대책은, 바로 1년 전인 ’16년 6. 3일 박근혜 정부 때에도 봄철 미세먼지 오염도 증가에 따라 수립되고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새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
기재부․산업부․환경부․국토부 등 4개 주요 관련 부처, 그리고 교육부, 과기정통부, 외교부, 보건복지부, 해수부 등의 유관 부처가 참여한 TF에서는 1년 전에 수립되었던 미세먼지 대책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문대통령의 미세먼지 관련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대책 수립에 착수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시민사회, 전문가 등 사회적 의견수렴도 병행하였습니다. NGO 대표들은 주로 소통을 통한 국민 공감대 확보, 학생․어르신 등 민감 계층 보호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17년 9월말에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종합대책에서 새로 분석한 미세먼지 발생원 분석을 보면, 국내 발생 요인 중 매연, 검댕이나 도로에서 날리는 비산먼지 같은 직접 배출원인보다, SOx나 NOx같은 오염물질들이 대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서 생성된 미세먼지의 비율이 전국 기준 전체의 72%로 1년 전에 비하여 약 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책의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다운 => https://bit.ly/2lRM38T )
금년 5~6월 NASA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공동으로 매우 작은 미세먼지인 PM1 (지름 1㎛ 이하)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봐도, 직접 배출원에서 배출된 미세먼지이기 보다는 2차 생성된 오염물질로 인한 미세먼지의 비중이 75% 내외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이는 1년전 그맘 때 쯤의 조사 결과였던 63%에 비해 12%p나 상승한 수치입니다. 특히 수도권은 75% 원인 중 절반이 넘는 것이 NOx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 차량에 의한 오염 기여도가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로운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의 특징과 주요 내용
새롭게 마련된 미세먼지 관리 대책 내용 중에서 눈에 띄는 내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ㅇ 건설 승인된 신규 석탄발전소 9기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 NOx 배출부과금제 도입
ㅇ 수도권 외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관리 지역을 충청등 3개 권역 추가
ㅇ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위한 실내기준 신설
ㅇ 유치원, 학원 통학차량을 LPG, LNG 같은 저공해차로 전환하고, 학교 인근 측정소 확대
ㅇ 이런 조치들로 22년까지 국내 배출량 30% 저감 목표 (’16년 대책은 ’21까지 14% 감축)
이 대책의 주요 내용들을 1년 전 이전 정부의 종합대책과 비교해 보면
환경부가 올해 초에 발주한 미세먼지 대책 홍보 용역의 제안 요청서를 보면,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내려진 날에 KF80 수준 이상의 보건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직접 홍보 방법으로, 가두에서 이런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착용 요령을 알려주라고 합니다.
바로 이전의 글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저는 이런 정부 대책은 심히 잘 못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미세먼지 오염도가 아주 높을 때 발령하는 경보 수준의 오염도에서도, 입으로 호흡하는 것을 삼가하고 코로 호흡하면서 심한 운동만 하지 않으면 미세먼지 흡입량을 대폭 줄일 수 있음이 이전 글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 있습니다.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가득한 풍경을 한번 상상해 봅시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매우 심해서 거리의 교통신호등이 잘 안 보일 정도였던 중국의 대도시들에서는 정부가 마스크를 쓰라고 하지 않아도, 시민들이 견딜 수가 없어서 마스크를 착용한 풍경입니다. 그런데 20~30년 전에 비하여 1/4 수준으로 오염도가 감소된 우리나라의 현재 상태에서, 사진의 저런 모습이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에서 등장한다? 과연 이런 조치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일어날 부작용들을 고려한 신중한 정책일까요?
아니나 다를까, 최근 감사원은 이런 마스크 착용 무작정 권고 방식의 정부 대책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이 링크의 기사에 구체적으로 언급은 안 되어 있지만, '사용자가 착용하기 적합한 마스크의 크기 정보'라는 말은 어린이가 쓰기에 적합한 마스크가 없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저는 봅니다. 성인의 폐활량 기준으로 만들어진 보건 마스크 규격을, 폐활량이 훨씬 적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착용했을 때 얼마나 갑갑했을지요. 또 고혈압이나 폐질환을 이미 앓고 있는 노약자들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