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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깥 Mar 18. 2020

Voice Only 인터페이스에서의 뉴스 서비스 (下)

카카오미니 뉴스 도메인 기획자의 고민

Voice Only 인터페이스에서의 뉴스 서비스 (上) 에서 이어집니다.



3. TV 뉴스의 오디오를 쓰지 않는 이유

사실 주요 뉴스를 먼저 브리핑하는 것은 TV 뉴스에서 하는 방식이다. 광고 전이나 생방송 직전에 앵커가 주요 꼭지를 훑어주는 건 꽤나 익숙한 모습이다. 지금껏 시각으로 전달되는 뉴스와는 다르다고 주장한 것 치고는 TV 뉴스와 유사한 면이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TV 뉴스에서 오디오 소스만 따서 내보내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타사의 AI스피커에서 뉴스를 서비스하는 방식이 그러하다. 클로바에 제공하고 있는 YTN의 주요 뉴스를 보면 브리핑(AI스피커 용으로 별도 녹음하는 것으로 보임)을 제외한 개별 뉴스는 TV 뉴스의 오디오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했을 때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시각으로만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Voice Only 인터페이스에 맞게 필터링 또는 변환될 수 없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담화가 포함된 뉴스라고 해보자. TV 뉴스에서는 영어로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육성이 나가면서 한글 자막을 넣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을 Voice Only 인터페이스에서 오디오 소스만 내보낸다면 영어 듣기 평가 상황이 펼쳐진다. 그래프를 보면서 해석하거나, 특정 인터뷰이(interviewee)의 정보가 자막으로만 소개되는 경우에도 음성으로만 들었을 때 그 맥락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다.


따라서 Voice Only 인터페이스를 고려한 뉴스 제작이 필요하다. 카카오미니에서는 연합뉴스와의 협업을 통해 Voice Only 인터페이스 전용으로 제작된 음성 뉴스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연합뉴스에서는 주요 뉴스를 선별한 뒤 Voice Only 특성에 맞춰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녹음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파일을 카카오 내부 플랫폼에 기사 형태로 업로드한다. 뉴스는 시시각각 변하므로 연합뉴스의 아나운서 분들이 하루에 정해진 횟수만큼 위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생각보다 품이 정말 많이 드는 일이고, 그만큼 비용도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 뉴스를 쓰지 않고 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Voice Only 인터페이스에서 가장 최상의 서비스 품질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려움도 많다. 양쪽의 리소스가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이슈 대응이 상대적으로 유연하지 못하기도 하고, 서비스 품질을 위한 양쪽 모두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비용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도 협업 방식을 효율화하는 등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면서 서비스 품질만큼은 최대한 타협을 늦추려고 한다. 이 글을 빌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좋은 뉴스 서비스를 위해 고생해주시는 연합뉴스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4. It's the Context, stupid

뉴스를 소비하는 상황도 인터페이스에 따라 차이가 있다. '뉴스를 듣는다'는 행위는 '뉴스를 보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른 일을 병행하기에 좋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장점이지만, 팟캐스트 같은 음성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큰 고민거리다. 어쨌든 Voice Only 인터페이스의 뉴스 서비스는 사용자가 다른 일을 하면서(대체로 출근 준비) 뉴스를 듣는 상황을 가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상황에서 정보 전달에 용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핵심 위주의 뉴스를 적당한 시간 안에 전달하는 것이 전부다. 연합뉴스 주요 뉴스는 N자 내외 분량의 스크립트를 N초 내외로 녹음하자는 가이드를 만들었다. 가장 많이 호출되는 뉴스 콘텐츠기 때문에 정보의 양과 전달 속도를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있다. TTS로 제공하는 카테고리/랭킹/키워드 뉴스 역시 카카오 내 협업 부서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요약문을 읽는다.

