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곳이 영하 15도를 찍을 때, 아큐웨더로 살핀 제주 아일랜드는 언제나 영상 1~5도 사이였다. 나는 지인들에게 호언장담했다.
"따뜻한 나라로 휴양하러 갈 거야ㅡ"
하지만 내가 간과한 것은 겨울의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중에서도 제주 남쪽, 외진 모슬포항의 바람은 더더욱 매섭다는 사실이었다. 영상을 웃도는 날씨만 믿고 코트 외엔 변변한 외투 하나 챙기지 않았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후회했다.
아, 손이 너무 시려….
하여간에 오늘은 옷을 단단히 여며야 했다. 배를 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를 갈 참이다.
실은 그곳에 가기로 결심한 건 지극히 즉흥적인 마음이었다. 내가 지내는 모슬포항은 관광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마라도와 가파도로 가는 여객선을 운행하는 항구까지는 걸어서 20분 남짓이었다. 이 나이 먹도록 운전을 못 하는 데다 할 생각도 없는 나는, 어딘가 나갈 일이 생기면 늘 한 번에 해치우는 습성을 가졌다. 그러니까 문득 든 생각이 그랬던 거지.
‘내가 다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제주에 올 일이 있을까?’
‘그중에서도 이 외진 모슬포항으로 올 일은?’
‘물론 우연히 들어갔던 피시앤칩스의 달고기 튀김이 꽤 맘에 들었으니 한 번쯤 다시 먹고 싶은 데다, 경숙 씨의 하우스에 다시 한번 묵고 싶긴 하지만…’
이 제주행은, 늘 오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끝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서야 비로소 실현된 여행이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면 나는 조금 엉망이 된 나의 삶을 다시 정상의 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조립하고 짜 맞추는 과정을 거쳐야 할 테다. 부지런히 욕심나는 것들을 욕심껏 이루는 삶을 살아보려 애써야겠지. 이를테면 회사일, 공부, 글. 좀 더 제대로 사는 내가 되는 일 같은 것들.
그러니까 이곳에 다시, 이렇게 여유 있는 마음으로 오게 될 날을 확신할 수는 없는 거였다. 그렇게 결정된 마라도행이었다. ‘온 김에 마라도까지’.
그러나 나는 이틀 연속 티켓팅에 실패했다. 겨울의 제주는 바당바람이 유난스럽고, 그중에서도 남쪽의 바람은 매섭기로 소문이 났다. 나는 이틀 내내 아침 일찍 일어나 9시 40분 첫 배에 맞춰 매표소에 출석 체크를 했지만, 지치지도 않고 찾아오는 풍랑주의보 앞에 처참히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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