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고 예쁜 게스트하우스

by 마른틈

큰 개가 무서웠다. 어릴 적 산행에서 길을 잘못 들어, 들개 서너 마리에 둘러싸였던 나는 그 주변을 피해 다녔다. 가끔 원치 않게 그들과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면, 나는 온몸이 굳어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긴장했다.

그런데 짖지도, 마구 달려들지도 않던 장군이는 내 소심한 인사에 꼬리만 예쁘게 흔들며 찬찬히 다가왔다. 나는 영특한 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싶었는데… 그 애는 엉덩이나 토닥여 달라는 듯 자꾸만 등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조금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다.


살가운 장군이를 지나,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가지와 덤불을 넘어서면, 마치 아홉 살 쯤의 아이를 반기듯 땅길에 물감으로 그려진 꽃잎들이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걷다 보면 소담한 옛 가옥 세 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금귤이 잔뜩 매달린 나무 옆 독채로 향했다. 특히 매서운 모슬포의 웃풍이 여과 없이 세 개의 방과 책이 늘어진 거실에 들이차지만 뜨끈하게 달아오른 구들방의 온기가 그 바람을 기어이 눌러낸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


연로한 경숙 씨가 특유의 편안한 몸짓으로 장작 난로에 땔감을 보충하며 맞아준다.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오늘 정말 좋았어요”라고 대답했다.

텅, 텅. 난로 속에서 땔감이 부서지며 튀어 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녀가 미리 달궈놓은 이불속 뜨뜻한 전기장판에 숨어들어 몸을 녹였다.


거실에는 경숙 씨와 그 가족의 50년이 고즈넉이 담겨있다. 나는 줄지어 늘어진 책장 속 책들 사이에서 ‘수선화’라는 어느 학교의 오래된 문집을 꺼내 펼쳤다. 그렇게 십 년 후, 그러니까 스물아홉의 ‘나’를 상상하던 열아홉 현주 씨의 ‘미래의 일기’를 나는 조금 훔쳐보는 기분으로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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