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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알 Jan 30. 2024

오염수 방류,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까?

핵폐기물 스터디를 마치며 #2 by 김민재


머리말     

  “알아서 할 것.” 후술할 국내외 핵폐기물 관련법들이 공통적으로 주는 인상이다. 이전 게시글에서 언급하였듯이, 핵폐기물들은 환경에 매우 큰 악영향을 끼치며 그 속에 살아가는 인류에게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국제법과 국내법에서는 핵폐기물의 보관이나 방류와 관련된 규정들을 여럿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법제들이 많아, 실제 방류에 이러한 법들이 과연 실천적으로 도움이 되는지에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에 있다. 핵폐기물 방류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적으로 처리하는 것에는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다.

  본론에서는 핵폐기물과 관련한 국제규범들을 살펴보고,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법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지 다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국제법적으로 검토한 뒤, 오염수 방류가 인권을 침해하고 있음에도 법이 제대로 된 보호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예정이다. 추가로 부록에는 참고할 수 있는 국내법 및 헌법과 관련한 내용도 담아보았다.   


핵폐기물 관련 국제규범     

  가장 대표적인 핵폐기물 관련 국제규범으로는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가 있다. 런던협약의 부제는 ‘폐기물 기타 물질의 투기에 의한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으로, 인류가 배출한 방사능을 포함한 각종 오염으로부터 해양 환경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런던협약에서는 금지되지 않는 수준의 저준위 방사능 물질에 대해서 사전에 특별허가를 받아야 해양 투기 등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강화한 런던의정서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은 물론 저준위 핵폐기물도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전임 정부 당시 해양 환경의 보호를 강조하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런던의정서 틀 내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존재한다. 우선 해양 투기의 범위가 문제가 된다. 해당 규범들은 자국 연안 방류는 해양 투기로 보지 않고 있는데, 이에 따라 방사능 오염수 처리를 해양 투기가 아닌 자국 연안 방류로 해석한다면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 없다. 또한 일본의 경우 후쿠시마 오염수는 파이프라인으로 방류되기 때문에 ‘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규정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다. 육상에 설치된 구조물을 통해 방류한 것은 선박과 같은 해양구조물에서 방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상 해양 투기로 보기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런던의정서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규정의 미비점들을 이용해 오염수 방류를 런던의정서 총회인 IMO에서 다뤄서는 안 되며,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논의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함으로써 국제법상의 처벌을 피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0월 6일 개최된 런던협약과 런던의정서의 ‘방사성 폐기물’ 회의가 개최에서 오염수 방류가 해상 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여부가 쟁점이 되자, 일본은 런던협약은 비행기와 선박, 해양 구조물 등에서 쓰레기 투기를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지만 현재의 방류는 육지에서 연결된 해저터널을 이용하기에 때문에 ‘해상 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해저에 설치된 배관을 해상구조물로 봐야 한다는 의견, 오염수 방류 자체가 폐기물 투기가 아니냐는 반발 등이 존재하는 상태다. 한편 국제해사기구 측은 해상 투기에 해당하는지 법률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며 당사국 회의에서 논의하라고 공을 넘겼다.

  런던협약·의정서 외에도 짧게 소개할 몇 가지 주요 국제규범이 있다. 첫 번째는 ‘유엔해양법 협약’으로 해양문제에 관해 광범위하게 규율하고 있는 조약이다. 이 협약의 제12부에서는 해양 환경의 보호와 보전과 관련한 조항을 두고 있다. 제194조 2항에서 자국의 관할권이나 통제하의 활동이 타국과 타국 환경에 대해 오염으로 인한 손해를 주지 않도록 보장하고, 오염이 자국의 주권적 권리 행사 지역 밖으로 확산하지 않게 보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일본이 연안에 위치한 후쿠시마 발전소로부터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해도, 방출행위로 인한 해양오염이 타국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국제규범을 위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사용후핵연료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의 안전에 관한 공동협약’이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사용후핵연료와 방사성폐기물의 안전성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채택된 이 협약은 IAEA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원칙을 확대 및 강화해 구속력 있는 법 제도로 만든 것이다. 당해 협약의 제11조는 각국이 방폐물 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방사선 및 그 외의 위험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되도록 적절한 조치를 행하도록 하며, 특히 국제적으로 인증된 기준 및 표준을 적절히 고려해 적절한 보호 수단을 국가 차원에서 적용하도록 하며,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적절히’라는 단어의 모호함과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 부재로 인해 실천적 차원에서 한계가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제법적 검토     

