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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Jan 30. 2024

오염수, 대체 왜 위험한가

핵폐기물 스터디를 마치며 #1 by 이채은


머리말     

  지난 8월 24일 오후 1시,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였다. 수십 년에 걸쳐 이루어질 것으로 예고된 방류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고 여러 주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염수 방류가 환경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논의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이에 지난 학기 핵손해 팀은 핵오염수의 위험성에 대해 공부한 뒤, 그것이 환경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방류를 막지 못한 배경에 있었던 법적, 정치적인 쟁점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법적, 정치적인 쟁점들을 살펴보기에 앞서 이를 순수하게 이론 및 환경적 차원에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하에서는 오염수의 정의와 위험성을 검토하고 나름의 해답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논의의 초석을 다진다.     


오염수의 정의     

  오염수는 노심용융에 의하여 사용중 혹은 사용후 핵연료와 접촉하게 된 원자력 발전소의 물을 ALPS 처리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사용중, 사용후 핵연료란 문자 그대로 핵발전에 사용되고 있거나 사용된 이후 저장된 핵연료를 의미하며, 이는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과 유사한 위험수준을 지닌다.

  노심용융은 핵 발전시설의 중심부분인 노심이 녹아서 핵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를 뜻한다. 주로 냉각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핵연료 저장고를 감싸는 클래딩이 녹으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오염수 역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냉각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어 발생한 노심용융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

  한편 ALPS 처리는 62핵종의 방사성물질까지 오염수로부터 제거할 수 있는 일본의 독자적 기술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이는 필터에 특정한 방사성 물질이 붙는 흡착 물질(Adherent Material)을 넣은 뒤, 오염수를 흘려보내 삼중수소를 제외한 위험물질을 대부분 걸러내는 기술이라고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ALPS 처리수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크게 세 가지의 의혹이 일고 있는데, 가장 먼저 평가 기준이 된 시료가 부적절하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은 안전성 평가를 위한 시료를 도쿄전력이 모두 제공하도록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기타 국가들이 직접적으로 시료를 채취하는 것을 거부하여 시료의 적절성에 대한 교차검증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시료를 채취할 때 침전물을 포함해 위아래 오염수를 전체적으로 섞는 교반작업이 미시행되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두 번째 의혹은 환경영향에 대한 평가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재 환경영향평가에 사용된 어종은 3종에 불과해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부유물질을 주식으로 하여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조개, 크릴, 해면동물과 같은 여과 섭식자들이 평가 대상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잦은 고장이 문제시되고 있다. 2013년 6월 설치된 이후로 지난해 7월까지 총 8차례 고장이 나면서 안정적인 운영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오염수의 위험성     

  그렇다면 이렇게 정의된 오염수는 과연 바다에 방류할 정도로 안전한 것일까? 답은 ‘아니다’, 혹은 적어도 ‘불확실하다’이다. 이하에서는 해양방류가 얼마나 비논리적이면서도 비과학적인 행동인지에 대하여, 고준위방폐물과의 비교 및 방류의 이론적·현실적 위험성을 토대로 설명하고자 한다.

  방폐물은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을 말한다(「원자력발전법」 제2조). 이는 오염물질의 반감기, 방사성 농도, 열 발생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크게 저·중·고준위의 세 단계로 나뉘게 된다. 이 중 고준위방폐물의 경우 가장 위험도가 높은 폐기물에 해당하며, 바륨, 크립톤과 같은 사용후핵연료는 모두 고준위방폐물로 분류된다. 높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해당 물질은 심지층처분, 즉 빙하기의 압력 및 지진을 견딜 수 있는 100m 이하의 안정적 지대에 매립하는 인공적인 처리만이 허용되고 있다. 당연하게도 해양 방류는 허용되지 않으며 국제법으로도 이는 명백하게 금지되어 있다. 그런데 오염수는 이토록 위험한 사용후핵연료와 접촉한 물이며, 심지어 안전성을 위해 시항한다는 ALPS 처리의 완결성 역시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방류가 허용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모순이다.

  오염수는 이론적으로도 큰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이는 크게 방사성물질 자체의 위험성과 삼중수소의 위험성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데, 우선 방사성물질의 경우 전리현상으로 인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단 사용후핵연료에서 나오는 열, 방사선이 인체 조직을 통과해 체내 조직을 이루는 원자와 상호작용하게 된다. 이 때 체내의 물 분자 일부가 분해되어 활성산소, 즉 산소원자를 포함한하면서도 화학반응성이 매우 높은 하이드록시라디칼(OH*)과 같은 분자가 배출된다. 이 활성산소는 높은 에너지/반응성을 이용하여 DNA 손상, 세포 간 신호전달과정 교란 등을 일으켜 유전자 변형, 암 발병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이 외에도 ALPS 처리가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없음이 명백함에 따라 오염수와 관련해 삼중수소의 위험성이 추가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다. 일본 및 도쿄전력 측은 삼중수소가 섞인 물을 섭취했을 때에는 신체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것이 어패류나 플랑크톤 등과 유기결합 되어 먹이사슬을 타고 홍합 등 어패류, 조류, 인간에게까지 도달했을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해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이미 유기결합된 삼중수소의 반감기가 증가한다는 것, 먹이사슬의 상위개체로 이 결합물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것, 유전자 손상 및 생식능력 훼손의 영향을 인간에게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인 이론적 결함이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얼마나 안일한 조치인지를 입증할만한 단편적 사례로는 카라차이 호수의 오염수 방류 건이 있다. 카라차이 호수는 러시아의 호수로, 전문적인 처리시설에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해당 호수에 고준위방폐물이 폐기되면서 ‘죽음의 호수’로 변하게 되었다. 결국 이 호수는 호수변에 1시간 동안 산책하면 60% 확률로 1개월 안에 죽는 저주받은 호수가 되었으며, 가뭄으로 호수가 마르자 바닥에 침전된 물질이 바람을 타고 주변 지역을 덮쳐 50만명을 피폭시키는 사고로 이어져 큰 피해를 낳았다. 물론 좁은 영역에 후쿠시마 사고의 원자력 누출 시의 12배가량 되는 물질을 버렸다는 점에서 완벽히 대응되는 사례는 아니나, 폐기물을 물에 희석시켜 투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안일한 사고의 산물인지를 보여주는 비극이다.


(이 글은 2023년 2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핵손해'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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