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킹키부츠의 첫 만남을 기억하며
위키드 초연 연습 때이다. 시간은 7년 전. 나는 치스테리CHistery 라는 역이었다. 원숭이 대장과 앙상블을 겸하는 작지만 큰 배역. 무더운 여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연습실 위치는 남산이었고, 안무를 외우고 노래를 익히며 파트너 장면을 연습했다. 연출과 안무감독이 뉴욕에서 왔는데, 안무감독의 이름은 마K.
마K와 나는 친했던 걸로 기억한다.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이태원에서 행아웃도 같이한 그런 기억의 조각들. 그러던 어느 날, 마K가 'Hey HOJU'이라고 나를 부르며,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그는 내 이름 호준의 ㄴ받침을 잘 발음하지 못했다.) 영상 속에는 여배우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여배우들은 진하게 화장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힐을 신고 있었다. 힐이 꽤 높아 보였다. 음악이 너무 신났고, 내 몸 또한 그 그루브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여배우가 힐을 신고 백텀블링을 하더니 또 다른 여배우가 킥을 차고 점프해서 다리를 찢는 것이 아닌가. 난 경악했다. 으이씨!!! 두 가지가 큰 충격이었는데, 첫 번째는 힐을 신고 그런 고난도 동작을 한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들이 남자라는 것이다. 그렇다. 마K는 게이다. 마K의 남자 친구가 그 안에 있었던 것. 킥을 차고 점프를 뛴 그 여배우. 아니 남배우. 그냥 배우. 그 배우가 마K의 남자 친구였다. 암튼 마K는 킹키부츠 안에 있는 그의 남자 친구를 엄청 자랑스러워했다. (그 후 마 K의 그의 관계는 끝났다고 들었다.)
마K의 남자 친구 자랑이 나와 킹키부츠의 첫 만남이었다. 마K야 고맙다. 그 후 마K에게 링크를 받아서 그 영상을 다시 봤다. 제목은 SEX IS IN THE HEELS였고, 여섯 명의 배우가 엔젤이라는 역할로 나오는데, 그중 한 명에게 유독 눈이 갔다. 그는 금발이었고, 핑크힐을 신고 있었고, 텀블링을 했다.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봐도 그 사람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몇 번이나 돌려봤을까? 나도 궁금하다.
(사진 맨 앞에 금발에 핑크 가발이 나, 호자까)
그 후 위키드 WICKED 공연을 올렸고, 뉴욕 크리에이티브 팀은 돌아갔고, 당연히 마K도 돌아갔다. 그렇게 위키드 WICKED 공연 중인 어느 날, 오디션 소식이 들렸는데, 바로 킹키부츠 KINKYBOOTS. 약간 거짓말 같지 않은가? 그런데 사실이다. 어떻게 이렇게 타이밍이 좋은 거지? 그 어느 누구보다 킹키부츠 KINKYBOOTS 에 대해 먼저 알게 되었던 것이 신기했다. 또 한 번 마K야 고맙다
이게 바로 나와 킹키부츠 KINKYBOOTS 와의 첫 만남. 오디션 이야기는 조만간 하는 걸로. 잘 자요 다들.
ㅁ 댓글과 공유는 큰 힘이에요. 언니 오빠들.
ㅁ 배경화면의 사진은 킹키부츠 KINKYBOOTS 초연 오디션 때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