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른다는 것
백 마흔 네번의 해외 출국은 어김 없이 제자리의 안도감을 찾았고 기억과 일치하는지 변한것은 없는지 확인했던것 같다. 떠난 여행이 아닌 그저 잠시 다녀온 일정이듯 말이다. 그러다 지난 겨울, 난생 처음 편도 티켓으로 제자리를 떠난지 어느새 100일.
살아 숨쉬는 동안의 모든 것이 멈추는 경험이 아닌 모든 것이 한순간에 바뀌는 경험.
새롭다. 아니 놀랍도록 미쳤다.
바뀌는 순간의 복잡함과 고됨이 죽도록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지금의 느낌은 양자역학을 이용한 순간이동이 이런 기분일까?
‘모든것의 새로움’이라는 팩트보다 오래된 영화 ‘약속’에서 못 먹을 것들로만 가득 찬 보따리를 목숨처럼 지키는 거지가 어쩌면 나 였을지 모른다는 깨달음이 나의 모든 세포들을 자극한다. 깊은 바다속 숨 쉬지 못해 죽음 직전의 순간에 호흡이 시작되는 양서인간이 된 기분.
흔해 빠진 25센트 동전 하나 없이 절대 아무나의 시선도 의식함이 없이 갈 수 있는 한계까지 걸어오기를 반복한다. 앞으로 쏟아질 지독한 어려움앞에서 자문한다.
‘나는 얼마나 많은 속물성을 가지고 살아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