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여서 충분한 동그라미 베이글

1인 식사로 추천하는 빵

by monowhite

코스트코, 포비, 런던베이글 뮤지엄.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개인적인 21세기 서울 베이글의 역사.


베이글. 적당한 밀도와 담백함. 원형의 독립적인 구조. 이것 하나면 1인 주거에게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양. 이 빵은 처음부터 한 명을 위한 한 끼 식사로 발명되었을지도 모른다. 베이글은 다른 식자재와도 잘 어울린다. 절반을 잘라 냉장고에 있는 남은 재료를 대충 집어넣으면 그럴듯한 샌드위치가 완성된다.


처음 베이글을 접했을 때 단번에 사랑에 빠졌다. 쫄깃한 심각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은 낯설지만 친숙했다. 20~30년 전 베이글을 손쉽게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코스트코' 할인매장이었다. 이곳에 가서 베이글이 가득 담긴 한 줄을 사다 냉동실에 얼려두고 밤에 출출할 때마다 데워먹었다. 그리고 베이글은 한국에서도 아주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빵이 되었다. 카페마다 코스트코 베이글을 가지고 샌드위치를 만드는 가게도 부쩍 늘던 시절이었다.


코스트코 베이글이 기준이 되던 시대를 지나 대학원생이던 25살, 베이글 전문 카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상적인 곳이 바로 '포비'였다. 포비는 마침 광화문, 합정역 부근에 있어 교보문고를 갈 때면 '책 구매-베이글 먹기'가 코스가 되었다. 이곳은 카페에 제조시설을 만들어 제빵사가 직접 반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갓 나온 베이글과 어울리는 다양한 맛의 크림치즈를 개발하여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주었다. 포비 베이글 껍질은 적당히 얇고 바삭하면서 속은 부드럽고 살짝 달콤하다. 여기에 쫀득한 무화과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 먹으면 최고의 브런치가 된다.


오늘 아침 냉동실에 얼려둔 베이글을 꺼냈다. 하나여서 충분하다. 모나지 않은 둥근 원형이 좋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베이글과 친해지길 바란다. 베이글 맛을 즐기게 된다면 종종 냉동실 안쪽에서 발견한 베이글 덕분에 당신 하루도 그 자체로 완벽한 동그라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