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나의 인생을 바꾸는 질문 500가지

by 하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는 말처럼 실패를 긍정적 결과의 양분으로 사용하는 것 말고 실패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사실 실패는 씁쓸한 경험이다. 성공과 실패,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때 실패를 택할 사람이 있기는 할까. 그게 돈과 관련된 거라면 더더욱 말이다. 내가 교대를 갈 때만 하더라도, 문과에서는 전교 1,2등을 앞다퉈야 했었고, 실제로 나의 성적도 그러했다. 수능도 틀린 개수가 한 손가락을 넘어가지 않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교문 앞 플래카드에 이름도 걸어보고,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이름이 거론되는 몇 안 되는 학생 중 한 명으로 졸업을 했다. 교대도 당차게 문을 열고 들어간 덕에 4년 성적 장학금을 받았다. 대학생 시절 어느 학교 다니냐는 물음에 학교 이름을 말하면 ‘공부 잘했나 보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되게 대단한 줄 알았다. 임용도 잘 본 덕에 본교에서 임고생들을 대상으로 임용특강도 했던 경험이 있다. 어떤가. 누가 보면 꽤 그럴듯한 똑똑한 사람 같아 보이는 연혁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 모든 과정에서 성공과 동시에 실패를 경험했다. 성공은 성공대로, 실패는 실패대로. 내 삶에서 이 둘은 양립하는 것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남들보다 공부를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고등학교 3년 내내 나는 책만 봤다. 수업시간엔 졸릴까 봐 맨 뒷자리를 사수해서 무릎을 꿇고 우뚝 솟은 상태로 수업을 들었고 야자가 끝난 후 학교엔 수위아저씨만 남아계셨다. (학교의 마지막 불을 끄고 나오던 나는, 그 시절에 담력을 다 쌓았다.) 명절 당일에도 학교에 나와 무릎을 꿇고 공부를 했다. 시험기간엔 혼자 벽에 대고 목에서 피맛이 날 때까지 열강을 해댔다. 경주마였다. 그렇게 앞만 보고 경주마처럼 달려가니, 그동안 놓친 것들이 많았다. 첫째로, 학창 시절의 기억나는 추억이 없다. 3년이라는 기간이 짧은 기간이 아님에도, 그 순수하고 철없는 나이에 재미있는 일들이 있긴 있었을 텐데, 기억상실증처럼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없다. 그리고 그 시절에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의 삶을 모른다. 가족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쳐다볼 새가 없었다. 그렇게 고등학생 시절 3년은 나에게 그 시절에 경험했어야 할 많은 경험들과 그 속에서 배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쳐버리게 했다. 가치관을 형성하지 않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부 좀 한다는 자식을 위한 가족들의 절대적인 희생으로 자기중심적인 성격마저 이 시절에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런 나의 성격은 30 중반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도 내 인생에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면,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이런 경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실패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또한 인생에 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인생이 밑바닥 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를 깨달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뉴스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이제 자유를 찾았다고, 내심 그 사람의 용기가 부러웠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련의 기간 동안 세상에 대한 큰 성장통을 겪었고, 성장통 뒤에 키가 크듯 그 시간들이 나를 좀 더 겸손하게 하고, 성장시키는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걸 나중 가서 깨달았다. 결국엔 다중우주이론처럼 성공과 실패는 내 인생에서 계속해서 동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삶에 성공처럼 보이는 것들 이면에서도 실패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고, 실패 같아 보이는 경험들은 결국 내 삶에 유익이 되는 경험들이었다는 건,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 속 벌어지는 많은 역경 속에서도 반드시 성공적인 면도 함께할 거라는 희망을 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최선을 다해해 나갈 것이다.


여러분은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