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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러 Mar 16. 2019

MINO(송민호) 1집 [XX] 리뷰

MINO의 트렌디한 패션감각과 YG의 안전빵


MINO(송민호) 1집 [XX]

2018


★☆



 'Rock the mic, uh. 바통을 받아. 다음 세대 아이콘 나 빼고 다 실격.'

 (MINO - 시발점 中)


 [XX] 앨범의 시작부터 다음 세대 아이콘을 자처하며 패기 넘치게 자신의 솔로 커리어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리는 MINO다. 이 아이콘이라는 말에는 어쩔 수 없이, 지금은 군 복무 중인 그의 직속 선배, G-Dragon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BIGBANG 활동 초기부터 가장 돋보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그는, 솔로 앨범 [Heartbreaker]부터 숱한 논란과 이슈를 몰고 다녔고 군대에 들어가 있는 지금도 꾸준히 언론에 등장하고 있으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가 '아이콘'으로서 가진 파급력이 어떤지는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결국, MINO의 [XX]는 포스트 G-Dragon을 만드려는 YG의 야심찬 미래 계획이 드러나는 앨범이다.


그래서인지 [XX]는 YG스러운 무언가로 가득한 앨범이다. 무난하게 잘 나가는 비트 위에 익살스러운 유머코드와 중독성 있는 훅을 끼얹고, 나머지는 아티스트 개인이 가진 여러 매력으로 채워 넣는 식이다. 타이틀곡 '아낙네'는 이 공식 위에, 뭔가 신선하다고 착각하게 만들만 한 시도를 올려놓은 영리한 작업물이다. 오르간 사운드와 '소양강 처녀' 샘플링은 타이틀곡이라는 특성과 맞물려 청자에게 신선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YG가 그동안 내놓은 작업물 몇 곡만 살펴봐도 그렇게 파격적인 시도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레트로한 사운드로 뭔가 동양스럽고 조선스러운 사운드를 내놓던 때는 '멋쟁이 신사'나 'YMCA 야구단'같은 곡을 내놓던 YG패밀리 때부터 그랬고, G-Dragon의 '늴리리야'는 '아낙네'와 똑같은 공식을 따른다. '아낙네'가 조금 더 대중적인 훅을 지녔을 뿐이다. 결국, 사실은 그리 파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꽤 잘 뽑힌 유쾌한 곡이다.


 하지만 '아낙네'를 제외한 [XX]의 많은 트랙은 그리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의미 없이 휘발된다. 대부분 트랙의 비트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비트들이 전부 어딘가 많이 들어본 것들인 것도 문제지만, 그 비트 위에 올라간 유머코드들이 그리 새롭고 유머러스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찌질 유머에 일가견이 있는 코미디언 유병재까지 피쳐링으로 써가면서 남자들의 찌질한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는 '소원이지'는 가장 피로하고 낡은 작법을 보인다. 멋들어지게 만들어놓은 사운드에 올라간 저급 유머는 조화롭게 섞이지도 못하고 찝찝하게 끝나버린다.


 '소원이지'가 가장 못 만든 곡이긴 하지만, 대부분 이런 느낌이다. 유쾌 - 중독성 있는 훅 - 유쾌 - 중독성 있는 훅. 트랙마다 사운드적으로 구분되는 특색들은 나름 하나씩 갖고 있지만, 늘 반복해온 YG의 '그것'이라서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고, 그렇다고 유기적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XX]를 앨범 단위로 듣는다는 생각보다는, 청자 개인이 좋게 들리는 곡들만 골라서 듣는 게 낫다. 예쁜 플럭 신스 사운드를 중심으로 완급조절이 잘 되어 있는 '오로라'나, 각종 변주가 부드럽게 연결되어 시종일관 귀가 즐거우면서도 대놓고 요염한 언어유희를 곁들인 '위로 해줄래'같은 트랙들은 싱글 컷 되어 나왔더라면 꽤 좋은 반응을 얻었을 것이다.


 [XX]의 마지막 트랙 '알람'까지 다 들어보면, 사실 MINO 자체의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래퍼로서 가진 역량 자체가 저하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빠르게 휘몰아치는 래핑이 인상적인 '암'이나, 개성 강한 래퍼인 YDG와 조화롭게 어울리며 강렬한 모습을 드러내는 '불구경' 같은 트랙만 들어봐도 MINO의 실력에는 문제가 없다. 여전히 그는 아이돌 딱지를 떼도 훌륭한 래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아티스트이며, 하나의 색깔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능수능란함도 지녔다. 그 실력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작업물이 '정규앨범'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XX]의 프로듀싱 상태는 이 앨범을 몇 번이고 돌려 들어봐도 안타깝고 탄식이 나온다. 그가 정말 '아이콘'으로 발돋움할 기회가 유보되었으니까 말이다.


 당장 G-Dragon이 본격적인 아이콘이자 아티스트로 인정받기 시작할 수 있었던 그의 EP [One Of A Kind]만 들어봐도 답은 나온다. YG의 공식에 부합하지만, EP 안의 여섯 트랙이 사운드적으로 각자 확 튀면서도 독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대중도, 마니아도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절충의 느낌이 들면서도, G-Dragon이라는 뮤지션이 가진 특유의 개성도 살아 숨 쉰다. 물론 EP와 정규앨범을 비교하는 것이 설득력이 부족할 순 있겠지만, [XX]의 사운드 안에는 MINO가 아닌 YG가 더 강조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YG는 조금 더 유연하게 프로듀싱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듣는 귀가 이전보다 더욱 까다로워진 지금 이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XX]에서 MINO라는 아티스트의 매력이 드러나는 부분이, 음악이 아닌 패션과 스타일링이라는 것이 더욱 아쉬움을 부각한다.


 최근 들어 음악적 성과의 아쉬움을 포함해 여러 사건으로 주가가 쭉쭉 내려가고 있는 YG기에, [XX]의 미적지근한 반응은 YG의 발등에 떨어진 불에 장작을 추가한 셈이다. 양 사장님, 정말 이게 최선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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