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를 내렸다. 표면적인 이유로는 "어려 보이는 거 정말 싫었는데, 다시 어려 보이고 싶어진 걸 보니 나이를 먹긴 했나 봐요."를 내세웠으나,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건 이제는 적당히 숨길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부분 탈모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가르마를 옮겨 타 그것을 보이지 않게 숨기려면 아무래도 앞머리를 내리는 편이 제일 자연스러웠다.
휴, 내가 이거 기른다고 일 년간 얼마나 고생했는데…
“너 여기 왜 이래? 언제부터 이랬어?”
“… 스트레스 때문에, 작년 여름부터”
나는 스트레스를 심히 받으면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두피염이다. 대개 가벼운 증상이니 1~2주면 자연히 가라앉지만, 이번에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지 벌써 다섯 달이 더 지났다. 그 사이 조금만 건드려도 진물이 나고, 피가 배어 나오는 통에 그곳이 성할 리 없었다. 더군다나 상처를 가만두지 못하는 강박적인 성미까지 지녔으니, 탈모가 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진행 중인 부분 탈모가 이제 세 곳이다.
그와의 이별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 작년 여름,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신한 것이 가을의 일이다. 그래도 살을 맞대고 살아온 시간이 있는데, 내가 이 꼴이 된 걸 참 빨리도 알아차렸네, 당신… 문득 목구멍에 메인 설움이 버거워 눈물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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