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점 하나로 전하는 알라 챌린지
하루에도 수백 개씩 올라오는 인스타 스토리, 오늘은 좀 특별한 스토리가 보였다. 누군가를 설명하는 글을 적으면, 어떤 글이 자신인지 알아맞히는 특이한 놀이. 코로나 시국에 잘 어울리는 놀이겠다 싶었다. 참여 방법은 간단했다. 주최자는 자신의 스토리에 질문지를 올리고, 자신이 설명되길 원하는 참가자는 질문지에 온점(.)을 남겨 참가를 신청한다. 이후 주최자의 스토리에 누군가에 대한 서술이 담기고, 그중 자신의 서술을 찾아내면 되는 그런 놀이였다.
몇 번의 온점을 찍었다. 기다림의 시간을 잠깐 가지면, 친구들의 스토리에는 긴 글이 채워졌다. 어떤 글이 나에 대한 글일까, 정독하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내 글을 발견하는 순간, 이유모를 쾌감과 흐뭇함이 찾아왔다. 나를 좋게 봐줬다는 시선을 넘어, 나를 봐주는 사람의 존재. 나를 기억하고 나의 흔적을 담은 사람들이 있다는 게 외로운 시대에 작은 연결처럼 느껴졌다.
그 기분을 잊기 전에 나도 게임을 주최했다. 명목상 힐링을 나눈다고 말했지만, 개인적으로 친구들의 반응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스토리를 올리고, 새벽부터 오늘 저녁까지 30명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토리에 남겼다.
매주 보는 동네 친구부터,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랜선 인맥까지, 꽤 많은 사람들의 온점이 내게 찍혔고, 나는 솔직함에 조금의 따스함을 더해서 글을 적기 시작했다. 잘 모르지만, 드는 감정을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은 과감한 표현을 섞어서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는 괜찮다고, 이번 기회에 평소에는 못할 말들을 해주고 싶었다.
결과는 어땠냐고? 내가 보낸 따뜻함보다 훨씬 넓고 깊은 따스함이 돌아왔다. 내가 보낸 글들은 어찌 보면 따뜻하기 위해 노력한 글들이었는데, 돌아온 글들은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나를 따스하게 만들었다. 마음을 보내고자 한 행동이었는데, 결국 또 마음을 받은 것은 나였다.
어느 책에선가 이런 말을 본 적이 있다. "관계는 의지가 중요하다." 그때는 두루뭉술하게만 이해하고 있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하게 배웠다. '마음은 전해야 하고, 마음을 전하는 건 의지가 하는 일'이라는 것을. 사소한 줄글에서도 우리는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아마 친구들이 고마워했던 이유도, 내용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나의 의지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비슷한 경험을 이전에도 한 적이 있다. 대외활동 수료식에서 다음 기수를 위한 강의를 진행했었는데, 마무리를 기념하며, 그간 느낀 친구들에 대한 평가(라고 하지만 한 줄의 칭찬)를 장표에 담았었다. 팀 플레이보다 개인 과제가 많았던 활동이라 같이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그게 아쉬워서 이런 짓을 해봤다.
지금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한 줄짜리 수식어인데, 그때 친구들은 눈물을 보이거나, 갑자기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 별 것 아닌 말 한 줄이 참 감사한 관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관계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을 제외하고, 아니 가족까지도 당연한 것들은 없기에, 표현하지 않으면 관계의 소중함을 잃게 된다. 오늘도 많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관계들이 표현을 통해 새롭게 정의됐다. 둘만 아는 영역이 생겼고, 그 영역이 관계를 더 공고히 할 이유가 되었다.
개인에 대한 성찰과 발견은 당연히 중요하다. 어떤 관계도 개인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관계도 나를 형성하는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 관계 속에서 지치기 쉬운 요즘이지만, 나는 그래도 관계로 인한 행복이 더 크다고 믿는 사람이다. 사람이 아닌 인간間으로 산다는 말이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신념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다가올 연말에는 연하장 프로젝트를 해 보려 한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내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연하장을 쓰고, 끝말에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응원을 담으려고 한다. 매일 따뜻한 말을 하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노력으로 관계에 대한 내 의지가 담기길 바라며, 나는 올 겨울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