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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Oct 26. 2022

#95 더 줄까? - 아니!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엄마는 집사이다. '식집사'. 식물을 꽃, 화초, 나무 할 것 없이 많이 키우신다.

    그런 엄마에게 식물 두어 개를 입양받았다. '가장 키우기 쉬운' 식물로 말이다. 아직도 식물의 이름은 모르겠지만 (하나는 스킨이고 하나는 모른다..) 물만 제때 주면 계속 새 잎이 돋아났다. 연둣빛 새 잎을 보고 있노라면 묵묵히 자신의 생명을 힘껏 뻗어가는 모습에 뭉클하기까지 했다.

    스킨 잎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뻗어나가면, 끝 부분을 살짝 잘라서 유리컵에 물과 함께 담으면 그건 그거대로 또 새로운 뿌리를 내렸다.

    바람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것 또한 신기한 부분이었다. 햇빛과 물이 가장 중요한 줄 알았는데, 바람이라니. 인간관계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바람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틈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식물에게도 그런 걸까 싶었다. 여름에는 선풍기도 돌릴 정도로 딴에는 굉장히 신경을 써주었다.

    얼마 전 가구 배치를 바꾸며 집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작은 방에 책상과 책장을 놓고 나만의 글 작업실로 세팅했다. 거실에는 해가 무척 잘 들기에 식물들은 거실 창가에 쪼로록 놓았다. 좋아하는 햇빛 담뿍 받고 쑥쑥 크라고 말이다. 거실에서 글을 쓰다가 작업실로 쏙 들어가니 거실의 식물들을 전처럼 돌보지 못했다. 어라라. 컵에 꽂아둔 스킨 잎이 점점 노랗게 변하더니.. 죽어버렸다. 이럴 수가. 좋아하는 햇빛도, 바람도 모두 있었는데 왜 죽었을까?! 큰 충격을 받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 햇빛도 적당히 받아야 해. 강한 햇빛에는 데일 수밖에 없지.


    아쉽지만 죽은 잎은 고이 보내주고.. 창가로부터 조금 떨어진 자리에 식물을 다시 배치했다. 적당한 햇빛과 물, 그리고 바람. 뭐든지 적당한 게 식물에도 좋았던 것이다.




- 파랑 -

'적당히'라는 말은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매일 한 개의 글을 써서 매일 브런치에 업로드하는 '100일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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