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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Nov 18. 2023

인사평가는 선불인가? 후불인가?

 우린 참 '평가'를 많이 받아봤다. 초등학교 시절 쪽지시험에서부터 수학능력시험,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 다양하고 또 많은 '평가'를 치르고 이 자리에 왔다. 성인이 되어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매년 상사로부터 '인사평가'를 받는다. 오래 보아온 이 단어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 들을 때마다 뭔가 마음의 불편함이 생기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회사의 인사평가는 그 간의 평가와는 다른 면이 있다. 그동안은 문제를 풀어 정해진 정답을 찾아내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지만, 회사의 '인사평가'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보이는 정량적인 측면의 평가뿐 아니라 다소 두리뭉실하기도 그래서 애매한 정성적 측면에서의 성과까지 고려하여 최종 점수를 집계한다. 회사마다 직종마다 차이가 있을 수도 있으나, 보통 정성평가의 비중이 높고, 이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해진다. 한 때 '아부의 기술'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이러한 정성평가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평가의 셈이 복잡해진다.

 


우리 회사는 연말에 인사평가를 실시한다. 회사에서는 수 십 년 된 이 제도를 신기하게도 매년 조금씩 바꾸는데, 그럴 때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음모설이 퍼질 정도로 직원들에게 평가는 늘 큰 관심사다. 인사평가는 본인이 인지하는 자신의 성과, 그리고 평가자 즉 상사가 생각하는 성과에서 간극이 있을 수 있고, 또 회사 평가 프로세스나 기준에 따라 불가피한 간극이 또 발생하게 된다. 수많은 Case가 발생할 수 있는데, 함께 얘기할만한 위의 표에 있는 몇 가지 Case를 바탕으로 개인이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해 보자. 


 먼저 Case.1이다. 본인이 판단하기의 성과가 우수하고, 상사의 평가도 동일하지만, 연공서열 등의 특수한 기업 문화로 인해 실제 평가는 점수는 낮게 받는 경우다. 참 억울한 경우다. 이 Case에서 상사들은 보통 이런 말을 한다. 

 "미안하지만 이번에 저 OO 과장이 좀 진급이 늦고 하니, 고가를 잘 줘서 먼저 승진시켜줄 수밖에 없었어. 절대 너의 성과를 저평가하는 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해 주면 좋겠네. 내년에는 꼭 잘 줄게." 

이때 상사와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믿고 한두해 더 기다려보는 것이 나을 텐고, 만약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연공서열이 주요 평가요소가 된 점에 대해 컴플레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Case.2,3는 본인의 성과에 대한 평가와 상사의 생각이 다른 경우다. 즉 나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상사가 보기엔 별로라고 판단한 경우다. 물론 이때도 인사평가 결과는 잘 나올 수도 또 못 나올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팀을 옮기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한다. 자신의 가치가 돋보일, 혹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이 어디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운이 좋아 평가를 하는 상사가 바뀌는 경우도 있겠지만,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기보다는 감이 곧 떨어질 나무를 찾던지, 아니면 감나무를 흔들지 등의 적극적인 방법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인사평가가 한창 진행되던 어느 점심에 직원들과 식사하고 오면서 이런 질문을 해 봤다. 

"인사평가 결과는 선불일까요? 아니면 후불일까요? "


 함께 걷던 동료들은 답을 하기보다는 질문 자체에만 더욱 흥미를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인사평가는 당해연도 실적에 대해 평가를 하는 것이 원칙이긴 하지만, 실제 연말에 평가 결과를 받게 되었을 때 "와 내가 올해 정말 잘했구나. 혹은 올해 좀 못했구나"라는 후불적 성격보다는 "잘 받았으니 내년에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 또는 맨날 실컷 부려먹어 놓고선 점수는 이따구로 주냐. 이제 내년에 절대 무리 안 해" 등 선불의 개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평가를 앞둔 시점에 고민하는 팀장님께 이런 말을 남겼을 때, 팀장님의 쓴웃음이 기억에 선명하다.  

"팀장님. 뭐 너무 고민하지는 마세요. 전 받은 대로 내년에 일할테니, 걱정 마시고 그냥 편하게 생각하세요."


그나저나 올해 우리 팀장님은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점수를 주셨으려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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