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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용이 Aug 01. 2015

택시기사 아저씨 이야기

택시기사 아저씨 이야기



 택시를 타고 강변 터미널에 가는 중이었다. 지방 출장이 있었는데, 갑자기 생긴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늦게 출발했다. 충무로에서 출발, 버스 출발 시간은  25분밖에 남지 않았다. 버스를 놓치면  안 되었기에 택시기사 아저씨께 정말 오랜만에 부모님 뵈러 고향에 내려 길이다, 버스를 놓치면 절대 안된다 거짓말을 했다. 경북의 작은 시골마을이라 오늘 이 버스가 마지막이라고.

택시기사 아저씨는 마른 체구에 은발, 젊었을 적 얼마나 많이 웃고 사셨는지 광대가 불룩하고 안 웃어도 웃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멋진 노신사였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부모님을 뵈러 간다는 말을 듣고, 내가 피곤해 보였는지, 말라보였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오랜만에 부모님 뵐 때 부모님 기쁘게 해드리는 방법이 뭔지 아는가?'

- 아, 아뇨.

'뜨거운 설렁탕을 한 그릇 비우고 부모님을 뵙는 거야. 설렁탕이 아니라도 뜨겁고 국물 있는 음식이면 좋아.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잠깐이나마 혈색이 좋아지고 소금이 많아서 얼굴이 약간 붓거든. 그런 얼굴을 보여줘야 부모님이 '자식이 잘 먹고 잘 사는구나' 안심한다네.'

'나도 젊었을 때 자네처럼 말랐고 피곤하게 살았어. 항상 눈두덩이가 들어가 부모님이 걱정이 많으셨지. 지금 자식이 자네보다 약간 큰데 키워보니 그 마음 알겠네. 옛날에도 알았더라면 좋았을걸. 부모는 오랜만에 자식을 볼 때 얼굴을 제일 먼저 본다네. 명심하게.'

 택시기사 아저씨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택시를 부아앙-! 몰기 시작했다. 점잖은 노신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앞길을 막는, 끼어드는 차들은 모두 개새끼 소새끼였다.

 부모님 만나 뵈러 간다는 말은 거짓말이었지만, 덕분에 기적적으로 제 시간에 버스를 탈 수 있었고 따뜻하고 소중한 이야기 들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이야기와 깨달음이 있다는 것은 정말 재미난 일이다. 부모님께 잘 사는 모습 보여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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