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알마출판사

by 고무줄

세상은 정신없이 바뀌고 매일 뉴스에서는 어지러운 현재를 반영하는 가려지지 않은 기사와 뉴스들이 어지럽게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겨울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새로운 정치지도자를 뽑는 대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겨울의 막바지에 한파가 물러나며 뿌옇게 미세먼지가 도심의 풍경을 한층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시절에 읽은 책이다.


어느 논픽션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실화는 권일용과 윤외출이라는 인물에 대한 전기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관철시킨 그들의 태도에 대한 전기다.


전기 형식이기보다는 오히려 나에게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글로써 각각의 에피소드가 시대를 치 떨게 한 연쇄살인범의 얘기, 연쇄살인범을 객관적인 관찰자 입장에서 들여다 보고 이해하려는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에서 프로파일링의 탄생, 그 이면에 담긴 경찰 조직과 사회상을 몰입감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책이었다.

사실 각각의 챕터를 읽으면서 처음 시작은 범죄, 악, 그리고 새로운 수사기법의 탄생을 기대하며 가볍게 읽기 시작하였으나, 집중을 하면서 책의 진도가 나갈수록 말할 수 없는 불편함과 정신적인 피곤함과 심리적인 불안이라는 경험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늦은 밤 책을 읽고 별생각 없이 잠자리에 누워서는 책에서 연쇄살인범의 잔상이 뇌리에 남아 불면의 시간을 달래야 했던 기억이 남는다.

(해결책으로 법정스님의 책으로 긴급 처방하여 마음을 달랬던 기억~~)


데이터를 확보하기 전에 이론화하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그러면 이론을 사실에 적용하기보다 이론에 끼워 맞추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기 시작한다. 작가 코넌 도일은 [스캔들 인 보헤미아]에서 이렇게 썼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지독하게도 어려운 길을 최초로, 시작은 홀로, 묵묵히 개척한 인물로 생각이 된다. 데이트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미국 FBI 프로파 일어 존 더글러스의 회고록 [마인드 헌터]를 교본 삼아 깊은 고뇌와 성찰을 통해서 현재 대한민국의 프로파일링의 개념과 활동체계를 확립하는데 공헌한 인물로 보았다. 1989년 종합 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조직폭력배를 잡는 형사생활을 하다가 감식과 과학수사를 거쳐 프로파일링 수사의 단계로 들어온 주인공의 모습은 대한민국 경찰이 일선 범인을 잡는 형사부서의 단순한 접근에서부터 시작되어 과학수사, 프로파일링의 발전단계를 확립한 노고, 하지만 현장을 이해하고 현장 형사들의 업무를 이해하는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현장에 대한 이해가 숨은 공신이 아니었을까 한다.


만 3세 이후 아이는 어른에 버금가는 다양한 정서를 형성하고 느낄 줄 알게 된다. 기쁨, 슬픔, 무서움을 느끼고 화를 내는 것은 물론, 자존심과 수치심을 알게 되는 것이다. 2세 유아는 남이 듣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떠들지만, 4세 아이는 상대를 의식한 대화를 한다. '미운 네 살'이라는 표현처럼 자아가 생기고, 먹고 싶은 것이나 사고 싶은 것을 가리켜며 떼를 쓰기도 한다.


언급된 어린이에 대한 작가의 평가는 한동안 많은 고뇌와 번민을 수반하고 앞에서 말한 나의 저녁의 수면을 방해하는 무거운 족쇄처럼 한동안 마음을 괴롭혔다.

납치되고 연쇄살인범들의 목표가 된 어린아이들이 마주할 공포, 분노... 어른과 같이 표현하지 못하였을 것이나, 그 참혹한 현장에서의 우리 아이들이 느꼈을 좌절감과 절망감은 작가가 언급한 것을 바탕으로 하면 우리 사회의 책임이자 숙제로 보인다. 현대의 삶에서 인간성을 상실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 만들어지는 것은 작가의 관점과 비슷하게 사회의 발전상에 따른 인간성의 변형, 마치 바이러스의 변화와 같이 예전 사회환경으로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인간성의 타락과 쇠퇴가 만들어 낸 일그러진 현대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1970년 최초 연쇄살인사건을 시작으로 2020년대로 접어 들어온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 예전과는 다른 상상도 하지 못하는 범죄 사건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은 인류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숙제로 남겨지고 있는 것이다.


2004년 한국사회는 자신의 정신병을 진단할 능력이 없는 사회였다. 연쇄살인은 근대 자본주의의 병리현상이다. 한국 심리학계에는 아직 이 병리현상을 연구한 사람이 없었다.

