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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살 Nov 17. 2021

내 머리카락 속에는 개미와 무당벌레가 살았다

나의 사랑스런 아프로펌 헤어스타일1


내 머리카락 속에는

개미와 무당벌레가 살았다

 

글 최살살


나는 예쁜 것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는 아니었다.

열 살 무렵의 나는 예쁜 것보다는 이상한 게 좋았다. R

나는 곱슬머리가 심했고, 머리숱이 많았다. 그 머리는 이상해 보였다. 아이들은 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보거나, 볼펜 따위를 꽂아 넣었다.

유진아.

유진아.

네 머리는 꼭 블랙홀 같아.

나의 지독한 곱슬머리는 그 낯선 물체들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습관적으로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머리카락 깊숙이 뭔가를 끼워 넣었다. 내 머리카락 속에는 개미나 무당벌레가 알을 까고 자라나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아이들은 그 또래만이 할 수 있는 무한한 다정함과 익살스러움과 유난스러움으로 내 머리카락과 나를 사랑해주었다.


내 머리카락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개미와 무당벌레와 함께.


하루가 다르게 자랐다. 긴 곱슬 머리카락은 두피부터 꼬이고 얽혀 내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부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래도 나는 다소 이상해 보이는 내 머리 스타일이 좋았다.

내 머리카락은 무엇이든 품을 수 있었다. 무엇이든 키울 수 있었다. 어린아이 답지 않은 넉넉한 마음으로.


내 머리카락은 무럭무럭 자라났다. 개미와 무당벌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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