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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에서 나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

산책길에 문득 떠오른 생각 (ft. 1박2일 인천여행)

내 주변에 오래 있는 사람이야말로 찐 인연이다

날씨가 좋은, 벌써 올해 4월의 어느 날이다. 요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은 요즘이 "일 년에 몇 번 없는 좋은 날씨들이라구!"라고 했다. 그 말이 정말 맞는, 한국의 계절 중에서도 아주 청명한 날이 많은 4~6, 9~10월 중의 하루인 오늘.


 그중, 작년에 친한 친구들과 6월에 인천으로 바람을 쐬러 다녀온 여행이 문득 생각나는데 오늘은 그중 한 친구의 결기일(결기를 다지는 일이 아닌... 결혼기념일! 의도치 않게 친구에게 찐웃음을 선사했다)이란다. 사실 그날도 내가 촬영해주어 더 뿌듯한 날이었다. 우리 세 명은 또래인데, 대학생 때 대외활동으로 만났고 벌써 10년이 넘게 연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쯤 되면 '가족'같다. 서로의 여러 희로애락을 나눠왔기에 가능한 인연인 것. 우린 대학생 때 각각 디자인, 해외봉사(단체의 지원을 받아 해결하는), 난 대외활동들로 여러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경험으로 또래 학생들에게 방법을 공유해주곤 했다. 그리고 그 분야별 전문성은 지금도 우리 셋의 각 전문성과도 여전히 밀접하다. 그렇게 우린 서로의 시간을 공유해오고 있다. 아무튼, 그때부터 주변에 나눔을 실천해 온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멋지고 좋으며 참 건실한 내 친구들이다.


 우린 미뤘던 여행을 드디어! 6월 그날에 떠났었다. 어디로는 중요치 않았다. 그저 바다와 가까운 부담 없는 장소인 인천으로, 한적한 평일에 휴가를 내고.

조금씩 운전할 때만 비가 왔다(이쯤 되면 역시 난 날씨 피터팬이 아닐까 했다. 정말)

중간 장소인 양재동 인근, 청계산 주변에서 친구 차로 픽업을 한 후 얼큰한 순두부찌개 식사로 늦은 아점을 시작. 그리곤 다른 한 친구가 합류해 인근의 카페에 가서 삼총사가 다 모였다.

청계산 주변엔 산 주변이라선지 얼큰 순두부찌개처럼 구수한 음식들이 곳곳에
프랑스 감성의 몽쥬카페

셋 다 MBTI의 J형에 더 가깝지만 두 친구는 나에게 여행지 등 큰 일정을 맡겼고, 난 숙소만 예약했다. 그리곤 인천 바다라면 송도, 월미도, 영종도 등 중에서 운전해서 가면 됐다. 두 친구는 그때 특히 일에 몰두해선지 어디를 가는 게 중요치 않아 했고, 난 이들의 마음을 알기에 우리가 사는 서울서 부담 없는 인천으로 정한 것. 그래도 한 친구는 운전, 한 친구는 세부 일정을 담당했고 나는 친구들의 사진 촬영을 담당. 뭐 이렇게 자연스레 역할이 분담된다. 다들 비즈니스룩에서 벗어나 캐주얼 차림으로 편하게 복장을 한 후 카페에서 그렇게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요새 둘이 연락하는 썸녀는 누군데? 예뻐??"

결혼한 친구가 우리에게 ㅋㅋㅋ하면서 대화를 시작한다. 꼭 "예뻐?"부터 물어본다. 본능에 충실한 유부남 친구의 꽤 큰 관심사는 우리의 연애이야기이다(혹시 아닌가?). 우리 둘은 각각 연락하는 여성(썸녀...?)에 대해 얘기하는데, 객관적이고 보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잘하는 그 친구의 얘길 듣다 보면

 "아, 아니구나!" 싶은 때가 종종. 또르르...

뭐 이런 얘길 하다 보면 커피는 다 마시고, 당이 당기는 나와한 친구는 당을 채우곤 한다. 이런 얘기로 웃으며 시간 보내는 게 즐거울 때가 될 줄이야.

이후, 개항장 거리가 있는 인천시 중구청 쪽으로 갔다. 이곳은 한국 역사상 구한말 서구 문물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 곳으로, <미스터 선샤인> 등 일본 거리 풍경을 느낄 수 있는 거리도 있고 한국 최초로 공원으로 지정한 <자유공원> 도 있다. 인천광역시에는 이렇게 역사, 산, 바다, 먹고 즐길 것들이 그 반경 5~10km 내에 거의 다 있다.

일본풍스러운, 구락부 거리의 한 건물
<자유공원; 만국공원> 이곳엔 인천상륙작전에서 자유 한국을 지켜낸 역사 이야기도 쓰여 있다
자유공원 [ 自由公園 ]
요약: 인천광역시 중구 송학동 응봉산(鷹鳳山)에 조성한 공원.

