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달, 24번의 토요일
8·15
호기심이 흘러넘쳐 세상에 흥미로운 일이 너무 많은 나. 그래서 꿈도 한가득이다. 수많은 꿈 중에서 도슨트라는 꿈을 이루고 얼마나 감격에 겨웠던지. 해설하러 가는 하루하루가 소중해서 사진으로 시간을 기록했다. 2015년 8월 15일 광복절. 역사적인 날, 나의 첫 해설도 역사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2015년 2월 28일
해설 첫날. 바들바들 떨기 바빴던 해설. 세 번의 안내 방송도 해설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툰 나를 인정하는 게 여전히 힘들었지만 ‘처음이니까!’를 되뇌며 하루를 보냈다.
2015년 3월 7일
출근길에 버스정류장으로 냅다 뛰다 미끄덩. 온종일 찢어진 청바지를 신경 쓰며 해설했던 날.
2015년 3월 14일
평생 이런 건 해본 적 없었는데. (남자친구에게마저도) 화이트데이라고 포춘 달고나를 만들어 갔다. 내가 쓴 쪽지긴 했지만, 막상 이런 문구가 나오니 들떴던 날.
2015년 3월 21일 | 2015년 3월 28일
2015년 4월 4일
iPhone 6+로 사진을 찍기 시작. 봄이 되니, 파릇파릇 자라는 싹들.
2015년 4월 11일
2015년 4월 18일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차역에서 나와 버스를 기다리며 하늘을 보니 장관이더라. 이날부터 기차역의 하늘을 담기 시작했다.
2015년 4월 25일
유난히 화창했던 날, 미술관이 푸르러지니 담고 싶은 풍경이 잔뜩. 미술관의 녹음이 짙어질수록 나의 해설 실력도 무르익어....가......갔..겠지.
산책로를 올라가다 아이들이 야외에 있는 작품에 올라가서 뛰어 놀고 있는 걸 발견. 위험하기도 하고 작품이기도 해서 말려야 하는데, 해맑게 놀고 있는 걸 보니 그냥 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지금의 풍경이 더 예술이라고 생각하며 “거기 올라가면 안 돼요!”
2015년 5월 2일
야외 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정원. 설명 없는 편이 더 좋은 작품. 자전거, 대문, 우편함 그리고 나무 한 그루.
2015년 5월 9일
쨍한 햇살. 날이 좋으니 노을도 멋지구나.
2015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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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3일
구름이 더 작품 같던 날이 참 많았다. 이런 곳으로 출근하니 행복하지 아니한가. 일주일에 한 번은 힐링데이.
2015년 5월 30일
비가 와서 미술관이 잔뜩 습기를 머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유난히 텅 빈 기차역이 눈에 들어오던 날. 이렇게 아무도 없는 기차역을 다니는 경험도 쉽지 않은데, 정말, 나뿐이다.
2015년 6월 6일
여름의 시작. 늘 여행하는 기분으로 미술관을 다녔다. 정말이지 너무! 너무! 너무! 멋지잖아!
2015년 6월 13일
미술관의 새로운 풍경을 찾아서 이곳저곳 탐정처럼 수색.
그리고 이날은 아침부터 미술관 냥이들이 마당(?)에 잔뜩 나와서 누워 있었다. 조금 생경한 풍경. 출근하는 이들에게 와서 “밥 줘” “밥” “밥” “밥” 하고 소리 없이 외치는 중.
2015년 6월 20일
비가 주룩주룩. 미술관 냥이들 때문에 심쿵한 날. 이제 해설에 여유 생겼다고, 점심시간에 다른 일 하면서 커피 한 잔까지 한다. 이날은 원래 타던 버스정류장 말고 다른 곳에서 기차역 가는 버스를 탔는데 유난히 시골인 미술관 주변 풍경을 보며 감탄했다. 시골이다! 그리곤 기차에서 내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안개일까 구름일까 잔뜩 흐린 산을 보며 또 감탄.
2015년 6월 27일 | 2015년 7월 4일
이 때 비가 자주 내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우울했던 시기. 퇴근 길에 지는 해를 보며 나도 함께 지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2015년 7월 11일
가끔 퇴근길에 가는 카페 리버. (사실, 카페 이름은 사진 보면서 지금에서야 알았다.) 갈 때마다 주인아주머니와 친구들이 담소 중. 아마도 여긴 사랑방인가 한다.
2015년 7월 18일
2015년 7월 25일
태풍이 온다더니 구름이 끝내줬던 날. 산의 푸름도 유난히 다채롭다 했더니 다 구름 탓이었네.
2015년 8월 1일
지난주, 하늘에 구름이 멋지게 수놓더니. 이주엔 구름 한 점 없는 파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란 하늘. 그리고 몽당연필 얻어서 기분 좋았던 날.
2015년 8월 8일
차 얻어 타고 다른 길로 퇴근. 걷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정말 멋진 핑크빛 하늘.
2015년 8월 15일
도란도란, 생각을 나누는 도슨트 투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다. 몰랐던 나를 알고 성장했던 시간. 7일 중에 오직 하루뿐이라 더 소중했다. 덕분에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결과는 쓰라렸지만, 도슨트 투어에 관한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해설을 시작하기 전에는 잘 정리된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말로 전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직접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해보니, 도슨트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일부러 장황한 설명을 할 필요도 없다. 보는 이가 작품에 호기심이 가면 질문을 할 테고 자신에게 별 감흥을 주지 않으면 간단한 설명도 흘려 버리기 마련이다.
도슨팅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선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어떤 작품에서 눈을 빛내고 호기심을 가지는지, 이야기가 더 필요한지 덜 필요한지, 질문을 던지는 게 좋을지 생각할 법한 것을 알아서 던져주는 게 좋을지. 분위기와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도슨트가 하는 해설은 오디오 가이드가 할 수 있는 영역과 확실히 다르다. 앞으로도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 더 많은 시도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아직은 기본에 충실하며 많이 배워야지. 2015년 하반기 전시에도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