요약 예시

알고리즘이 요약한 결과가 바로 서비스에 반영되기 때문에 요약 알고리즘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뉴스 요약은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저작권이 언론사에 있기 때문에 요약 서비스에 대한 계약이 필요하다. 같은 이유로 문장을 변형해서도 안된다. 핵심이 되는 문장을 추출해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요약해야 한다. 뉴스의 종류, 길이, 구조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일정한 요약 품질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현재 적용한 알고리즘은 일정 글자 수 범위에 있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잘 요약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인터뷰, 칼럼 같은 비스트레이트 기사는 요약 품질 점수가 낮아 서비스 풀(pool)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품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정책이다. 몇 가지 방어 로직에도 불구하고 어색한 요약문이 실서비스에 나가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 부분이 더 크리티컬한 위험 요소이다. 그래서 딥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한 요약 알고리즘 개선을 올해 주요 과제로 보고 있다.



5. 라디오 뉴스가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라디오 뉴스 음원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Voice Only 타깃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라디오 정시 뉴스는 주로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5분 남짓한 시간만 할당받기 때문에 핵심 내용 위주로 구성한다는 점에서 앞서 서술한 조건에 부합한다. 그러나 라디오 사용자와 카카오미니 사용자의 의도(intent)는 차이가 있다고 봐야 한다. 라디오 사용자에게 주어진 통제권은 '라디오를 켜고, 채널을 선택하는 행위'가 전부다. 편성표에 따른 흐름을 그저 수용할 수밖에 없다. 뉴스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켰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맞지 않아 중간부터 듣거나 몇 분 간 광고를 듣는 일은 수용 가능한 범위에 있다. 뉴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채널을 돌리거나 라디오를 끄는 것이다. 'All or Nothing'이다.


카카오미니 사용자의 의도는 보다 구체적이다. 뉴스를 호출했다면 뉴스만 잘 전달해야 한다. 다른 정보는 불필요하다. 애초에 기기의 방향성 역시 사용자의 요청에 최적의 정답 하나를 찾도록 설계되어 있다.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최적의 정답을 찾지 못한다면 후보 리스트 중에서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를 제공해야 한다. 따라서 카카오미니에서는 'All or Nothing'이 아니라 '이전, 다음, 처음부터 재생, 특정 순서 재생' 등 더 세밀한 재생 컨트롤 기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뉴스 콘텐츠가 분절되어야 한다. 5분짜리 라디오 정시 뉴스 음원 파일 하나가 아니라, N개의 개별 뉴스로 나눈 파일 묶음이 필요하다. 여러 장점이 있음에도 라디오 뉴스 음원으로 직접 제작 방식을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타깝게도 언론사에서 이 작업에 리소스를 투입할 의지가 없어 보이고, 우리 쪽에서도 마땅한 유인책이 없는 게 사실이다. KBS와 CBS 노컷뉴스의 라디오 뉴스 음원을 받아 서비스하고 있지만, 그냥 음원을 재생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 아쉬움이 크다.



6. 앞으로의 카카오미니 뉴스 서비스는 어떻게 될까?

2편에 걸친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한 가지다. 고민을 많이 했고 앞으로도 많이 할 서비스라는 것이 전부다. 국내의 다른 서비스와 비교해서 제일 좋다고 하기에는 조금 조심스럽지만 Voice Only 인터페이스에서 어떻게 하면 뉴스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는 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초창기에 제각각이었던 뉴스 서비스의 구조가 이제는 거의 유사해졌다.


물론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중간에 언급했던 과제들은 비교적 명확하다. 해결 방법은 대략 나와 있고 실행만 잘하면 된다. 시대적 흐름이 요구하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한다. 포털 뉴스가 변화한 방향성을 떠올려보자. '똑같은 뉴스에서 개인화 추천 뉴스'로, '헤게모니가 플랫폼에서 언론사'로, '뉴스 선택권이 플랫폼에서 사용자'로의 이동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 포털은 충분한 성숙기를 거쳐 사용자보다는 다른 이유로 변화를 강제당했지만, 카카오미니의 뉴스 서비스는 새로운 뉴스 소비 방식에 익숙해진 사용자로 인해 매우 빠르고 강력한 변화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다. 구독, 추천, 다양성이라는 피하기 힘든 흐름을 Voice Only 인터페이스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가 진짜 승부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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