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원작을 먼저 읽고 싶으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우리가 알던 프랑켄슈타인은 정말 괴물이었을까?>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면 늘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미치광이 과학자,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어눌하고 바보 같은 괴물 프랑켄슈타인이다.
하지만 책 속의 프랑켄슈타인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그리고 더 놀라운 건,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괴물이라 불리던 존재를 만든 사람, 바로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그의 이름이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이 이야기를 아주 오래도록 오해해 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참고로 윌라 오디오북으로 들으며,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성우들의 연기가 몰입도를 더 올려주었다. (추천!)
<괴물은 태어난 순간부터 버려졌다>
수학과 과학에 뛰어난 천재 과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혹되어 결국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막상 생명을 얻은 피조물을 본 순간, 그는 공포에 질려 도망쳐 버린다.
창조주는 자신의 피조물을 버렸고, 그 순간부터 이 존재는 사랑도, 이름도, 보호도 없는 삶을 살게 된다.
피조물은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말을 배우고, 인간을 관찰하며 감정과 사고를 익힌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괴물 같은 모습으로 만든 창조주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증오와 외면뿐이었다.
그 이후, 빅토르의 주변에는 연달아 죽음이 찾아온다.
괴물은 창조주에게 거래를 제안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복수를 택했다. 그리고 비극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소설은 도입부부터 서술 구조가 몇 차례 바뀌는 독특한 구성을 지녔는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전혀 혼란스럽지 않게 읽힌다. 특히 도입부를 제3자의 편지로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인상 깊었던 문장들
나는 당신의 피조물이니 당신이 본분을 지킨다면 나의 주인이자 왕인 당신에게 복종하겠다. 아, 프랑켄슈타인. 다른 사람들에게는 도리를 다하면서 나만 짓밟으려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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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기억은 희미해졌고 현재는 평온했으며 미래는 밝은 희망의 빛과 즐거운 기대로 반짝거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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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추위와 더위를 별 탈 없이 견디고 덩치도 인간보다 훨씬 더 컸어. 주위에서 나 같은 존재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괴물일까? 지상의 오점일까? 그래서 모든 인간이 피하고 도망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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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참하고 불행한 존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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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한 내 몸집은 처음부터 지금과 같았다. 나와 비슷한 존재를 본 적도 없고 나와 교류하려는 사람도 없었지. 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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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명을 얻게 된 날은 얼마나 끔찍한가! 저주받을 창조자! 어째서 스스로도 혐오감에 고개를 돌릴 만큼 끔찍한 괴물을 만들었단 말인가?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본떠 아름답고 매혹적인 인간을 만들었는데, 나는 인간을 본떴음에도 추악하고 오히려 인간과 비슷해서 더 진저리 나는 형상이 됐지. 사탄에게도 칭송하고 격려해 주는 동료가 있었는데 나는 미움받는 외톨이로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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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의 창조자이지만 난 너의 주인이야. 그러니 복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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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두려울 게 없는 자는 막강한 법이지. 뱀처럼 교활하게 지켜보다가 뱀처럼 치명적인 독을 쏘겠다. 결국 네가 자초한 상처를 보고 후회할 날이 올 거야.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무엇인가’를 묻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람이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사랑받지 못한 존재는, 버려진 존재는,
끝내 스스로를 괴물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그리고 그 순간, 진짜 괴물은 더 이상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200년 전, 19살 소녀가 쓴 이 소설이 지금도 이렇게 놀라운 흡입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