말한 바 같이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고도화되면서 양극화와 그로 인한 병폐가 만연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에 연쇄살인범을 평가 인터뷰하는 내용에서 성장과정에서 빈곤과 결핍을 상처로 가진 연쇄살인범들이 그 범행대상으로 생각한 또 다른 가지지 못한 자들과 힘없는 어린이, 여성들을 범죄의 대상으로 가져가는 사회적인 문제가 현대 자본주의에서 만연하고 있는 문제라는 사실은 모두들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군포시 금정도, 화성시 신남동. 경기 서남부 지역에 위치한 이들 지역을 선으로 이으면, 뒤집어진 길고 뾰족한 삼각형 모양이 된다. 꼭짓점 아래에는 화성시가 있었다. 1980년대 연쇄살인이 벌어졌던 바로 그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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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군포를 잇는 39번 국도

실질적인 지명, 도로명이 언급된 내용에서 사실 머리칼이 쭈뼛서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익숙하고 친숙한 지명, 매번 운전하는 도로, 그리고 그 생활지역에서의 풍광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스산한 느낌을 나만이 느끼는 느낌이 아닐 것으로 안다. 전기 혹은 논픽션이 불러오는 현실감... 그 현실감이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현실감. 한동안 책에 대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한국 사람은 다 균질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에서 유전적 이유로 누구는 괴물이 된다는 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아요. 저는 후천적 결핍이 훨씬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격변하는 한국의 사회 환경이 심리적으로 나약하거나 취약한 사람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대한민국 사회가 빠르게 발전을 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며 남들에게 그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매체들의 현상은 빠르게 불평등의 현실을 퍼트리고, 그 불평등과 상대적 박탈감 속에서 현대인들은 정신적으로 우울해하고 병들어 가고 있다. 비교와 상대적 박탈감은 모든 일반적인 한국사람의 유전적 변형으로 인한 괴물을 탄생시키는 병든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문해 본다. 현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빠른 경제성장의 폐해 속에서 발견하는 마음의 유전적 변형이 마치 현실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2년이 넘는 기간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의 변형과 그 변형에 대처하는 현재의 사회상과 닮아 보이고, 또한 코로나 블루라고 알려진 단기간의 사회의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적 심리적 병인 요인은 1970년 이후 고도성장하는 대한민국의 사회에서 마음의 변이를 일으키는 괴물을 잉태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로 돌아온 권일용은 병원에서 일하는 남동생에게 전화했다. "병원에 독실 있냐?" 아픈 건 아니었다. 그냥 사람이 싫었다. 사람과 단절하고 싶었다.

"그렇게 3일 동안 누워 있었어요. 수액 주사 맞고요. 미치도록 사람이 싫은 거예요. 그러다 보면 하느님이 그리워집니다. 그때 나오면 돼요. 그러고 나서 다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나오죠. 동굴에서 기어 나오듯이 나와서, 다시 사는 거야."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제주도 살인사건의 연쇄살인범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로 돌아오고 난 후의 병원에서의 스스로를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사람이 싫어지는 마음, 사람과 단절하는 마음, 그리고 인위적으로 사회와 격리하고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나오는 독백적인 대목은 우리 현실을 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독백으로 들린다. 우리도 작가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사람에 상처를 받고 그 상처로 인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인생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만나는 사회적 동물이 일반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에 다시 어렵지만 사회로 돌아오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서글픔을 느끼게 되었다.

월든 호수의 소로우나 깊은 오두막으로 홀로 들어가신 법정 스님과 같이 사회를 스스로 단절하고 그 단절 속에서 가치관을 정립하고 세울 수 있는 사람들은 어쩌면 문제 투성이인 사회를 넘어서고 홀로 스스로 그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진정한 거인들이 아닐까 한다.


"며칠 밤을 새우고 집에 갔지만, 그날 제가 아이의 그네를 밀어줬어요. 잊지 못해요, 그날 제가 아이의 그네를 밀어줬어요. 잊지 못해요, 그 장면을. 일과 직장은 고무공이에요. 가족, 사랑, 친구, 행복, 이런 것들은 유리공이고요. 공놀이를 할 때 고무공은 떨어뜨려도 다시 올라와요. 그런데 가족, 사랑, 행복 이런 건 유리공이라서 한 번만 떨어뜨려도 깨져버리죠. 그걸 그때 생각했어요."


프로파일러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고 2017년 사직을 할 심경을 작가는 이 시대의 많은 아버지와 비슷한 정서를 공감하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와 가족은 유리공..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무공인 직장생활에서 그 탄성을 당연히 하면서 일과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의 가족, 사랑, 행복은 유리공으로 굴려지며 깨어지고 부서지고 있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인지하고 그 알고 있는 사실 중에서 유리공을 위한 확고한 신념의 선택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책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 최초의 경찰 조직에서 부서 신설, 그리고 연쇄살인범을 추적하고 그 수사기법의 도입을 위해서 수많은 날들을 가족이라는 행복을 돌보지 못했을 작가의 인생을 눈앞에 선하게 그릴 수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의 많은 아버지들의 또 다른 고무공을 위해서 유리공을 희생하는 삶을 익히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소개와 책을 통해서 무겁고 어둡지만 현실일 수밖에 없는 연쇄살인범, 사이코패스 등의 사회현상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막고 방지하기 위해 싸우는 우리 프로파일러들에게 응원을 보내며, 사회의 병폐를 막고 순화하기 위한 방법도 우리 모두 같이 모색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것 필요하나, 악의 마음을 선한 마음으로 바꿀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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