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빨 vs 글빨

by 소월이


말이 편한 사람. 글이 편한 사람.

설득력 있게, 재밌게,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는 사람.

문장을 아름답게, 감정을 풍부하게, 실용적 글을 잘 쓰는 사람.

나는 둘 다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둘 다 잘 안 하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어도

49 vs 51이라도 조금 더 편한 표현 방식이 있기 마련.



표면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면

말빨은 E(외향), 글빨은 I(내향) 일꺼같고,

글보단 말이 편한 비율이 높을 거 같고, (솔직히 말보다 글은 과정이 길고 귀찮거든)

말은 빠르고, 글은 느릴 거 같고,

말빨은 사교적, 글빨은 사색적.. 일거 같지 않나? 그냥 떠오르는 데로 생각나는 선입견.



나는 확실한 글빨스타일. 남편은 (내 글빨을 좋아하는) 말빨.

취향은 비슷하지만 서로 표현 출구가 달라서 더 소통이 잘된다고 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이런 성향에서도 서로 다른 타입이 잘 맞을까, 같은 타입이 잘 맞을까?

같은 타입끼리는 좋아하는 게 같아서 더 재밌나? 상대 재능과 비교하며 할 말이 더 많을까?

같은 말빨끼리 서로 상대방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는 건 아니겠지.

오히려 쿵작이 맞아 끊임없이 얘기하는 게 재밌으려나? 근데 주변사람은 귀가 따가울 것도 같다..ㅎㅎ



글 잘 쓰는 사람이 가끔 부럽긴 해도, 말 잘하는(잘하는 것과 많이 하는 건 다름) 사람은 멋있던데.

남편을 알아온 지 20년이 넘은 지금도 순간순간 재치 있는 입담과 순발력에 감탄하고 빵 터지기 일쑤라,,

말표현이 좋은 사람을 보면 두뇌회전이 빠르단 느낌을 자주 받음.

글빨 좋은 사람은 생각이나 사려가 깊은 사람들이 많고. 순발력은 느린 경우도ㅎ

(이것 역시 국소적 경험에 의한 선입견)




글빨이 편한 내 특성을 꼽아보면,


-순발력 젬병. 단번에 지체 없이 속도를 요하는 행동, 생각 못함. 기본적으로 좀 느긋, 느린 편.

-예전엔 말하면서 정리가 안 되고 두서없이 말하다 무슨 말하려 했는지 까먹는 경우도 많았음.

계속 책 읽게 되면서 바뀌었지만.

-말하기보다 듣는 타입. 화자보다 상담가 많음.(이었는데 아줌마되니 말이 많아짐 ㅡ ㅡ)

-카톡방에서 상대의 짧은 고민, 오늘 기분 안 좋았던 일등에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 쓰는데 시간이 걸림.

-가끔 글 쓰는 것처럼 문장으로 생각이 쏟아짐. 자려다가 저 상태 되면 폭포수처럼 생각이 쏟아져서 잠 설침.

-말보다 글로 쓸 때 내 감정표현이 훨씬 편하고 잘됨. 상대에게 쓰는 글도 말보다 더 배려있게 표현됨.




말빨이 좋은 사람 특징은 어떤 게 있나?(주변사람을 모델 삼아)


-머리회전, 순발력이 빠름. 재치나 센스 있는 타입 많음.

-논리, 설득력이 좋아서 행동은 안 하고 말로만 때우기도. 본인이 하기보다 시키는 타입.

-상대말도 잘 듣고, 본인 말할 타이밍도 잘 맞춤. 기본적으로 소통능력이 좋은 것.

-독서습관이나 경제상식 없이 말빨만 좋은 경우엔 말이 가볍고 신뢰 없기도. 이런 사람은 겪어봐야 알게 됨

-말빨에도 논리탑재형, 감정전달형으로 부류 나뉨. 평소 독서량, 성향, 상식차이 있는 듯.

-글빨보다 좀 더 다양한 유형으로 나뉘는 듯 -카리스마형, 설득고수형, 부드럽고 예쁘게 말하는 형, 회오리형, 논리정연형, 핵심심플형..



그러고 보니 말빨, 글빨 좋은(잘하는) 형 공통점이 있네.

-책 많이 읽거나 끊임없이 자기계발하는 사람

-본인 강점을 잘 알고, 메타인지가 좋은 사람


근데 부럽게도 크게 성공하거나 유명한 사람 중엔 둘 다 좋은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는 거...



으.. 갑자기 어느 성향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어 진다..

어떤 표현이든 본인 편한 데로 하고 살면서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만이지.머..(급졸립. 급마무리..@ㅡ@)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물건 줄이기. 삶을 정돈하는 집착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