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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서 알파와 오메가인 한계 설정

매 순간 깨어있지 않으면 산으로 가버리는 상담

by 이아


상담은 하면 할수록,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한계 설정(limit settig)이 중요함을 다시금 또 체감합니다. 어쩌면 상담의 알파와 오메가는 한계 설정인 것도 같습니다. 석사 때 지도 교수님이 limit setting을 강조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때(머리로 상담했던 시기인 이십 대 시절)는 잘 몰랐던 걸 한 해 한 해 경험해 나가면서 알게 됩니다. 부드럽고 다양한 내용을 담는 상담의 구조가 튼튼할수록 상담자와 내담자 함께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낍니다.


한계 설정은 지금도 저에게는 매 회기마다 고민이 되는 첨예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 되는 것은 어디서 어디까지 되는 것이고, 안 되는 것은 왜 안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화될수록 신뢰감과 안전함, 안정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상담이 아트(ART)가 되는 지점은 이러한 한계 설정이 무 자르듯 딱, 쫘악,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각 내담자별로 다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어떤 분에게는 융통성과 유연함을 발휘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분에게는 선명한 경계를 부드럽고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저는 초보 상담자 시절에 한계 설정에서 양극단을 오갔던 것 같습니다. 한없이 수용적이었다가, 참을 수 없는 불안이 올라오면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식이었지요. 저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해하던 내담자분들의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 지점에서 저는 수차례 무너졌던 것 같습니다. 못 하겠다는 생각도 여러 차례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많이 하다 보면 깨닫는 것이 생기게 되고, '이래야 한다'라는 당위적인 태도보다 '이래도 된다'라는 열린 태도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말은 쉽지, 지금도 여전히 막막하고, 헤매고 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상담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혼자서 끙끙 앓고 있지 않고, 풀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 순간 저에게 좀 더 편안하고, 쉬운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상담에 나름 맷집이 생기니, 한계 설정에 대해서 이전보다는 좀 더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또한, 좀 더 부드럽지만 또 명료한 태도로 임하게 되었습니다. 이래야 한다에서 한 발자국 자유로워지니 선택지는 더 다양해졌지요. 그만큼 혼란은 가중되었지만, 그 혼란도 제가 감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짝 엇박자로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전에 유연하고 부드럽게 했던 부분을 조금은 덜 유연하게 해 보고, 반대로 이전에 단호하게 했던 부분을 좀 더 열어두고, 부드럽게 해 보는 식으로요. 아주 미묘하게 조금씩 변형을 해보면 어떨까? 궁금해집니다. 일단 제 자신이 좀 낯설게 느껴질 것 같고, 힘이 들어가는 부분과 힘을 빼는 부분이 바뀌게 되면 새로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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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는 상담심리사 입니다. 글을 꾸준히 쓰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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