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lyingMina Oct 26. 2020

12시간 만에 도착한 기적

설명이 불가능한


보이스톡이 걸려왔다. 엄마다.



"병원에서 할머니 위험하다고 하네.. 오늘내일할 수도 있대..."



이런 날이 안 올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이 소식을 12시간이나 떨어진 곳에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왜, 어떻게 된 일이야"


"흡인성 폐렴이래.."



흡인성 폐렴... 노인들에게 흔한 질병이지만 걸리면 생사를 뒤집을 수 있는 만큼 치명적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의사가 인공호흡기를 낄지 말지 결정하라는데... 삼촌들이랑 안 하기로 했어... 할머니 편히 보내드리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아직 할머니를 보낼 준비가 안됐는데... 그리고 난 이렇게 멀리 있는데...'



한국으로 들어갈지 말지를 고민했다. 내 몸은 비행기로 12시간이나 떨어진 영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머니를 이렇게 보낼 순 없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할머니의 얼굴을 직접 보고, 해야 할 말들이 남아있다...






헝클린 정신을 다잡고 바로 비행기 티켓을 알아봤다. 다행히 4시간 뒤에 한국행 비행기가 있었고 서둘러 티켓팅을 했다. 그리고 대충 몇 가지 옷을 캐리어에 쑤셔 넣고 정신없이 기차역으로 가 공항버스를 탔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기도했다.



‘할머니한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도착할 때까지 꼭 살아계시게 해 주세요...'


'할머니 조금만 기다려...'




영국에서 한국으로의 12시간의 비행.

인터넷이 안 되는 비행기 안은 마치 암흑 속의 터널 같았다. 얼른 그 터널을 빠져나가야만 한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응급처치실에 계셔... 부르면 눈만 뜨는 수준이야”


다행이다...

부랴부랴 사촌동생과 함께 강릉으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계신 병실로 향했고 할머니는 산소처치를 받으며 사람을 알아보는 수준까지 깨어계셨다.


"할머니, 나 왔어...나 민아야.... 알아보겠어? "


할머니는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왔나..."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난 할머니를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게 꼬옥 안아드렸다.

그리고 할머니의 온기가 나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인공호흡기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서 회복하신 것도, 내가 비행기를 탔을 때쯤부터 할머니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된 것도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다.


12시간, 9000km 날아온 기적인건가...


아직도 의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차에 타면 불안한 할마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