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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어떻게 줄이고 대처할 것인가? - 2/4부

2부 -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 수준

by CQ CQ Park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미세먼지 오염도에 대한 국민 인식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서울 등 7대 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오염도 인식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었다. 그 결과, 최근 미세먼지 오염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는 응답이 무려 87.7%였다. 10년 전과 비교해서 어떤지 묻는 질문에도 나빠졌다는 의견이 80.4%(매우 나빠졌다 23.4% 포함), 변화가 없다는 의견 16.5%, 개선됐다는 의견은 극소수인 3%였다.

그러나 실제 오염도 측정 결과 데이터들을 보면, 과거 20년간 미세먼지(PM10) 오염도는 계속 감소해 온 추세이다.

못 믿으시겠다고요? 작년에 새 환경부 장관에게 보고한 환경부 내부 문서에서 발췌한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미세먼지(PM10)의 연평균 농도 추이


연도별 오염도 수치가 들쑥날쑥했지만, 점선으로 나타낸 추세를 보면 전국적으로는 감소하는 모습이 확실하다. ’ 12년은 강우량 등 기상 여건이 좋은 이유 등으로 전국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많이 감소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 13년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많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점선으로 표시된 추세를 보면 PM10의 오염도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16년 시․도별 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

위 그림은 2016년 전국 주요 도시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PM2.5) 오염도와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초과한 날짜 수를 나타낸 그래프이다. (출처는 위에서 언급한 환경부의 내부 보고서)

전국의 주요 도시들에서 동시에 환경기준을 초과한 날이 10일이었고, 기준 초과일 수가 가장 적은 도시는 세종시, 가장 많았던 곳은 전북 지방이었다. 공장도 별로 없는 전북 지방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다른 지역들에 비해 높은 것이 의외지요? 경기도는 서울에 공산품을 제공하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오염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전북은 왜? (전북에는 제 기억에 약 7개소의 미세먼지 측정소가 있음)

아래 그림은 작년 12월 현재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소 현황을 나타낸 것이다.

(그림 출처 :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788)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61개소로 모두 해안가에 있다. 석탄을 중국, 러시아, 호주 등에서 주로 수입하기 때문에 석탄 (구체적으로 무연탄)을 하역해서 이동하기 가까운 곳에 입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체 61개소의 석탄발전소 중에서 절반인 30개소가 충남에 있다.

위 그림에는 보령이 전북보다 상당히 위에 있는 것처럼 그려져 있는데, 실제로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전북의 군산 바로 위가 충남 서천군이고, 그 바로 위 지방이 대천해수욕장이 있는 보령시다. 군산에서 약 40km 거리밖에 안된다. 전북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이유는 이 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된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 수준

약 2년 전에 미국의 예일대가 조사한 자료라면서, 우리나라의 대기 질 수준이 세계 최악 (180개 국가 중 모든 대기 오염 항목에서 170위 이하)라는 기사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그 덕분에 공기정화기를 집에 장만한 분들 꽤 많을 걸로 압니다.

그러나, 그 예일대 조사보고서는 학술논문으로 발표되지도 못한 조악한 근거에 기반한 모델링 결과 보고서에 불과한 것이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환경부 출신이라고 해서 안 믿으실지도 모르니, 환경부를 가장 매섭게 비판하는 NGO 중 하나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신 아주대 장재연 교수의 글을 아래 링크로 인용해 드린다.

http://kfem.or.kr/?p=188162

이 장재연 교수가 그래프로 표시한 서울시의 미세먼지 오염도 추이를 아래 그림으로 소개한다.


미세먼지를 측정하던 방법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더욱 정밀하게 변해왔기 때문에, 오염도 측정단위가 TSP (지름 50㎛ 이하 총량)에서 PM10, PM2.5로 변해 와서 정확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TSP 측정치의 약 70%를 PM10 오염도로, PM10 측정치의 약 50%를 PM2.5의 오염도로 대략 추산해 볼 수 있다.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미세먼지 오염도는 과거 30년간 꾸준히 나아졌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과거에 하루만 와이셔츠를 입으면 와이셔츠 깃이 새까맣게 되던 일이나, 버스 정류장이나 언덕길에서 버스 매연이 시커멓게 뿜어져 나오던 일은 잊었나 봅니다. 위에서 언급한 장재연 교수가 대학원생 시절인 80년대 말에 서울시의 의뢰를 받아서 국내 최초로 PM2.5 오염도를 측정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는데, 당시 측정된 서울시의 PM2.5 연평균 오염도는 109㎍/㎥로 요즘 오염도의 4배 수준이었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이렇게 줄어든 정책 요인들은 80년대부터 연탄 대신 LNG 보일러를 수도권 아파트에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한 것이 첫 번째이다. 아파트에 도시가스 공급망이 보급되자, 인근의 빌라나 단독주택들도 배관 연결이 쉬워져서 LNG를 난방과 취사연료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도 초반부터 시내버스 연료가 디젤에서 LNG로 대체된 것도 매우 큰 영향을 주었고, 석유류 제품 중의 납이나 황성분을 대폭 낮추도록 규제한 것도 미세먼지 저감에 큰 기여를 했다.

미세먼지. 줄여나가야 할 대상이긴 하지만 세계 최악 수준이라든지, 과거보다 훨씬 나빠졌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렇게 과거에 비해 꾸준히 개선되어 왔는데도, 최근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지나친 공포가 생긴 이유는 정부의 대응 잘못과 언론의 지나친 과잉 기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다음 글에 계속...


[쉬어 가는 이야기 : 고등어와 삼겹살이 미세먼지의 주원인이라고?]

2년 전쯤에 환경부의 연구결과라면서, 고등어와 삼겹살을 요리할 때 집안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기사들이 언론에 나오면서 고등어 어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뜻하지 않게 많은 피해를 본 일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시에 환경부에서 배포했던 보도자료의 제목은 ‘요리할 때에는 꼭 창문을 열고 환기하세요!’였다. 고등어나 삼겹살을 굽거나 하는 요리과정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는데, 싱크대의 Fan을 돌리거나 창문을 열어서 15분 정도 환기를 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홍보 계도성 보도 자료였다. 아래 링크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ㅎㅎ

https://bit.ly/2xjlz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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