응봉산 전체를 자유공원이라 부르는데 조성연대는 서울의 파고다공원(1897)보다 몇 년 앞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인천항 개항 뒤 1888년 외국인 거류민단(居留民團)에서 관리 운영하여 당시 시민들은 이를 각국공원(各國公園)이라 불렀고, 그 뒤 일본의 세력이 커지면서 1914년 각국 거류지의 철폐와 함께 공원 관리권이 인천부(仁川府)로 이관되자 그때부터는 서공원(西公園:일본인들이 이른바 神社를 지어놓은 동공원이 따로 있었음)으로 불렀다. 1945년 해방 후에는 만국공원(萬國公園)으로 불렸다.

자유공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응봉산 정상에 세워진 1957년 10월 3일부터이다. 지난날 이곳에는 존스턴 별장(인천각)·세창양행숙사(청광각) 등의 건조물이 들어서 있었으나 6·25 전쟁 때 없어졌다. 충혼탑을 비롯하여 석정루(石汀樓)·연오정(然吾亭) 등이 있으며, 학익고인돌[鶴翼支石墓]을 옮겨 보존하고 있다. 자유공원은 인천 시가지와 주위의 연산(連山)·항만·앞바다 등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시민의 휴식·위락장소이며, 미술대회·글짓기대회 같은 각종 행사도 자주 열린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유공원 [自由公園]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여긴 한국을 지켜낸 곳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기에, 특히 한국인들이 더 방문했으면 한다. 난 해병대를 전역했는데, 그래서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으로 서울과 함께 인천을 수복한 장소가 이곳이기에 내겐 더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 길에서 내려올 땐 이렇게 중구 풍경을 운치 있게 볼 수 있다

아래쪽에 주차한 차에 타서, 이번엔 월미도로 향했다. 그 월미도 맞다. 이름하여 디스코팡팡으로 유명한, <월미 테마파크>!

월미도에 와서 안 먹을 수 없는 조개와 회

하지만 우린 놀이기구를 탈 건 아니었고, 바닷 풍경을 보며 회를 먹으러 왔다. 사실 이번 여행은 한 친구가 그간 고생하던 앙금을 제대로 털어내고 새 출발의 시작을 하는 기념으로 우리 둘도 축하하며 일정을 맞춰서 오게 된 것. 인생을 살다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로 엮이는 일이 있는데, 이 친구는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열심히 살아온 이 친구가 그간 고생을 한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우리이기에, 우린 친구의 경사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며 운전자 친구를 뺀 우린 경배를 들었다. 그래도 과음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기에 많아봤자 소주 한 병에 맥주를 곁들인 정도. 맛있는 회, 조개찜 등과 한 그날 밤의 즐거운 대화는 술안주로 넘치고도 넘쳤다.

종종 왔던 월미도. 누구하고, 또 언제 오느냐에 따라 기분이 참 색다르다




중구 차이나타운으로 넘어와 들어간 중식집. 멘보샤, 꿔바로우, 짬뽕

다음날 늦은 오전, 느지막이 호텔에서 나와 맛집을 뒤적이다가 차이나타운의 한 중식집으로 갔다. 과음을 한 것도 아닌데도 짬뽕은 어쨌거나 해장의 탁월한 일순위. 하지만 그걸 핑계로 저 멘보샤와 꿔바로우를 다 해치운 건 핑계 아닌 핑계. 이 맛있는 것들을 다 먹을 수 있음에 감사. 어제부터 한식, 일식, 중식 참 그리고 간밤에 식을까 봐 사진도 안 찍고 먹은 치킨까지 1박 2일로 다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이 환경, 얼마나 좋은가?!  

영종도 <마시안해변>의 한 카페

식후엔 영종도로 와서, 이번 여행 마지막 코스인 해변의 한 카페로 들어갔다. 몸을 생각해서 대추차를 시킨 나는, 친구들과 해변을 거닐며 또 대화를 했다. <대화(對話)>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 또는 그 이야기란 뜻. 주고받는 것이 대화이다. 시시콜콜하게 연애 얘기부터 일과 회사, 지난 일, 그것을 통해 앞으로 갈 무게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까지... 언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주고받을 수 있는 든든한 친구들이 내게 있다는 것이 삶에서 큰 수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길
지도 아이콘 같은 물방울이 생겨 한 컷

순간 이걸 보고, 움직였기에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하고 신기하게 바라보고 찍은 지도 아이콘 같은 물방울. 일상에서 종종 여행이 필요하다. 그게 어디로든.


그렇게, 어느덧 세계를 돌아본 후 종종 드는 생각의 내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보다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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