  해당 부분에서는 앞선 논의를 바탕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국제법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관련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우선 NOCW는 원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수로 저준위 혹은 중준위 방사성물질인 경우가 다수이다. 한편 NACW는 원전 사고로 인한 오염수로, 고준위 방사성 물질이다.

  일반적인 원전 구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 즉 NACW의 방류는 국제적인 감독 아래에서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가능한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방사성 물질, 즉 NOCW의 경우에는 논란이 존재한다. 참고 가능한 규범은 ‘UNCLOS(유엔해양법)’이 있다. 유엔해양법의 제1조 제4항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해양에 대한 오염’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으며, 제192조와 제194조에서 오염에 대한 방지, 감축, 조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해당 협약을 조인한 국가들이 이를 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 때 “국내법을 사용하고 국제적인 노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구절을 통해 유엔해양법의 준수를 위한 국제적 노력 의무가 협약 당사국들에 부과된다.

  하지만 이런 현행 규범에는 여러 문제점이 존재한다. 우선 ‘노력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할 지에 대한 언급이 부족하다. 당위적 차원에서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협’, ‘손해’, ‘피해’ 등에 대한 규정 등이 불명확해서 강제력이나 현재의 적용가능성이 부족하다. 또한 앞선 장에서 언급했던 1972년 런던의정서가 정의하고 있는 해양 덤핑(해양폐기금지) 역시 그 정의가 너무 협소해 NACW를 포함시키기 어렵다.

  이처럼 법에 여러 구멍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런 법을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 국제 규범을 활용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소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TEPCO(도쿄전략)가 후쿠시마 원전을 소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인가가 있었으므로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 제기가 가능한데, 그 근거로 유엔해양법을 사용할 수 있다. 참여국들은 협약의 범주 내에서 해양환경을 그 어떤 위협으로부터라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을 활용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타국과의 비협력적인 태도는 이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ICJ 제소는 일본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지연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 실질적 해결력에는 의문이 남는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현실적으로 국제 규범을 활용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우선 일본으로부터 해양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한 후 관리감독체계를 마련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이때 개별 지역 내에서도 관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NACW 방출과 관련된 국제적인 피드백 체계 및 관리 규정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NACW와 관련된 의무적인 협력조항을 제정하고 처리방식과 관련된 국제 공조를 통한 처리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와 소련 간에는 방사성 물질을 처리하기 위한 협력 체계가 갖춰진 상황이다. 이처럼 우선적으로는 비구속적인 협약을 통해 협상의 발판을 마련한 후에 구속적인 협약으로 넘어가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오염수 방류와 관계된 인권 침해의 논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인권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특별보고관들 역시 2020년 4월에 공개서한을 통해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인권 침해 문제라는 우려를 표명한 상황이다. 이들은 공식적으로 “일본 국내외 시민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오염수 처분과 관련한 논의의 장과 기회를 마련할 것, 정보에 기반해 자유롭게 사전 동의할 수 있는 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주민들이 집회 및 결사의 권리를 가짐을 존중할 것”을 일본 정부에 요청함으로써, 후쿠시마 원전 사고 재앙으로 발생한 오염수를 해양 또는 대기 중에 방류하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인권 및 지역 사회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특히 소득원 및 생계 수단으로 어업에 크게 의존해온 어민들의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 방류 결정은 원전 재난 후 어업 재건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어민들의 인권과 생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인권의 기본 원칙을 사실상 무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오염수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현재 정부는 ALPS 처리수 취급에 대한 기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주관 부처의 권고를 고려해 지역 주민 등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계속 청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것이 특별보고관의 권고를 따른다는 의미가 아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폐로를 담당하는 경제산업성 마사토 키노 국장이 “우리는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기보다는, 협의를 통해 대책을 이행할 것”이라고 한 것에서, 권리보다는 다른 논리를 앞세우고자 하는 정부의 태도가 확인된다.

