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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월이 Dec 23. 2023

신라젠과 비상장주식으로 시작한 투자자의 소회

담큰 투기꾼

바른말로 하자면 투자자의 소회가 아니죠. 전 꽤 오래 아주 큰돈으로 투기를 했으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단추를 가장 위험한 투기로 시작하고, 그 투자들은 탐욕과 사기의 늪에서 몇 년에 걸쳐 천천히 몽땅 망했습니다. 망하기 전까지도 몇 번이나 수익 기회는 있었고, 적게는 3배에서 12배까지 수익이 치솟았지만 두 분야다 저는 단 한주도 수익화하지 않았습니다.

더 크게 벌 거라 자신했거든요. 겨우 10배에는 성이 안 찼어요.


단일 종목에 3천만 원 넣었던 게 4억 5천을 찍었어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너무 작았어요.

그 돈 가지고는 인생을 바꿀 수 없었습니다. 처음 투자할 때 마음과 다르게 크게 동요하지도 아주 기쁘지도 않았습니다. 최소 2-30배. 50배. 100배도 불가능하진 않다 생각했어요.


돌아보면 온통 남의 일로 여겨지던 비상식적인 모든 행동을 다 했고, 제가 가장 똑똑했고 운에 자만했고 자신 있었습니다. 난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거다.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면 다르게 살 수 없어. 간단히 말해 상식을 내동댕이 치고, 수많은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모든 게 폭삭 무너져 손쓸 수 없을 때까지 가서야 알았습니다. 인생을 걸었던 것들이 무너졌구나..




투기의 시작

저는 2017년부터 투자(라 믿은 투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마 상장 주식을 하신 분들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예전 IT 거품 때처럼 바이오주의 거품으로 상징되는 '신라젠'이라는 기업.


아는 동생의 소개로 처음 신라젠에 대한 얘기를 듣고 (그 친구는 비상장 때부터 신라젠을 투자한 친구입니다.) 아주 조금 진입해 봤습니다. 살면서 제 손으로 처음 주식거래라는 것을 해봤네요.

4만 원 초반대에 처음 진입했는데 이미 저점인 8천 원대에서 벌써 5배 가까이 상승한 시점이었어요.


처음이었고, 당연히 조심했고, 겁이 났겠죠?

그런데 가격 떨어질 때 조금씩만 샀던 주식이 계속 오르는 거예요. 7만 원, 8만 원,, 10만 원,,

계속 오르면서 15만 원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저는 어떻게 했을까요? 


계속 오르는 걸 보며 작은 그릇을 탓하며 불타기를 해갔죠. 아마 13만 원대까지 계속 샀을 거예요.

적금 대신 소액으로 10년을 모았던 적립식 펀드를 깼거든요. 그 얘기를 듣고 동생도 조심히 얘기해 줬던 거고. 처음엔 100-200 넣었던 돈이 점점 불어나서 결국 그 돈을 다 부어버렸습니다.

물론 남편과 상의하에. 남편은 가장 고점인 15만 원일 때 (그때도 돈을 덜 넣었지만 수익이 1500 정도 됐었어요) '일부라도 빼자'라고 얘기했지만 단칼에 거절했죠. 무슨~ 최소 30은 더 간다잖아~!



고점을 찍고 가격은 서서히 내려왔습니다. 

주식 등락이라는 게 원래 매일 오르락 내리락하는 거고 아직 임상은 아무 문제 없고, 내리면 더 사지 뭐. 

배짱 좋게 굴면서 마음도 편하게 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겁이라는 걸 상실했던 건지??


신라젠은 의사들도 많이 갖고 있는 주식으로 유명했어요. 몇억씩 소유한 자산가들도 많았고, 바이오주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그렇게 많이 갖고 있다는데, 나보다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다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같이 망하는 건 말도 안 되지.라는 굉장히 이상한 논리를 무기 삼아..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2018년부터는 비상장 중계사 같은 곳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비상장 주식투자도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나이 있고 돈 있는 분들이 접근하는 시장이라 1-2천 단위는 돈으로도 안 느껴졌습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시장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다.

