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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won Jun 17. 2022

UX 포트폴리오 만들기: 디자이너냐 리서처냐

<1> UX리서처의 포트폴리오와 UX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의 차이점

안녕하세요. 이번 글과 다음 두 편의 글에 걸쳐 UX 프로페셔널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글은 UX 리서처의 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거에요. 


저의 경우 첫 포트폴리오는 대학원에서 수강한 UX 관련 수업 만든 프로젝트들로 구성했습니다. 즉, 실무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죠. 완성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고 판단했을 무렵부터 포트폴리오 리뷰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학교의 교수님들은 물론이고, 링크드인을 통해 현업에 계신 분들께 콜드 레터cold letter를 보내서 직접 만난다든가 화상이나 전화 미팅을 했어요. 제가 거주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경우에는 UX 프로페셔널들이 만든 소규모 동호회나 UX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하는 회사들이 ‘포트폴리오 리뷰 나잇'라는 것을 엽니다. 저와 같은 학생이나 구직자들은 책자화 된 포트폴리오나 웹사이트형 포트폴리오를 들고 그 장소에 가서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많았어요. 마치 스피드 데이팅과 네트워킹 이벤트가 혼합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피드백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리서처의 포트폴리오인지,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인지 알 수가 없네요.


5분만에 벌어지는 스피드 데이팅 식의 리뷰건, 2시간 동안 1:1로 저녁식사를 하며 나눴던 대담 형태의 리뷰건 모든 리뷰어들은 포트폴리오를 통해서 저의 약점을 아주 정확하게 간파해내었어요. 제가 UX 디자이너로 나아가야 하는지, UX 리서처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망설이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저는 처음부터 UX 리서처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원래 하던 마케팅 전략과 결이 비슷했기도 했고, 다양한 UX 관련 수업을 들어보면서 저의 강점은 디자인을 실행해내는 것보다 방향을 설정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지인들은 처음부터 UX 리서처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을 말렸어요. 일단 1) 저는 디자인이 강점인 예술 석사 프로그램에 있기 때문에 레주메 상 ‘디자이너'로 포지셔닝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우며 2) 애초에 리서처를 뽑는 회사도 많지 않고 3) 리서처를 뽑는 회사들은 심리학이나 인간-컴퓨터 상호작용과 같은 더 학문적인 배경을 갖춘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것이었죠. 4) 많은 회사들의 경우 디자이너가 리서치의 일도 겸하기 때문에, 차라리 올라운더all-rounder 디자이너로 시작해보아라 라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결국 그래서 저는 애매하게 타이틀에 ‘디자이너 겸 리서처’라고 달아놓고, ‘어느 회사든 맘에 드는 포지션으로 저를 데려가주세요!’라는 심정으로 UX 프로젝트들을 포트폴리오에 우겨 넣었던거죠. 유사한 이유로 자신의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나 링크드인에서 Researcher/Designer 이렇게 둘 다 표기하시는 멘티 분들도 많이 봤습니다. 제가 그랬기 때문에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와 리서처의 포트폴리오는 엄연히 다릅니다. 어렵더라도 여러분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반드시 선택해야 합니다. 



포트폴리오 나잇

 

물론 UX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와 UX 리서처의 포트폴리오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어요. 프로덕트의 문제를 a.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 발굴하여 재정의하고, b.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련의 리서치 활동을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도출하여 c. 해결안을 만들어내고 d. 사용자 검증을 통해 해결안을 보안해낸다 라는 스토리텔링 구조를 갖춘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 스토리텔링에서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있어 리서처와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는 차이를 보입니다. 

 

UX 디자이너가 기획부터, 리서치, 심지어 코딩까지 하는 올라운더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일단, 내가 지원하고 싶은 회사가 그런 종류의 디자이너를 뽑고 있느냐 아니냐 부터 확인해보세요. 올라운더 디자이너를 고용하고자 하는 회사 일수록 UX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규모가 작거나, 신생 기업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뜻이 아니에요.) 이 경우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는 최소의 자원(프로젝트를 같이할 동료, 버짓, 시간 등) 만으로도 독립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균형감 있게 앞서 말씀드린 네 단계의 UX 작업 프로세스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라고 했을 때 회사는 (올라운더건 아니건) 이 사람이 디자인을 시각적이고 구체적으로 집행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디자이너라면 이 사람이 1) 어떠한 연유로 특정 디자인 툴을 선택하였는지 2) 디자인의 디테일을 얼마나 분명하게 묘사하고 3) 디자인 결과물이 어떻게 사용자들에게 사용되었는지 (즉, 사용자 관점에서 보았을 때 어떤 가치를 제공하였고, 반면 어떤 취약점을 드러내었는지) 등을 설명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올라운더건 아니건 디자이너는 프로젝트의 최종 결과물을 보여주는 부분이 클라이맥스가 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해요. 그게 아니라면, 고용주 입장에서는 ‘이 디자이너가 실행력이 부족한 것 아닐까’ ‘이 디자이너가 리서치에만 너무 시간을 쏟다가 결과물을 대충 만들어내는 성향을 가지진 않았을까’라고 의심을 할 수도 있거든요. 


반면 리서처는 회사에서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즉 거대한 리서치 팀의 멤버이건 회사의 유일한 리서처이건 아니면 클라이언트 별로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에이전시 소속이건, ‘협업가collaborator’로서 존재합니다. 따라서 먼저 거시적인 UX 디자인 프로세스의 스토리텔링에서 내가 디자이너와 프로덕트 매니저, 엔지니어의 협업자로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었는가를 고려한 후, 이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내용을 편집하여 소개합니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전략은 내가 지원하는 회사가 어떤 리서처를 뽑고 싶어하는지, 혹은 내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나의 어떤 강점을 어필하고 싶어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리서처의 주관하에 이뤄지고 있는 브레인스토밍 세션


잘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구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죠. 저의 경험상 UX 리서처는UX 프로젝트 마다 아래의 다섯 가지의 포지션 중 하나를 취하게 됩니다. 


