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적인 나에서 능동적인 나로 변하는 첫 발걸음
유독 그런 날이 있다.
하루가 막힘없이 지나갔고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은 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도착했는데 평소보다 기운이 맥없이 빠지는 날.
저녁을 차려먹고 운동을 다녀오고 씻고 집안일을 하느라, 퇴근해서도 퇴근하지 못하는 바쁜 삶 속에서 우리는 원인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다음 하루를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나르시시스트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다루는 패턴도 대부분의 경우 비슷하다.
상처라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그 사건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보다
부모님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저 사람과의 인연을 단절할지 현실적인 고민에 가려져 본인의 감정을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 없이 기분이 안 좋은 경우 대부분은 감정이 발생한 출발점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제때 해소하지 못한 감정의 덩어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지만 꺼내 보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존재를 모르고 지나친다.
감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게 된다면 스스로의 주인이 될 수 있고 그때부터 나르시시스트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완전히 독립할 수 있게 된다.
조용한 방 안에서 노트를 펼치고 글을 쓴다. 감정의 출발점을 찾기 위해 마인드맵처럼 머릿속에 떠오른 가능성들을 모두 적어 내려간다.
깜깜한 밤에 아롱아롱 불빛처럼 처음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이런 순간순간들이 쌓여감에 따라 출발점을 찾게 된다면 파도같이 몰아가 치는 감정의 출발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작은 이유에서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