:알기는 개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모릅니다.


10개 중 1-2개만 대박 나도 나머지 손실을 다 메꾸고 남는다! 이런 마인드로 종목들을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장에 뛰어들고 살면서 전혀 없던 빚을 내기 시작했죠. 말 그대로 유동자산이 없으니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겁니다. 돈 버는 사람들은 빚을 무서워하지 않아. 나도 지렛대를 이용하자. 무너질 만큼의 돈도 아니다. 

사람은 성공을 위해 앞뒤 없이 덤벼들 때 수많은 격언들을 잘못 해석합니다.


여기서 추가로 더 잘못된 선택도 하죠. 부모형제, 사촌까지 끌어들인 겁니다.

망설였지만 좋은 거니까. 같이 나누자는 선의에서. 남편은 한 번 더 불안해했습니다. 

'일단 우리가 먼저 돈 벌어보고 얘기해도 늦지 않다. 혹시라도 잘못되면 스스로 선택한 우리는 괜찮지만 끌어들인 사람들은 어쩌려고 그래. '  제가 여기서 말을 들었을 리 없겠죠. 

그랬다면 불행의 파장은 우리에서 끝났겠죠..




투자 실패 이후

15년 이상 주식투자를 해온 친정아버지는 주식 상장 이후 4-5배를 남기고 잘 정리하셨습니다. 이후 10배 이상 오르는 걸 보는 동안 배 아파도 하셨지만 수시로 끊임없이 제게 조언하고 당부하고 걱정하셨어요. 

'매매해서 수익 확보해야 네 돈이다. 일부라도 꼭 현금화해라. 투자에서 고집부리면 안 된다' 

옳은 말만 하셨어요. 제가 돌부처처럼 말을 안 들어 그랬지. 당시 어머니도 아버지 그릇이 작다며 제 편을 들으셨죠. 2년 후 제 투자가 쫄딱 망한 걸 아시고는 그때 아빠 말을 듣지 그랬냐며 너무나 안타까워하셨지만.. 


가장 크게 걸었던 비상장 투자로 내동댕이 쳐진 게 작년 말~올해 초입니다.

올해는 반년이 지나도록 정신을 못 차렸어요.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몇 개월 멍 때리며 바보 생활하다가 여름에 조금 큰 수술을 받고, 8월부터 지금 회사에서 새 일을 시작하고..


저와 일을 하자고 손을 잡아준 사람도 제가 투자로 이끌어 손해 보게 한 사촌 언니입니다. 

제가 복이 많은 건지, 언니가 덕이 많은 건지. 아마 둘 다겠죠. 사촌 언니도, 사촌 오빠도 위험한 투자인 거 알고 했다. 신경 쓰지 마라. 몇 번이나 말해줬습니다. 살면서 사람에게 죄짓는 기분을 처음 알았어요. 

책임 못질 선의가 얼마나 위험한지. 아니, 초보자의 자신만만함이 얼마나 위험한지, 투자에서 하지 말아야 할, 모-든 행동을 다 저질렀고 그 모든 책들의 짧은 격언들의 의미를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10년간 모은 돈을 날렸고, 가까운 이들의 피 같은 돈도 날리고, 처음 가져본 원대한 꿈과 희망은 개박살이 나버렸습니다. 저는 살면서 뭔가를 바란 적도 없고, 물욕도 없는데 한번 크게 탐욕을 부리고 갖고 있던 소박한 것들마저 잃었습니다. 뭐 이리 버라이어티 한 지.

당시의 잘못한 점, 기분을 잊지 않으려고 적어두었던 글을 주기적으로 읽습니다. 

절대 잊어버려서도 반복해서도 안되니까요. 




저는 지금도 앞으로도 투자자입니다.

