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 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by 크랜베리

이 책을 펼친 건 무엇보다 제목 때문이었다.


<출근하기 싫은 날엔 카프카를 읽는다 / 김남금>


요즘의 나를 그대로 비추는 말 같아 자연스레 손이 갔다. 직장인에게 ‘출근하기 싫은 날’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아니.. 매일.. 아무튼 그리고 왜 ‘카프카’일까? 하는 궁금증도 컸다.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이 제목은 단순한 위로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균열을 견디고 자기 방식을 찾아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균열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겹친다.


<잘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때>

작가님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이상하다. 장래 희망이 장래 직업과 동의어라니.”


어릴 때는 당연하게도 ‘꿈 = 직업’이라고 믿었다. 막상 사회에 나서면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금세 깨닫게 된다. 정말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가 보다.


<하는 일마다 망해서 자신감이 바닥일 때> 안도 다다오

우리는 실패를 너무 쉽게 ‘끝’이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작가는 오히려 이렇게 묻는다.

“원하고 바라는 것이 좌절되어 실패가 쌓이면 인생은 정말 망한 걸까? 차선은 실패일까?”


그는 안도 다다오의 일화를 소개한다.

직원들에게 시행착오를 권유하며, “실패는 오히려 안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이었다"라고 믿었던 건축가. 우리가 보는 성취란 결국 “무수한 실패 블록이 쌓인 끝”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글쓰기와 점점 멀어지게 한다. ‘잘’을 떼어내고 일단 쓰기와 친해지는 것이 먼저다.” 완벽함을 원하는 마음이 오히려 시작을 방해한다는 사실. 익숙해지고,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잘’ 하게 된다는 단순한 진실.


<약점이 발목을 잡고 늘어질 때> 모네

모네가 백내장을 앓았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백내장은 화가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런 모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붉은색 물감은 진흙투성이로 범벅이 된 흙탕물처럼 보이고, 분홍색은 정제가 되지 않은 더러운 색으로 보인다네…”


색이 보이지 않자 모네는 물감을 순서대로 짜놓고 번호를 외워 작업했다. 정확히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그렸고 그 결과는 기존과 또 다른 개성이 되었다. 작가는 말한다.


“화가가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치명적 단점이지만, 그 단점이 또 하나의 개성을 낳은 셈이다.”

결국 단점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단점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른 길을 만든다.


<마지못해 출근하는 하루가 고통스러울 때> 카프카

카프카는 낮에는 산재보험공사 직원이었고, 밤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억압적인 환경에 적응하는 척하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항했다.


“카프카는 낮에는 직장인으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다 어둠이 내리면 방황하는 내면을 마음껏 드러냈다.”


현실에 나름 잘 적응해 살았지만, 그런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감정이 결국 <변신>의 그레고르로 나타났다. 그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글로 드러냈다. 그래서 그의 글은 곧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기 전 친구에게 원고를 모두 없애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부탁이 지켜지지 않아서 우리는 오늘도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 그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의도치 않은 선택이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기도 한다는 뜻이니까.


<아물지 않는 상처로 힘들 때> 크리스토프

작가는 또 다른 이름, 아멜리 노통브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크리스토프의 이야기를 꺼낸다. 난민처럼 떠돌고, 어린 시절 군대 막사 같은 기숙사에서 살던 그녀가 계속 붙잡았던 끈은 하나. 쓰기.


“혼자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서 쓰기 시작했고, 그다음에는 작은 용돈이라도 벌려고 희곡을 썼다.”


슬픔이 글이 되고, 글이 다시 사람들에게 닿으면서 그녀의 삶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쓰는 동안만큼은 언제나 ‘작가’였던 인물.


<지리멸렬한 일상에 작은 이벤트가 필요할 때>

작가는 기록의 본능을 이야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문자가 발명되기 전 동굴에서 살던 시대에도 우리는 기록에 끌렸다.”


동굴인은 일상에서 일어난 사건을 벽에 새기며 자신을 남겼다. 우리 역시 기록을 통해 하루의 틈을 메우고, 삶을 또렷하게 만들어간다.




이 책은 거창한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유명한 예술가의 영광보다, 그들이 버티고 흔들리고 실패하던 시간을 더 많이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작가, 화가, 예술가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짧은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그들이 힘들 때 무엇을 붙잡았는지,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끌어올렸는지, 심지어 “회사가 너무 가기 싫을 때”조차 어떻게 버텨냈는지까지 담담하게 전한다.


유명한 인물들이지만 몰랐던 사실이 많아 읽는 재미가 있었고, 우리가 지금 겪는 고민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묘한 위로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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