1.프로젝트 리더형 리서처 

UX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을 설계하고 프로세스가 시간 내에 온전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팀원을 관리합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이해관계자들 (프로덕트매니저, 디자이너, 엔지니어, 애널리스트 등)과의 협업관계를 분명히 밝히고, 프로세스 기획에 있어 나의 의사결정 과정들, 즉 tradeoff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합니다. 


2.연구가형 리서처 

새로운 표적시장 조사나 여태껏 회사가 다뤄보지 못한 문제, 혹은 평소에 시간에 쫓겨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지만 계속 문제로 대두되는 근본적인 주제 등을 리서처가 깊게 고민하고 길게 연구해보아야 하는 리서치를 합니다. 

포트폴리오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는 리서처의 deep thinking과 독립적인 연구 수행 능력, 그리고 연구 결과물이 회사에 어떻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었는지를 설명합니다. 

 

3.디자이너 조수형 리서처 

UX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적재적소에 어떤 리서치가 필요한지 알아차리고 프로젝트의 속도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합니다. 

‘신속함’과 ‘효율성’을 우선순위로 두었을 때 내가 어떻게 리서치 계획을 설계했는지를 설명합니다. 리서치 결과물이 얼마나 ‘실용적으로’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는지 보여줍니다.  


4.중재자형 리서처 

UX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해결해야하는 문제가 사용자의 문제라기보다는 팀 내부의 불화나 미스커뮤니케이션miscommunication, 사일로silo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리서처는 이해관계자 인터뷰stakeholder interview, 브레인스토밍, 워크샵 등 다이나믹한 활동의 중재자facilitator가 되어서 팀의 의사결정을 돕습니다. 

팀원들의 창의력을 이끌어내거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내가 어떤 독특한 방법을 시도해보았는지 자랑합니다. 


5.관리자형 리서처 

디자이너가 리서치를 직접 수행하고 싶어하는 경우, 리서치 활동의 장기적인 운영을 위한 프레임워크가 툴의 설치가 필요한 경우, 리서치 결과물이 팀내에서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아 조금 더 널리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한 경우 리서처는 관리자 내지 교육자가 되어 리서치가 회사 내에서 잘 적용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은 일종의 장기적인 투자이기 때문에, ROI가 어떻게 되었나를 수치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 리서치한 사용자 샘플 수의 증가, 리서치 리포트 열람 조회 수 증가, 디자이너의 리서치 횟수 증가…) 

 

저도 이렇게 리서처의 역할을 분류해서 적어나가다 보니 꽤 흥미로운 소주제들이 많이 생각나서, 이 주제를 따로 나중에 따로 조금 더 길게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잠깐 훑어보아도 리서처가 얼마나 다양한 포지션으로 UX 디자인 프로세스에 개입될 수 있는지 감이 오시죠? 어떤 포지션을 취하든 리서처는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니 (예: 서베이가 아니라 인터뷰를 한 이유, 사용자 샘플을 100명이 아닌 1000명으로 설정한 이유, 워크샵이 아닌 1:1미팅을 한 이유) 자신의 논리성을 충분히 보여주셔야 하며, 따라서 상대적으로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은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에 비해 떨어지게 됩니다. 


또한 하나의 프로젝트를 소개할 때 내가 어떤 관점과 역할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시면, 일단 포트폴리오 리뷰 단계부터 리크루터의 시선을 확 끌 뿐만 아니라 고용주들이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더 구체적인 상상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디자이너/리서처’ 의 포트폴리오 라고 타이틀을 달게 되면, 둘 중 하나의 장점도 보여주지 못하는 밍숭맹숭하고 애매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저의 경우도, 모든 프로젝트를 리서처의 마음으로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의 포트폴리오로 만들어내려고 노력하는 바람에 완성도가 떨어졌었던 거지요. 

지금 당장 결정이 어렵더라도 내가 어떤 포지션을 선택하겠다 라는 마음가짐만 갖추셨다면 막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 관점이 어디로 쏠리고 있는지, 디자인 프로세스의 어느 부분을 설명하는 데에 내가 더 신이 나 하는지 스스로 알아차리실 수 있을 거에요. 


다음 <2>편에서는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UX 디자이너 분들과 UX 리서처 분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글일거에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UX 리서치 관련 프로젝트 문의나 커리어 질문은 이메일 juwon.kt@gmail.com 으로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인스타그램 @juwon.kt와 링크드인 /juwonkt 으로도 소통해요 :)


  
  



퇴사 후 휴식기를 가지는 동안 그동안의 경험을 정리해보자 라는 의미로 <리서처의 노트>에 제가 UX리서처로 일하면서 얻은 교훈과 포트폴리오 만드는 법에 대한 글을 공유했는데요. 몇 편 안되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이메일로, 인스타그램으로, 링크드인으로 많이 연락을 주셔서 정말 놀랐어요!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엔 멘토링 해드리는걸 참 좋아했었는데 프리랜서와 양육을 병행하면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져서 메시지에 답변조차 드리지 못해 무척 아쉬웠어요. ㅠㅠ 그래서 제대로 커피챗과 커리어상담을 받으실 수 있는 공간을 하나 마련했습니다. 저의 글을 읽다가 UX, 해외 유학, 해외 취업, 커리어 전향, 자기계발, 글쓰기와 관련하여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연락주세요. 저도 여러분들의 사연을 듣고 더 열심히 고민해서 저의 경험담과 나름의 조언을 준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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