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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Aug 24. 2023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는 기후정의의 사례들

정의비행기 팀 23-1 활동 정리 4편 by 이강




1. 서론: 사회 불평등이 기후 불평등으로 전환되는 과정


 기후정의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사회정의와 연관짓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부정의로 인해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에서 역시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 불평등은 어떻게 기후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위 그림은 기존의 사회 문제가 기후위기를 만나면서 피해가 확대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그림에서 묘사된 것처럼, 기후위기는 기존의 사회 불평등과 맞물려 그 피해 범위를 확대하고, 피해 강도를 심화시킨다. 사회 불평등은 이미 그 자체로 문제를 발생시키지만, 기후위기와 만날 때 더욱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이것이 기후 문제를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기후 정의의 관점이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구체적으로 인종, 젠더, 장애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기후위기를 만나 어떻게 문제를 심화시키는지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인종 영역에서의 기후정의 사례


 인종 차별은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사회 부정의의 영역 중 하나다. 미국 등의 국가에서 존재했던 백인과 유색인종 간의 인종 분리 법률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종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긴 투쟁 끝에, 오늘날 인종 분리 법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국가에서 인종에 따른 거주지 분리(residential segregation) 현상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거주지 분리 현상이란 소득, 문화 등의 사회적 요인에 따라 거주 구역이 인종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제도적 차별은 사라졌지만, 명문화되지 않는 구조적 차별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인종 간의 거주지 분리 현상은 보건·의료 불평등, 교육 불평등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기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에 취약한 지역에는 소수인종이 주로 거주하게 되는 것이다. Jesdale et al.(2013)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폭염에 취약한 지역에 거주할 확률은 백인 대비 흑인이 52%, 아시아인이 32%, 라틴 아메리카인이 2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인종에 따라 불평등하게 전가되는 것이다.


3. 젠더 영역에서의 기후정의 사례


 또 다른 사회 부정의 중 하나인 성차별은 기후위기와 맞물려 여성의 기후위기 취약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정필, 박진희.(2010)의 연구는, 기후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여성이 ▲물, 식량과 연료 확보를 위한 가사노동 부담 증가 ▲기아와 영양 섭취 감소 ▲대피소에서 여성에 대한 서비스 부족 ▲취학률 감소 및 조혼 증가 등의 피해를 입는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불평등은 여성에게 가사노동을 전가하고, 교육의 기회를 제한하는 등 가부장제로 인한 사회 부정의가 기후위기를 통해 더 큰 불평등으로 확산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연 현상으로서의 기후위기 자체는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동일하지만, 그로 인한 피해가 이미 존재하는 젠더 불평등과 만나면서 기후 부정의로 이어지는 것이다.


4. 장애 영역에서의 기후정의 사례


 장애인에 대한 차별 또한 기후 정의의 한 영역이다. 장애인의 권리가 기후정의와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은 다른 영역에 비해 비교적 최근에 제기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기후정의 담론이 발달하면서 보다 폭넓은 사회정의 문제를 기후정의의 틀에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9년 유엔 인권위원회가 채택한 ‘인권과 기후위기’ 결의안은 국제사회가 장애인의 권리를 기후정의 관점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해당 결의안에서, 유엔 인권위원회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장애인의 음식과 영양, 식수와 위생, 보건과 의약품, 주거와 일자리에 대한 접근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결의안은 국가들에게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장애인의 참여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에 기후변화 맥락에서 장애인 인권의 증진과 보호에 대한 연구를 요청하였다.


5. 결론


 지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의 사회 부정의가 기후위기를 만나 피해가 확대·심화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이미 존재하는 사회 불평등은 자원의 분배와 기후위기 취약성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불평등하게 전가하며, 그 결과 기존의 사회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를 단순히 외부 세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정의의 관점에서, 즉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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