  이와 같이 해외는 물론이고 일본 자국의 행복권, 건강권, 경제권 등 무수한 권리들이 침해되고 있는 가운데, 법적으로 이 침해 상황을 해소할 방안이 크지 않다는 것은 현재 법제도의 허점을 드러낸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결정에 대해 정부가 나서지 않는 이상 국민들이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없다는 점 역시 답답함을 가중시킨다. (부록을 통해 국내법과 헌법소원에 관해 짧게 언급하겠으나, 실질적인 변화를 발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진정으로 자국민 및 세계 시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체계를 수립할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록 1] 국내법 검토     

(정상근. 2023. “주요국 사례를 통해 본 우리나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정책과 입법.” 『國際去來와 法』 제41호, 167-197.)     

① 알 권리

- 현행 조치

: 원자력진흥종합계획 및 연구개발계획을 5년 단위로 공개.

: 최근 5차 계획에서는 ‘원자력 투명성 증진’을 목표로 설정.

- 법안 원리

: 정보공개의 원칙_방폐물 반입현황, 관리정보 등을 주민에게 알려야 함.

: <방사성폐기물법> 제9조

② 안전

- 현행 조치

: 국무총리 소속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설치.

: 안전규제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산하에 둬 부지/설계/건설/운영 등의 안전성 확인.

- 법안 원리

: 안전관리의 원칙_IAEA의 안전관리협정에 따라, 사고예방, 세대 간 형 평, 개인위험 최소의 원칙 등을 준수해야 함.

: 회수기능의 원칙_보다 안전한 기술이 발견되는 경우 기존 처분시설 내 의 폐기물을 회수하는 것도 가능.

③ 방사성폐기물의 관리

- 현행 조치

: 안전조치_핵무기로 사용되지 않도록 함.

: 수출통제_기술유출 방지.

: 물리적 방호_악의자의 수중에 넘어가지 않도록 함.          


[부록 2] 헌법 소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헌법소원”, 2023.08.16.,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소송대리인단.)     

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위한 반대성명 발표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및 잠정조치 신청 등 일체의 외교적 조치를 하지 않은 부작위

- 한국 정부는 오염수 투기를 저지하여 국민의 생명 및 건강권, 환경보호, 재해예방, 해양자원 및 어업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

- 그럼에도 정부는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어떤 반대의사도 밝힌 적 없으며 오히려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 다는 식으로 접근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사실상 허용

②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에 대응한 독자적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은 부작위

-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투기한다면 우리 국들이 방사선 재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함에도, 우리 정부는 이를 시행하지 않음

- 방사선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 및 해양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국민이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확보할 의무가 있음

③ 일본산 수입 수산물 방사능 전수조사를 하지 않은 부작위

- 중국은 2023. 7. 21.경 국민 안전 확보와 오염수 투기 반대하는 의미로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능 검출 검사를 전수조사 하는 방침을 시행. 이에 비해 한국은 여전히 표본 검사를 채택하고 한정된 성분에 관하여만 검사를 진행함.

- 정부의 미비한 검사로 지자체와 기업이 자체적인 추가 검사를 하는 상황

- 한국정부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음

④ 오염수 투기에 대한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제공 및 시민참여보장을 하지 않은 부작위

- 오염수 해양투기와 같은 중대한 환경오염 문제는 직접 피해를 받는 시민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및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이러한 참여권의 보장은 헌법은 물론 국제인권규범에 의해도 도출되는 의무

- 여론 대부분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정책을 시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국민의 의견 수렴 절차를 전혀 보장하지 않고 있으며 오염수 투기에 관한 위험성을 단순한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


(이 글은 2023년 2학기 씨알 스터디팀인 '핵손해' 팀이 활동을 마무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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