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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Nov 23. 2023

봇짐은 놓고 가야지.

시작은 지금부터 

지난 금요일 점심시간, 오래간만에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체중 조절도 할 겸 선식으로 점심을 때우는 내 모습이 안쓰러우셨는지 

계장님이 밖으로 초대를 하셨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점심때가 되면서 눈으로 바뀌었다. 

그 맘 씀이 너무 고마워 몇 번 가서 맛있게 식사했던 브런치 식당으로 모셨다. 

풍경이 잘 보이는 창 옆에 앉으니 가늘게 내리던 눈은 점점 굵어졌다. 

올해 맞이하는 첫눈이었다.  

"계장님이랑 이곳에 처음 왔을 때도 오늘처럼 눈이 왔었는데 기억나셔요?"

"아! 생각나요. 정말 그때도 눈이 많이 왔었죠."

창 밖에는 금강이 흐르고 있었다. 들고 있던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눈 내리는 풍경을 찍다 보니 

강 옆에 있는 산의 나뭇잎은 아직도 푸른색이 더 많았다. 


올해는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드문드문 물든 나뭇잎의 고운 빛이 사라지기도 전에 첫눈이 와버린 것이다.   

그 밑으로 강물은 사납게 흐르고 있었다. 그 위를 세찬 눈보라가 무리의 새떼처럼 반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우리네 맘도 점점 닮아가고 있는 것 같다. 느슨해지고 해이해지고 연초에 다짐했던 계획들이 희미하게 느껴질 뿐이다.  

목표를 세우고 하루 20분 뭔가를 도전했던 그 시간 

가끔씩 나의 브런치를 방문해 구독을 클릭해 주는 분들 덕분에 

맘을 다잡아 보지만 생각이 많아진 탓인지 이내 브런치를 닫고 나가버리곤 했다. 

갑자기 내 속에서 뭔가 들려왔다. 

'글 쓸 때가 즐겁고 힘이 난다며. 이제는 행복하지 않은 거니?'


난 지금도 글을 읽고 쓸 때가 참 행복하다. 

내년이면 아주 긴 세월 동안 정성을 들여가며 써내려 온 나의 이야기를 끝내야 한다. 

40여 년 가까이 등에 짊어지고 다녔던 직장이라는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정말 이제는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려고 한다.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기쁨을 위하여. 

한동안은 우두커니 창밖도 바라보고 생각 없이 웃기도 하겠지만 기쁘게 하루하루를 살아보려 한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데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아이들처럼 눈사람도 만들어가며   

그러다가 햇살이 너무 좋다 생각될 때에는 남편의 손을 잡고 찻집도 가고 거리도 걸어볼까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오늘 아침도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본다.  

행복하자. 난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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