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記]
어쩌다 출판사 사장이 되었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ISBN발급 받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식은 출판사 등록이다.
ISBN을 발급받지 않아도 책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나에게 '폼잡기'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나에게 '폼잡기'란 "남들이랑 비슷하게 하기"인지 모르겠다.
책 표지도, 책 내지도, 책 입고도, 그 과정과 결과물이 다른 독립출판 책들과 비슷하길 바랐다. '폼'을 위해 생각보다 많은 품이 들지는 않았다.
출판사 등록을 위한 큼직한 업무는 두 가지다.
첫째, 사업장 소재지 관할 시청 혹은 군,구청에 방문해 출판사 신고를 해야 한다.
나는 중랑구청 문화사업부에서 출판사 등록을 했고, 이틀 뒤 출판사 등록이 완료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면허세 2,7000원을 지출했다.
출판사 신고를 완료했다면 두 번째 업무가 남았다.
사업자 등록하기.
출판 등록, 사업자 등록이 완료 됐다면 이제 서지정보유통지원센터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ISBN을 발급받을 수 있다.
도서 가격, 출판사명, 담당자명, 책 판형, 페이지 수, 제본 형태 등을 기재하면 된다.
ISBN은 삼 일 기다려 발급받았다.
매년 2,7000원의 세금만 내면 출판사 사장의 직함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폼나는' 출판사를 세우기 위해서는 출판사 웹사이트도 제작해야 하고,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만들어 홍보도 할 수 있다면 더 좋다. 나는 도저히 다른 출판사와 비슷하게 내 출판사를 꾸릴 자신은 없었다.
출판사를 처음 만들 때는 1년에 한 권씩 내 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다른 일과 책 만드는 일을 병행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책 한 권을 만들며 현실이 보였다.
그리고 매년 1월에 내는 2,7000원은 생각보다 큰 돈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도서출판 유원지
오래된 것들로 만든 쾌락 공장
같이 놀아요~
귀여운 소개 문구만 남았다. 그리고 <화니단로 여행자들>의 ISBN.
앞으로 쾌락공장, 유원지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망하지 않으려면 매년 나의 출판사에서 2,7000원의 수익이 나면 된다.
도서출판 유원지가 글과 그림이 있는 즐거운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