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로 코치가 되셨어요?"
내가 종종 듣고, 내가 종종 하는 질문이다. 슈퍼바이저 코치로서 코치 양성을 위한 코칭 교육을 하거나, 기업에서 만나는 고객들 중에 코칭이나 코치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이 궁금해한다. 어느새 한국코치협외와 국제코칭연맹에서 인정한 슈퍼바이저코치(KSC)와 전문 코치(PCC)가 된 지 4년이 되었다. '동작구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대표이사를 퇴임하면서 전문 코치로 살아온 지도 만 3년 차가 되었다.
"박은하 코치입니다."
"제 직업은 전문 코치입니다."
이렇게 소개하면 아직은 '코치라는 직업이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스포츠 코치인가?' 하는 반응이 일반적이다. 얼마 전 한 코치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에서 '네이버에 인물정보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전문 코치'는 '직업군'으로 분류 적용되지 않아 '전문직업인'으로 등재되었다'며 '전문 코치'라는 직업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읽었다. 그 글을 읽으며 나 역시 '코치'로 커리어 2막을 살아가는 중인데, 코치라는 직업과 코칭이 산업으로 확장되는데 '기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나는 왜 아직 사회에서 낯설게 반응하는 이 직업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을까?
그건 내가 코칭의 긍정 경험, 코칭을 통해 내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것을 사람들이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물론 사람의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방법이 코칭만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각자 사람들마다 그런 변화의 원인이나 동기, 추진력은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나는 대놓고 '나'를 주체적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변화와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이 잘 맞았다. 코칭 철학에는 한 사람을 "Creative, Resouseful, whole"이라는 존재로 바라본다. 코치는 파트너십을 이뤄 고객과 함께, 고객의 신념, 가치, 정체성, 환경적인 것들을 고려하여 그 사람에게 맞는 방식으로 변화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심리학 이론 중, 에드워드 데시와 리처드 라이언에 의해 개발된 자기결정성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의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이라는 세 가지 기본 심리적 욕구가 있다. 이 기본 욕구들은 개인의 동기와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것들이 충족될 때 더 높은 수준의 내적동기를 갖게 된다. 자기 주도성이 강한 성향이 나는 이런 코칭의 철학과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것처럼, 좋은 경험들을 하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주변에 널리 소개하게 된다. 한참 넥스트 스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코치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후배로부터 다회기 코칭을 받으며 스스로 변화, 성장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코칭의 매력에 풍덩 빠져 지금까지 열심히 그 안에서 놀고 있다.
"내가 대나무 밭이 되어 줄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코칭이라는 단어를 몰랐을 뿐, 나는 많은 후배나 친구들이 고민이 있을 때, 말동무를 해주거나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 보람되고 좋았다. 코칭할 때 라포 활동으로 '동물이나 자연물처럼 은유로 과거와 현재의 나의 삶을 표현해 보기'를 한다. 각자의 삶을 다루기엔 더없이 짧을 수 있는 10여분 남짓의 시간이지만 울림과 성찰이 크다. 나는 과거의 삶을 '연꽃'으로 표현하곤 하는데, 연꽃을 떠올렸을 때 내가 코칭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연꽃은 아름다운 외형과 향기로 보기에 아름다움은 기본이고,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뿌리(연근)나 연잎은 밥을 찌어 먹기도 하고, 차로 우려먹기도 한다. 씨앗은 전통적으로 여러 질병에 약용으로 쓰이고 있다. 뿌리부터 잎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꽃이 '연꽃'이다. 과거의 나를 표현하면서 '연꽃'이 떠올랐으니 나 역시 어디서건 필요한 존재이고 싶었던 것 같다. 어디서건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나의 열망은 조직에서 일하면서는 책임감 있는 자세로 내가 맡은 업무를 최선을 다해 잘 해내는 것이 목표였다. 업무로 나타나기도 했고, 관계 안에서 타인을 도우면서 늘 서포트하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코칭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칭을 하면서 다양한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코칭의 매력 중 하나다. 특히 코칭을 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은 '변화와 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는 분들이다. 물론 간혹 기업 코칭을 할 경우에는 자발적 의사로 코칭을 받기보다, 교육 트랙에 있기 때문에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분들 조차도 코칭을 통해 발전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계신다. 다양한 산업 군에서 일하는 분야도 직무도 다르고, 살아온 삶의 여정도 모두 다르다. 코칭에 '동반성장'이라는 말이 있다. 파트너십으로 고객과 함께 하기에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코칭을 받는 고객도 코칭을 통해 얻는 부분이 있겠지만, 나 역시 그분들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듣고 보며 배운다. 앞으로 어떤 고객을 만나게 될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고, 코치로서 살아가는 것이 늘 감사한 이유 이기도 하다.
이렇게 코치로서 살아가는데, 적합한 코치의 자질이 있을까?
한국코치협회의 역량에 '코치다움'과 '코칭다움'이라는 표현이 있다. 특히 '코치다움'에 '윤리실천, 자기 인식, 자기 관리, 전문계발'이라는 4가지 하위 역량이 있는데, 그 하위역량에서 보여주는 핵심요소와 행동지표들이 코치의 자질일 것이다. 완성형이라기보다, 그 지향점을 향해 수행하는 마음으로 'Becoming'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믿는다. 누군가의 성장을 위해 돕고 싶은, 한 사람과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여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코칭을 전문 직업으로 삼고 오래오래 하는 동력이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커리어 2막을 '코치'로 사는 삶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