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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Feb 05. 2023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필요한 사회적 담론: 정의로운 전환

“어이, 김씨! 1층에 있는 자재 여기로 옮겨줘.”


오늘도 공사장에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공사현장의 작업 소리가 들리고 있다. 공사장 노동자로 일하는 김씨는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잠깐 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던 공사장 일을 2년째 이어가고 있다. 집에 있는 가족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아내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힘들지만 열심히 일을 한다.


“최씨, 이제 점심시간이 다 되었는데 좀 쉬면서 하지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 하던 것만 마저하고 곧 가겠네.”


김씨와 함께 공사장에서 일하는 최씨는 김씨와 함께 들어온 동기이다. 나이는 최씨가 더 많을 지라도 식사시간마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힘든 공사장일을 함께 행하다 보니 둘은 자연스레 친해지게 되었다. 오늘 역시 평소와 같이 점심시간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김씨, 요즘 날씨가 정말 더워진 것 같지 않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뻘뻘 난다니까?”


“날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오래 밖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씩 몸이 아파질 때가 많아지는 것 같아.”


“이제 기후 위기니 뭐니로 뉴스에서 폭염으로 쓰러진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 최씨도 건강 조심해서 일해.”


“그래도 집에 있는 가족 생각하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어서 말이야.”


“가족을 생각하면 몸 상하지 않게 하라고 이 사람아.”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김씨는 자신도 날씨가 더워서 인지 예전만큼 일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8시간을 일해도 멀쩡했지만 요즘은 3시간만 햇빛을 쬐어도 몸이 아파온다. 자신도 앞으로 건강에 주의해야겠다 다짐한 김씨는 오늘 하루 일당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여보 나 왔어!”


 집에 돌아와 인사를 건넸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다. 아내는 음식점에서 일하기 시작하고나서 집에 늦게 들어오는 때가 잦아지고 있다. 열심히 일하는 아내를 보며 참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들 때가 많다. 식탁에 놓인 아내가 차려준 저녁밥을 혼자 먹으며 뉴스를 보기 위해 텔레비전을 튼다.


“9시 뉴스입니다. 처음 들려드릴 소식은 올해 대통령 취임식에서 공약으로 선언하였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대통령님이 오늘 7시 가장 먼저 화석연료 발전소 수를 축소하고 그 직원과 관계자들에게 재생 에너지 발전에 대한 교육과 취직을 돕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정의로운 전환은 대한민국 화석연료 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인 행복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바로 시행될 예정이며 현재 행복 화석연료 발전소 직원들은 새로 만들어질 풍력발전소에서 새로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여보, 나 왔어요.”


“고생했어. 무슨 일은 없고?”


“별일 없어요.”


“아니 그러고 보니 방금 뉴스에 행복 화석연료 발전소 직원들이 다른 발전소로 넘어간다 하던데 무슨 말이야 이게?”


“아이고, 말도 마세요. 안 그래도 요즘 손님이 확 줄어들어서 장사가 잘 안되고 있다구요. 직원들 말을 들어보니 새로운 발전소가 아예 다른 지역에 있어서 요 근처에 사는 직원들이 모두 떠나갔다고 하네요.”


 그렇게 말하는 아내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장사가 안된다며 화를 내던 아내인데 아예 주 손님이 사라져 버리니 고민이 많아 보인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면서 주변 상권은 다 망해버리고. 이게 무슨 정의로운 건지.”


“그렇게 한순간에 직원을 옮겼는데 정부에서도 도움을 주겠지. 너무 걱정하지 말고 들어가서 자.”


“그래요. 자기도 고생 많이 했는데 쉬었다가 주무셔요.”


 김씨 아내는 오늘 많이 힘들었는지 방에 들어가서 조금 있다 바로 잠에 든다. 사실 별일 아니라는 듯이 문제를 넘기긴 했지만 우리 가정 형편이 그리 좋지 않아 아내의 장사가 힘들어지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김씨는 걱정이 산더미이다. 자신이 공사일을 하면서 버는 돈도 그렇게 넉넉하지 않아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나 생각하며 잠에 든다. 


 다음날 아침 아내와 함께 밥을 먹고 김씨는 공사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공사장에 도착했을 때 시끄럽던 작업소리가 들리지 않아 김씨는 의아해한다. 공사장 안으로 들어가보니 관리인이 인부들을 모두 집합시켜 앞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러분들, 우리가 계속 짓고 있었던 화력발전소가 운행 계획이 폐지가 되었다고 하여 이제 공사를 중단하려고 합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모두 당황하실 수 있는데 오늘 나오신 분들 일당까지는 챙겨드리지만 앞으로 이 공사장은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그럼 모두들 들어가보세요.”


“아니, 갑자기 거의 다 지어졌던 발전소 운행 계획이 취소됩니까?”


“오늘 일당만 챙겨주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라고요. 인부들에게 어떤 지원도 없습니까?”


 갑작스러운 관리인의 발표에 이야기를 듣던 인부들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같이 듣고 있던 김씨도 갑자기 공사장 일을 폐지한다는 소식에 머리가 멍해진다.


“여러분들이 제 이야기를 못 믿으시는 분위기인데, 이번 결정은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입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화력발전소를 줄이겠다는 대통령님의 공략 이행을 위해 지금 짓고 있는 화력발전소를 문닫고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겠다고 말이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정의로운 전환으로 피해 보상을 해준다고 하던데, 그럼 저희도 정부에서 뭘 받을 수 있는 겁니까?”


