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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Dec 03. 2023

가정의 나와 회사의 나

 얼마 전 10여 년 전 같은 현장에서 근무했던, 소장님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조문을 갔다. 현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일촉즉발의 긴급한 상황도 있고, 때로는 수일을 늦은 밤까지 일해야 하는 고된 날도 있기 마련인데, 그럴 때에도 여유를 잃지 않고 뛰어난 유머감각으로 지친 직원들에게 힘을 주던 분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근무했던 여러 동료들이 소식을 듣고 언제 출발할 것인지 문의하는 연락이 많이 왔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에 생각해 보니, 함께 근무했을 때 자주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것 같다. 


 "지난 주말에 아버지한테 다녀왔는데, 내 나이가 오십인데도, 아직도 애 같으신지 밥 잘 챙겨 먹고 다리나고 그러시더라. 너도 부모님 자주 찾아봐. "

 "우리 딸은 중학생인데, 아직도 아빠랑 놀러 가는 걸 너무 좋아해."

 "나는 와이프랑 얘기했어. 나중에 자식들이 손주들 봐달라고 하면, 도우미를 구해 주고... 우리는 놀러 다니 자고......"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조문을 하고, 간단히 다과를 먹을 때 가족분들이 오셔서 함께 인사를 나눴다. 이야기 속 중학생 딸은 야무져 보이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고, 아내분은 소장님만큼이나 웃음이 온화한 분 이셨다. 리더로서 여유를 잃지 않았던, 소장님의 힘은 이 가정에서 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비단 이 소장님 뿐 아니라, 회사에 다니며 많은 동료들의 경조사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보면, 해당 동료 개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그 가족의 분위기는 매우 닮아있었다. 물론 그 몇 분 사이에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들은 그 가정이 대체로 평안해 보였다. 경제적인 부유함에서 오는 평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더라도 현재에 만족하며, 서로 존재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가정이었다. 물론 반대되는 사례도 많이 보았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처럼, 가정이 화목한 경우 회사에서도 개인의 행복함이 조직 내에 전달되어, 직원들 간의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에서 리더 선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나 별다른 자산 없이 직원 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건설회사에서 리더 인사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에 실무 지식과 역량, 발주자와의 관계, 리더십 등의 일반적인 평가영범위에 두고 선발한다. 이제는 여기에 추가로 '개인 삶의 행복도/만족감'도 평가요소로 넣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한편에서 회사 안과 밖의 개인은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회사의 자아와 가정을 포함한 회사 밖에서의 자아의 모습를 동기화 시키는 방향으로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 '개인 삶의 만족감'의 가치는 점차 높아질 것이고, 이는 개인화되어가는 사회에서  각 개인이 가지게 되는 여러 집단 속에서의 자아 동기화 과정에서 더욱 큰 동기부여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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