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우표를 아시나요?

우체국은 아날로그 감성이다.

by analogue fox

우체국은 매달 한번 이상 기념우표를 발행한다.

매년 발행 계획표도 있다.

취미우표 통신판매 회원으로 가입하면 우체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우표 발행일에 맞춰 등기로 받을 수 있다.

우표 수집을 취미로 하시는 분들은 많지도 않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꼼꼼함을 넘어 까다로우신 분도 종종 있다.

한 번은 우체국에 직접 우표를 사러 오신 분이 우표를 필요한 개수만큼만 뜯어 달라고 하셨다.

보통은 전지를 그대로 구매하시지만 중복되는 우표는 원하지 않으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표전지(다시 찾은 소중한 문화유산)와 설명서

그런데 이 고객님은 내가 뜯어준 방향이나 모양이 마음에 안 드신 모양이었다.

일단 우표에 지문을 묻히면 안 되고, 우표를 뜯고 남은 옆부분의 글과 그림도 들어가게 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뜯는 방향도 원하는 바도 복잡하게 느껴져 선뜻 손대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고객님이 직접 뜯으시는 것이 더 나을 듯싶어 통째로 내어 드렸다.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고객이 노발대발하신다.

하늘 같은 고객을 부려먹는다는 게 포인트이다.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지 누가 뜯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일시정지 모드가 되었다.

결국 꺼지지 않는 분노의 불씨는 위층에 계신 국장님에게까지 닿았고 나는 고객만족이 최우선인 부서에서 능력 없는 직원이 되었다.

아직도 나는 그 왕년에 어딘지 모를 높은 곳에서 한자리하셨다며 자기소개를 연발하시던 그 어마어마하신 분을 국장님은 어떻게 달래서 보내셨는지 모른다.

더 문제는 내가 앞으로 저런 고객이 또 오면 어떻게 해야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비닐장갑이라도 서랍에 준비해 두어야 하는 걸까.

진짜 그래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솔직히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다.

까다로운 고객의 성공적인 응대에 관한 성공 보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무원은 규정 안에서 매뉴얼대로 시키는 일만 하기에 좀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결국 나는 우표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고객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런 사람들로부터 내 마음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고객맞춤 그까짓 거 잘 해내볼까 한다.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아날로그를 지키는 일이 쉽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니까.

그리고 그게 우체국의 일이니까 말이다.


사실 나도 취미우표 모으시는 분들처럼 그림이나 사진이 마음에 들어 사둔 우표가 몇 개 있다. 우표의 쓰임은 우편물을 발송하기 위함이지만 이렇게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기도 하다.

우표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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