 뉴스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알게 되었던 김씨가 관리인에게 질문한다. 화력 발전소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이직하게 된 직원들도 정의로운 전환 대상자이면 자기들도 피해를 받았으니 정의로운 전환 대상자일 것이라 생각하여 김씨는 당연히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 그러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그저 짓고 있던 건물이 갑자기 운행 중단되었을 뿐 그런 정의로운 전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회사측에서 다른 공사일이 생기면 우선적으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수고하세요.”


 갑자기 일이 사라진 김씨는 당황과 황당함, 걱정, 분노 온갖 감정에 휩싸인다. 갑자기 공사일을 중단시키는 회사나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고 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선 어떤 보상도 없는 정부에게 화가 나기 시작한다. 터덜터덜 집에 가게 된 김씨, 집에 가는 도중에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


“여보, 큰일 났어요.”


“왜 무슨 일이야?”


“안 그래도 장사가 안되는 마당에 이번에 상가 건물 주인이 월세를 올리겠다고 해서 적자가 나게 생겼어요. 건물 주인도 발전소 직원들 떠나고 돈이 안 되니까 월세를 올린다는데 음식점을 계속 해야 할까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도 음식점을 계속하기 힘들다는 소식을 듣자 김씨는 허망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친 탓일까 김씨는 평소에 잘 가지 않던 포장마차로 가서 술을 퍼 마신다.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김씨가 있는 포장마차에 어떤 남자가 들어온다. 그 남자는 동네 근처에서 환경단체에서 운동하다가 공사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던 김씨를 알아보고 김씨에게 다가온다.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혼자서 술을 이렇게 많이 마십니까?”


 그렇게 말을 건 남자는 김씨 마주편에 앉아 술을 한 병 더 시킨다. 갑자기 다가온 남자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김씨는 남자와 대화를 나눈다.


“정의로운 전환이 사람 인생을 망치는 것 같네요. 갑자기 하던 공사를 멈추질 않나, 잘 되던 음식점 손님을 없애질 않나. 그러고 피해를 본 우리들은 정의로운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보상도 받지 못하네요.”


 이런 저런 일을 이야기하며 김씨는 남자에게 자신의 억울함과 정의로운 전환의 문제점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맞장구 쳐주던 남자는 시간이 좀 지나고 김씨에게 뜻밖의 제안을 건넨다.


 “듣고 보니 정의로운 전환 관련해서 억울하신 일을 겪으셨군요. 그렇다면 혹시 다음 주 정의로운 전환 행진이 있을 예정인데 참가하셔서 연설을 해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김씨처럼 정의로운 전환에 있어 억울하신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 정의로운 전환 문제점을 알리는 것은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정부에서도 그런 문제가 있음을 알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도 있구요.”


김씨는 자신이 환경 운동에 참가해서 연설을 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자신이 겪는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고자 나가기로 결심한다.


“뭐, 이런 이야기라도 괜찮다면 꼭 나가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내일 아침 정의로운 전환 운동에 참석한 김씨는 참여한 사람들이 만든 뜨거운 열기에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정의로운 전환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자신의 얘기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김씨는 긴장감과 함께 다시한번 자신의 대본을 검토한다.


“네, 여러분들 정의로운 전환 운동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먼저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소개를 드리고 이와 관련해서 연설을 해 주실 분들 모셔 연설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산업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고탄소 분야 관련 산업, 지역 및 노동자, 중소상공인의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그 부담을 사회적으로 함께 나누기 위해 등장한 용어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주 목표로 시행하고 있는 정의로운 전환이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여러 문제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연설을 통해 우리가 정의로운 전환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큰 박수로 환영해주시길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김씨가 단상위로 올라온다. 김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연설을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화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공사노동자 김씨입니다. 그리고 제 아내는 이번에 폐쇄될 예정인 행복 화력발전소 근처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먼저 제 얘기를 하자면 화력발전소 운영을 축소하고자 저희가 짓고 있던 화력발전소를 강제로 철거하게 생겨 하루아침에 일거리를 잃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회사차원에서도 정부차원에서도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또한 제 아내는 행복 화력발전소 직원들이 모두 다른 지역의 재생발전소로 이직하게 되어 음식점을 문닫게 생겼습니다. 지금 정의로운 전환으로 산업 전환이 일어나지만 발전소 직원들에게만 보상과 지원을 하고 그 외 사람들은 피해를 봐도 어떤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와 제 아내의 경우는 건설근로자와 음식점 종사자가 겪을 수 있는 문제이지만 앞으로 진행되는 정의로운 전환에서도 이와 비슷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많은 분들이 있음을 알고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씨의 연설이 끝나고 큰 박수와 함께 참가자들의 환호가 들려온다. 김씨는 자신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공감해주신 모든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이만 집으로 돌아간다.


 연설을 하고 몇일이 지난 뒤, 여전히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김씨와 아내는 어느 날 뉴스를 보게 된다.


“얼마 전 정의로운 전환 운동에서 연설에서 나왔던 정의로운 전환으로 피해를 보았던 분들에게 보상을 진행하고 앞으로도 관련 피해가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대통령님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 글은 2022년 2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탄수화물'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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