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규모의 독서모임을 주관하고 있다. 국제코칭연맹(ICF, International Coaching Federation) 한국지부의 회원 활동 중 SIG(Special Interest Group) 모집 글을 보고,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정신'으로 신청을 했다. 저의 요금 관심사이기도 하고 새로운 미래를 살아가는 많은 분들이 고민하는 지점인, '넥스트 커리어'에 대해 책을 선정해 함께 읽으며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활동이다. 24년 7월~11월까지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7시에 만나 책을 읽고 나누기로 계획을 잡았다. 이번 8월에 함께 읽을 책은 진로 심리학자이며 긍정심리학자로 진로 심리 전문가인 '이항심 작가의 <시그니처>'이다. 부제가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는 나만의 경쟁력'이라고 되어 있으니 독서 모임의 주제와 딱 맞아 보였다. 이 책은 제목으로만 보면, 나의 시그니처를 찾는 방법에 대한 실용서의 느낌을 주지만, 책의 전체의 흐름은 긍정심리학 기반의 심리 자산과 심리 자산을 키우는 방법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일의 관점이 바뀌며 여기에서 어떻게 나의 시그니처를 만들어서 행복하게 살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이론을 기반으로 소개한다.
내가 긍정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국민대학교 경영대학원의 리더십과 코칭 MBA 2학기 과정에서였다. 당시 이동우 교수님께서 긍정심리학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는데, 그때, 긍정심리학 이론의 철학이나 관점이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관심은 블루밍경영연구소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ESGC 프로그램(국제코칭연맹의 Level 2 인증 프로그램)'에서 긍정심리학, 긍정심리자본, 다양한 동기부여 이론 등에 대한 강의를 하는 것까지 연결이 되었다. 개인과 조직의 변화, 성장을 돕는 코칭은 심리학과 경영학의 여러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중 긍정 심리학이 대표적 근거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심리학 연구는 주로 정신 질환이나 인간의 부정적인 문제 행동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을 하였지만, 1996년 임상심리학자였던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미국 심리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심리학에도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 생각하며 심리학에도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이 중요하다 인식하게 되었다. 하나의 생각에 몰입하게 되면 의외의 곳에서 '아하!' 포인트가 생기기 마련이다. 마틴 셀리그만도 5살 딸아이와 잔디를 깎으며 생긴 에피소드에서 긍정심리학의 관점이 태어나게 되었다. 5살 딸아이도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며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으며 심리학도 인간의 긍정적 변화와 성장을 돕는 학문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나는 꽤 엄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에게 혼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한 것에 대한 일이지만, 혼나는 와중에도 반성보다 슬퍼하고 괴로워했다. 그런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내가 '오뚝이'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분명 혼나서 슬픈 상황인데, 그 감정들이 오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름 살기 위한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떤 때는 한참을 혼나고 있는 중간에 그 상황이 웃겨서 웃다가 "이런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냐"면서 혼내시던 아버지도 웃는 일도 종종 있었다. 웃음이 전염이 된다던데 그런 경험도 종종 했다. '오뚝이'로 표현했지만, 심리학 용어로 본다면, 나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좋은 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어떤 실수나 실패를 의도하던 아니던 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았다. 또 혼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마음에 다시 도전하는 것을 회피할 수도 있는데,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같은 것이 있었다. 뚜렷한 근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린 나이에 성공 경험들을 쌓았을 리도 만무하다. 그럼에도 목표한 일에 대한 희망과 그것을 해내고 싶다는 열정, 막연할지 모르지만 해낼 수 있다는 마음, 잘 될 거라는 마음 등이 어린 시절의 나를 표현해 주는 것 같다. 엄한 아버지이셨지만, 늘 "안 되는 게 어딨냐?", "해봐야 알지.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묵묵하고 따뜻하게 나와 동생을 믿어주셨던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런 환경이 나를 긍정 자산을 쌓아갈 수 있도록 토양이 되어주시지 않았나 싶다.
긍정심리학의 영향을 받은 조직행동학자였던 프레드 루산스(Fred Luthans) 미 네브래스카-링컨대 교수는 긍정심리자본(Positive Psychological Capital)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긍정심리자본의 구성 요소는 회복탄력성, 희망, 자기 효능감, 낙관주의로 구성되며, 이 요소들이 직장에서의 성과와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긍정심리자본이 조직의 성과를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긍정심리자본> 책이 출간되었는데 지금은 절판되었다. 4가지 긍정심리자본으로 나의 어린 시절과 내 성격들을 보면, 대부분 나에게 긍정심리자본이 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긍정심리자본을 진단하는 도구(PCQ, PsyCap Questionnaire)도 있다. 우리가 살다 보면 늘 에너지 레벨이 항상 높으면 좋겠지만, 여러 내외적 요인들로 인해 높낮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럴 때 우리에게 이런 심리자본이 있다면 삶을 웰빙을 증진시키고 풍요롭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에게는 어떤 심리자산이 있는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