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
교사의 시계는 3월부터 돌아간다.
3월 첫날
학생들을 처음 만났을 때,
학생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도 사람이야. 모두를 똑같이 대하고, 예뻐할 수는 없어. 너네도 잘 해야 선생님도 잘 해줄 수 있다."
뭔가 아이들에게 잘 하라는 협박인 거 같기도 하고, 나 자신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신'이 아니라는 고백같기도 한 말이다. 교육적으로 모든 아이들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정답일지라도 나는 여전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교사이다.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평소 예뻐했던 학생이 있었다. 2학년 이과반 학생인데,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밝고 명랑하고 싹싹해서 좋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면에 감춰진, 교사가 없는 교실 안에서의 모습을 전혀 몰랐었다. 아이들을 괴롭히고, 가스라이팅하고, 수업 분위기를 흐리고, 만만한 선생님을 얕보는 모습을 뒤늦게 2학기에 알게 되었다. 정말이지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없어서 불러서 뭐라고 했는데, 뭐라고 하다보니 감정이 북받쳐서 화가 더 났다. 그리고 그 아이와는 멀어졌다.
물론 최소한 해줘야 하는 교사의 도리로서는 평등하게 대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상담을 해준다든지, 수업을 해준다든지, 생활기록부 작성을 해준다든지 하는 부분들은 동일하게 대하고 접근하지만, 업무적인 부분을 떠나 내 마음적인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가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로 나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공부 잘하는 학생을 편애하는 교사는 절대 아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 중에 오히려 더 얄미운 학생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좋았다가 싫어지기도 싫었다가 좋아지기도 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지라 이러한 마음이 학생들에게도 적용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떤 결정적인 계기로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떠났을 때, 이별을 맞이하듯이
학생들과도 이러한 상황이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이 똑 떨어지는 상황이 온다면?
최소한의 교사의 책임으로서 해줄 것은 다 해주되,
마음은 줘야 하는 일은 못할 것 같다.
이러한 내 마음을 학생에게 표현하고 관계의 개선을 도모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옳은 선택인지 잘은 모르겠다. 감정소모가 너무 심해 지쳐버릴 거 같다.
공교육 안에서 아이들과 공적인 교류만 해도 충분할 수 있지만, 사적인 교류가 더해졌을 때,
학원, 인강과 다른 교육의 효과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공적인 교류는 평등을 추구하지만
사적인 교류는 차별?을 인정하는 교사이다.
아직 교사로서의 마음가짐에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20대의 패기와 열정으로 모든 아이들에게 마음을 주다가 상처받은 경험들, 내가 아이들에게 줬을지도 모르는 상처들, 그리고 지금 내가 받은 상처들이
이 글과 함께
고민과 함께
시간과 함께
치유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