주식을 시작하고 그저 맹목적으로 사람들 말만 듣고 투자한 건 아닙니다. 

제가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머리를 갖고 싶어서, 너무 기본 지식이 없어서, 장외 주식을 접하면서 공부하기 시작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몇 개월간 맨땅에 헤딩하며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따고, 증권투자권유대행인 자격증도 따고, 경제스터디 모임을 찾아내서 꽤 열심히 경제공부도 하면서 스터디 친구들도 만났습니다. 


아마 그래서 그랬을 거예요. 똑똑한 척하는 바보. 남들보다 많이 공부하니까 내 판단은 상식적일 거라는 자만. 그래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애널리스트였던 모임장들에게 기업분석하는 방법, 주가 컨센서스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지도 배우고 다행히 그나마 시야는 더 넓어졌습니다.

갖고 있는 주식까진 상식이 못 뻗쳐서 그랬지..



전 지금도 국내, 해외, 비상장, 비트코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비상장 주식은 수요가 멈춰서 거래를 못하거나 호기롭게 정리매매종목 건드렸다 상폐로 묶인 것도 있구요, (계속 글을 쓰다 보니 저 너무 용감-무모한 기질이 있나 보네요.. ㅋ)


몇 번의 테스트와 시행착오 끝에 단타는 역시 안 맞아서 주로 중, 장기 투자를 합니다. 여전히 가끔 차트를 보고, 뉴스와 수급을 보면서 몰랐던 기업을 찾아내고 기업 공부도 하지만 예전처럼 못 사서 안달, 거래하고 싶어 안달은 안 해요. 공부 못해서 놓쳐도 하는 수 없는 거고, 예전과 다른 건 늘 조금만 알아봐도 사고 싶은 주식 천지였는데, 이제는 그 정도로 아주 끌리는 기업 찾기가 더 어렵다는 차이가 있겠죠. 주식 욕심, 매매 욕심만큼은 그나마 차분해졌나 봅니다.



큰 손해도 봤지만 계속 투자를 해와서 벌어들인 금액도 작지 않습니다. 매달 월급 이상 버는 경우도 많았고, 비상장 주식 중 일찍 수익화해서 정리한 종목들도 많아서 어떻게 보면 똔똔보다 좀 더 번 것에 가까워요. 경험치만큼은 투자 기간을 넘어서지 않을까요? 하.. 하..




올해도 전업 후 6개월 가까이 쉬었음에도 어쩌다 보니 대출금을 2200가까이 갚았습니다. 올해 들어 잘한 일 3가지 중 1가지네요. 나머지 2개는 새 일을 시작한 것. 마음먹고 인터넷에 글쓰기 시작한 것

덕분에 대출금이 처음으로 1억 아래로 떨어졌어요~ㅎㅎㅎ (별걸 다 자랑질)

이제 50억까지 51억만 모으면 됩니다~!! ㅋㅋ (어자피 꿈인데 크게 갖는게 뭐 어떤가요~!ㅎ)



제가 인생을 좀 더 제대로 살아보려 생각하게 된 계기도, 다양하고 어려운 분야 책들도 파고들게 된 계기도 투자 때문입니다. 좀 더 통찰력을 키워서 상식적으로 제대로 투자하고 싶거든요.


투자실패이후 수없이 끙끙대며 이전으로 되돌아가게 해달라는 어리석은 밤들을 겪었지만, 이제 제 잘못된 선택과 실패의 경험을 안고 갈 수 있습니다. 너무 비싼 경험이라 버릴 수도 없네요.

제가 겪은 이런저런 경험과 투자 공부도 가끔 풀어볼 거예요.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도움이든 위로든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종국에는 돈을 벌려고 투자하는 거지 재미삼아, 경험쌓으려고 하는게 아니니까.

멀지않은 시일내에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지 않을까요? 

그럴수 있다고 믿기때문에 계속 투자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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